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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사 경쟁에 외국계 LCC만 웃는다

국적사 경쟁에 외국계 LCC만 웃는다



2005년 제주항공이 등장하면서 한국에서 촉발된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이하 LCC) 전쟁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LCC가 잇따라 출범하면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LCC의 모회사가 기존 대형 항공사라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가 외형을 키우며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자 대형 항공사가 방어수단으로 새로운 LCC를 시장에 띄우는 판세다.

2012년 8월 현재 공급 좌석을 기준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LCC 분담률은 약 9.7%다. 지난해 6.9%보다 3%포인트 정도 증가했다.2005년 이후 해마다 1%포인트 안팎의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한해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의 항공시장에서도 LCC 바람이 거세 편이다.



에어아시아 시장 지배력 강화

일본에서는 지난해 전일본공수(ANA)가 피치항공과 에어아시아재팬이라는 LCC를 만들었다. 이후 1년 만에 지역항공사의 국내선 분담률이 22%로 늘었다. 이전까지는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국제선 역시 지난해 2.6%에서 올해 4%로 성장했다. 중국 역시 LCC인 춘추항공이 지난해 일본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등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다. 이미 타이와 인도네시아에서 에어아시아가 출범했고, 8월에는 에어아시아재팬도 취항했다.

현재는 싱가포르에 취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멀티 허브 전략을 통해 아시아권에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에어아시아의 공격적인 행보에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등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늘어나는 LCC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최근 생긴 대부분의 LCC가 독립 항공사가 아니라 기존 대형 항공사가 중심이 돼 자회사나 프랜차이즈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항공사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하는 LCC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 될 수 있다. 기존 항공사들은 최근 들어 성장 부진과 비용 상승, 경쟁 심화의 3중고를 겪고 있었다.

특히 중단거리 노선 시장의 상당 부분을 LCC에 빼앗기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게 컸다. 최근 무섭게 오르는 유가도 대형 항공사들의 LCC 설립을 부추겼다. 작은 비행기일수록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과거 유럽은 지금 아시아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한 차례 겪었다. 2000년을 전후해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등 LCC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에 영국의 대표 항공사인 브리티시에어는 1998년 자회사형 LCC인 GO를 설립해 런던에 취항했다. 또 다른 대형 항공사인 KLM도 2000년 LCC BUZZ를취항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GO는 설립 4년 만인 2002년 이지젯에 매각됐고, BUZZ는 2004년 라이언 에어에 매각됐다.

모회사와의 노선이 중복되는 문제를 겪은데다 LCC의 최대 장점이 저비용 구조를 정착하는데 실패해서다. GO매각과 관련해서는 가치를 높여 팔았으니 성공적인 비즈니스였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노선 중복과 비용 등 몇몇 부분에서 문제를 겪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들 사례를 고려할 때, 단순한 시장 방어 목적으로 대형 항공사가 LCC를 만들면 사업 유지가 쉽지 않다. 저원가 구조 완성을 통한 저운임실현이라는 LCC 사업모델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서다. 현재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LCC 전쟁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대형 항공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LCC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특히나 노선 중복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모회사는 중장거리에 집중하고 자회사는 단거리에 집중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진에어의 지분을 100% 보유한 대한항공이 A380 등 초대형 항공기를 도입하고, 아프리카 케냐에 취항하는 등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 것이 한 예다.동남아시아에서 LCC는 분명 크고 있는 시장이다. 여객기 제작사인 에어버스는 현재 28% 수준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여객점유율이 2015년에는 32%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현재 23% 정도인LCC의 비중도 2030년에는 34%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신생항공사들도 동북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부분 초첨을 맞추고 있다. 한국도 이들의 공략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은 중국와 일본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시장가치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LCC 산업은 이제 막 출범한 걸음마 단계지만 잠재력이 크다.아시아 국가들 중 비교적 높은 항공운임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까다로운 사전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점차 개선되고 있다.



국내에도 LCC 전용터미널 만들어야한국의 LCC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세계 각국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현재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LCC도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줘야 한다. 특히 저비용 구조를 토대로 설립된 프랜차이즈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와 초저가 운임을 지향하는 중국의 LCC 시장진입이 본격화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역대 최대의 항공시장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현재 한국을 노리는 외국계 LCC들은 모회사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공유하며 설립 초기임에도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얻고 있어 경쟁에도 유리하다. 일본 피치항공은 승객들이 지불하는 공항이용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간사이국제공항이 올해 안에 LCC 전용터미널을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는 이미 전용 터미널을 갖추고 자국 LCC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이에 한국 국적의 LCC간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LCC가 외국 LCC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LCC들간의 긍정적인 경쟁의 장도 갖춰져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립 LCC의 시장 진입을 막기위해, 대형 항공사들이 자회사형 LCC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항공사들간의 출혈 경쟁에 외국계 LCC만 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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