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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 우월성 살려 고객 만족 1등 될 겁니다

태생적 우월성 살려 고객 만족 1등 될 겁니다

NH농협생명은 등장과 함께 자산 순위 4위(38조5000억원)를 차지하며 보험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8월9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신관에서 나동민 대표를 만나 NH농협생명의 경쟁력을 알아봤다.



“시험 날짜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동민(53) NH농협생명대표가 지난해 3월 농협법이 통과됐을 때를 떠올렸다. 농협의 신경(신용·경제) 분리를 골자로 2012년 3월2일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민영 생명보험사가 금융지주에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2년 반이 걸린다. 시간이 없었다. 당시 NH농협보험 분사장이었던 나대표는 농협 본관 대회의실에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앞으로 1년 안에 크게 세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그 중 두 가지는 내가 주도하겠지만 한 가지는 여러분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겠지만 제대로 해냈을 땐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회의실은 술렁였다.

NH농협은 농협에서 분사하며 크게 세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공제사업이 보험사업이 되면서 규제기관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바뀌었다. 또 생명보험이 손해보험과 분리됐다. 마지막으로 분리된 생명보험이 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각 변화에 대응책을 세우는 일이 급했다.


특별히 직원들에게 당부한 한 가지가 무엇입니까.“분사 작업은 샴쌍둥이를 분리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달라진 규제체계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4000개 넘는 세부 변동사항을 사장, 본부장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전 직원이 1년 동안 바뀐 규제를 확인하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작업 막바지에 과제별로 파일을 만들어 담당자 이름을 써넣었어요.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요. 그러려면 업무를 100% 알아야 합니다. 시험을 치고 나면 실력이 쌓이는 것처럼 출범 후 직원들의 전문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지난해 10월일주일 동안 유럽 출장을 다녀오니 직원들 눈빛이 달라졌더군요. 회사가 출범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인적 자산의 성장입니다.”


전산 시스템도 새로 구축했습니까.

“예. 역시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출범 당일에 새로운 시스템을 깔았습니다. 3월2일 자정에 회사의 모든 데이터를 구 시스템에서 새 시스템으로 넘겼습니다. 오류가 나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어요. 그날 IT 담당자들은 밤을 새고 전 직원이 새벽 5시에 출근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저역시 밤 11시 넘어 퇴근했는데 12시 몇 분엔가 문자가 왔어요. IT 담당 팀장이 ‘사장님, 이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습니다’라고 보냈더군요. 초조해서 한숨도 못 잤어요. 다행히 다음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NH농협생명은 꼭 필요한 전산 시스템을 우선으로 구축한 상태다. 8월13일 삼성SDS와 제휴를 맺고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된 ‘신보험 시스템’을 내년 10월에 오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샴쌍둥이 분리만큼 분사 힘들었다
힘든 준비기간을 거쳐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입니까.“우선 NH농협생명을 알려야지요. 3월에 NH농협손보와 함께 전국에서 출범 맞이 거리 캠페인을 벌였어요. ‘ㅎ’모양의 마크만 봐도 누구나 농협인지 알지않습니까. 그만큼 친근한 브랜드입니다. 기존의 농협 인지도를 바탕으로 금융회사가 갖춰야 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가장 쉽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가 상품이다. 나 대표는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주력했다. 기존 농협보험의 생명보험부문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7.7%의 보험료 수익증가율(업계 평균 6.2%)을 기록해 상품 경쟁력을 보여줬다.


대표상품을 소개해주신다면요.“유배당 상품을 꼽을 수 있겠네요. 국내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유배당 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배당상품은 보험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90%를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무배당 상품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11원에 사서 2원을 배당 받으면 10원에 사서 배당을 못 받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싼 것 아닙니까. 합리적인 젊은 고객층의 호감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업계에서 유배당 상품의 부활이 화제가 됐습니다.“주주 이익에 기여도가 낮아 많은 보험사들이 유배당 상품을 꺼립니다. NH농협생명은 고객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겨 판매를 결정했습니다. 아직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보험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NH농협생명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신생 회사지만 규모가 뒷받침되고 기존의 노하우가 있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NH농협생명의 대표 연금상품인 ‘당신을 위한NH연금보험’은 출시 이후 신규 계약건수가 월 평균 77% 이상 증가했다. 출시 3월 4153건이던 신규가입 건수가 7월에 2만6461건으로 늘었다. NH농협생명은 비갱신형 암보험도내놨다. 암보험의 위험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보험사가 아예 암보험을 취급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 보험료가 올라가는 갱신형 암보험을 판매하는 추세다. 나 대표는 “유배당 상품과 마찬가지로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고객이 원하기 때문에 비갱신형 암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손해를 봅니까.“위험률이 높아서 보험사엔 손해입니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주력상품을 따로 두고 두 상품은 공익적 차원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공제사업자에서 보험사업자로 바뀌면서 퇴직연금·변액보험·금리연동 상품도 취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계적으로 상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높이고 비갱신형 암보험처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은 계속 내놓을 계획입니다. 직원들도 자긍심을 가져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손해 봐도 유배당ㆍ비갱신 암보험 팔겠다


생보사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 다른 차별점이 있습니까.“모세혈관처럼 뻗은 전국적인 판매채널입니다. 4487개의 농축협과 1175개의 NH농협은행이 읍·면 단위까지 뻗어 있습니다. 고객은 산책을 가듯 편리하게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요. 농축협의 보험 판매율이 높아 FC(보험설계사)가 많은 다른 생보사보다 사업비 비중이 낮습니다. 이게 다 고객이 부담해야 할 몫이거든요. 또 아웃바운드 영업보다 고객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계약유지율이 높고 민원이 적은 게 특징입니다.” 현재 NH농협생명의 시장점유율은 10% 정도다. 4487개의 농축협은 자사상품의 판매비율을 25%까지 제한하는 방카슈랑스 규제를 5년 동안 유예 받아 판매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업망과 관련해 FC의 전문성을 앞세운 보험 판매보다농축협을 통한 방카슈랑스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한국은 FC 중심으로 보험시장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다른 판매 채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른 민영보험사를 따라 FC를 계획 없이 늘리는 것은 NH농협생명의 가장 큰 장점을 버리는 일입니다. NH농협생명은 주요 판매 채널인 농축협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생각입니다. 대한생명, 교보생명의 FC(보험설계사) 수가 2만 여명이거든요. 4500개 농축협 한 곳에서 5건만 판매고를 올려도 뒤지지 않습니다. 또 농축협 판매는 고객의 충성도가 높고 서로 관계가 긴밀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물론 FC도 점점 확대하고 있습니다. FC 지점을 37개에서 연말까지 50개로, FC를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FC는 대도시, 수도권 지역의 고객 확보에 중점을 두고 보완 판매 채널로 이용할 계획입니다. GA(독립법인 대리점)채널, DM(다이렉트 마케팅)채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 5700개 영업망, 판매 일등공신나 대표는 20년 동안 보험업계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금융감독위원회 보험사 구조조정위원장, 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생보사 상장자문위원장, 보험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위험보장이 아닌 수익을 목적으로 한 보험상품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험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흠,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보험은 위험관리가 주목적입니다. 처음에는 순수 보장성 상품이 대부분이었어요. 가입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금리를 고려해 저축성상품이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저축성보험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주기능은 보장입니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 되는 양상입니다. 보험업도 비켜갈 수 없을 텐데요. 위기 극복 전략이 있습니까.

“전략보다는 각오라고 해야 맞겠네요. 환경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리스크를 고려해 최대한 이익을 내려고 합니다. 우수한 운용자산 인력을 확보해 위기에 대처해야겠지요.”


2020년 확고한 2위 되겠다
앞으로 계획은….“‘고객사랑 1등 생명보험사’라는 비전에 맞게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보험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늘고 있어요. 전국민을 대상으로 더 확대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1등’은 외형이 아니라 고객서비스와 혜택을 가리킵니다. 그 일환으로 서대문에 330석의 콜센터를 설치했어요. 고객 정보 관리, 해지, 보험료 수납, 사고보험금 상담, 완전판매 모니터링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고객 중심의 상품을 강화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나 대표는 무리한 목표를 잡기보다 안정적으로 경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격적으로 영업해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NH농협생명은 좋은 DNA를 갖고 태어나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운동을 많이 한 우수한 친구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현재 삼성생명이 업계 1위, 대한생명·교보생명·NH농협생명이 2위 군을 이루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규모와 수익률 면에서 확고한 2위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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