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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체리부로 회장] 닭 판 지 20년 70에 새길에 도전하다

[김인식 체리부로 회장] 닭 판 지 20년 70에 새길에 도전하다

1942년생이니 올해 일흔이다. 김인식 회장은 서울 청담동과 이태원에 파인 다이닝을 여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8월17일 찾은 충북 진천시 체리부로 본사마당엔 강한 햇볕이 내리 쬐고 있었다. 여름철에다 닭 공장이니 어느 정도 냄새는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장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없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비릿한 기운이 살짝 느껴졌다.공장 이곳 저곳을 둘러봤으나 도계장 안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닭털을 뽑고, 내장을 긁어내고, 세척하는 과정 모두 기계 몫이다. 사진 판독을 통해 불량 육계를 잡아내는 설비도 신기했다. 김인식 체리부로 회장은 “냉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및 세균 감염을 차단하는 에어 칠링 시스템(Air Chilling System)이 우리 공장의 자랑”이라며 “닭고기 고유의 풍미와 영양분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선도와 보존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체리부로는 하림에 이은 국내 육계 2위업체다.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오픈 때부터 닭을 공급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미8군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품질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처갓집 양념통닭’‘네네치킨’과 학교 등 단체급식, 시장·마트에도 납품한다.근래 체리부로는 생산·도계·유통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도계·가공은 경험과 숙련도 투자설비 등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했고 사료·원종계·종계·부화·사육 또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B2C 확대 등유통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계, 한국원종,한국153농산(처갓집 양념통닭), 체리피드,한길바이오 등 계열사를 통해 안정적인 수급과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유통매장·식당사업 등 B2C 강화요즘 체리부로는 사업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식품기업으로서 조금씩 가지를 뻗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과 손잡고 설립한 ‘EK푸드’다. EK푸드는 지난해 5월 청담동에 ‘LAB24’을 오픈한 데 이어 10월에는 한남동에 ‘TMO(The Mixed One)’를 열었다. ‘LAB24’는 24석 규모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고, 모던 캘리포니아 멀티 퀴진 컨셉트의 ‘TMO’는 고품격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두 곳 모두 체리부로에서 생산하는 닭고기를 쓴다.

“2010년 에드워드 권과 체리부로 전속 모델 계약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그는 다이닝 비즈니스의 전문가이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더군요.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옆에서 보는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죠. 그의 재능을 자산이라 믿고 합작을 하게 됐어요.”김 회장의 EK푸드 합작은 남다른 의미가있다. 나이 쉰에 창업을 하고 예순 넘어 회사가 부도났다. 2년 만에 화의 과정을 거쳐 회사가 살아났다. 김 회장은 “체리부로가 정성껏 키우고, 가공한 닭고기를 직접 요리로 선보일 수 있는 매장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를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인 다이닝 사업 진출은 체리부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리부로는 하림이나 마니커 등 동종업체에 비해 B2B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인지도에서 밀렸다. 김 회장은 “1차 고객에게는 이미 품질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위해서는 최종 소비자와의 소통이 필수”라며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충북 진천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매장을 마련했다. 중소도시를 겨냥한 오프라인 매장은 호남과 영남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파인다이닝 사업도 그 일환이다.“그 동안 닭고기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수직계열화에 집중했지만 2012년부터는 유통, 외식 등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고 익숙한 서비스 분야를 강화할 겁니다. 유통 활로 개척을 위해 소매채널을 확장하고 유명 외식업체와 함께 외식 분야 진출을 가속화 할 생각입니다.”



여든 되기 전 ‘닭고기 수출’ 도전김 회장은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미원사료(현 대상농장) 대표로 취임해 닭 농장과 공장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회사 사정으로 인수가 수포로 돌아가자 아쉬운 마음을 접지 못하고 고심 끝에 창업했다.“그 전까지 사업은 생각도 못 했고, 집사람 또한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그때 양계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적어도 10년 후 축산 콤비나트가 뜬다고 봤던 것이죠. 육성에서 가공, 유통까지 식품 클러스터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가꾼 회사는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크게 흔들렸다. 충북 음성과 진천 일대를 강타한 AI로 애지중지 기르던 15만 마리의 닭과 병아리, 110만개 종란(부화용 알)을 땅에 묻어야 했다. 이어진 매출 급감과 은행권의 대출금 회수, 구매자금 지원 중단 등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결국 회사는 부도가 났고, 화의에 들어갔다. 당시 그의 나이 6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주저앉지 않았다.

화의 후에도 임직원은 동요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했고, 회사는 내부적으로 불용자산을 처분하고 업무중심으로 조직과 인원을 단순·전문화했다. 또한 최상의 제품과 물류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체리부로는 1년9개월 만에 화의를 끝냈다. “사업하면서 신뢰를 잃지 않았던 것이 위기 극복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특히 농가협의회를 구성해 신뢰관계를 쌓아온 농가들이 위기 상황에서 의리를 지켜줬죠. 공존·공영·상생은 체리부로의 기업 이념입니다.”

지난해 9월 21일 체리부로는 2000명의 외부 손님과 함께 창립 20주년 행사를 가졌다. 김 회장은 인사말을 하던 중 감정이 복받쳐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1991년 9월 진천의 밤나무 밭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며 “결혼 이후 7년 동안 베니어합판 천정으로 쥐들이 뛰어다니는 축사에 살며 고생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밝혔다.

김인식 회장의 10년 뒤 목표는 제주 토종닭 등 프리미엄 닭고기를 일본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제주에 농장을 마련한 체리부로는 올 봄 제주 토종닭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체리부로는 신선한 상태로 수출하는 방법을 찾던 끝에 유산균으로 닭고기 피부를 보호하는 특허를 4년 전 출원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10년 안에 제주도의 토종닭을 대표적인 축산 수출품으로 키울 생각이다.“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가격 경쟁력이 좋고, 중국보다 브랜드 경쟁력이 있습니다. 지정학적인 위치를 잘 활용하면 유럽의 농업강국 네덜란드가 부럽지 않아요. 축산 농가와 함께 맛·풍미·육질에서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닭고기 사장을 개척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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