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열풍’에 국제 물류·택배 업계 신바람
해외 ‘직구 열풍’에 국제 물류·택배 업계 신바람
9월 6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A지구. 2만9248㎡(8847평)에 이르는 대지에 초현대식 국제우편물류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비행장과 곧바로 연결된 공항 내 상급 보안구역이다. 여러 차례 철저한 보안을 거쳐야만 진입할 수 있다. 공항 검색대 수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물류센터 내부로 들어갔다.2만3117㎡(6993평)의 작업장에 해외로 오가는 물류박스가 빽빽하게 쌓여 있다. 사람 키만한 커다란 박스부터 손 안에 들어오는 소형 박스까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300여명의 직원들은 쉴새 없이 우편물을 구분하고 나르고 내보냈다. 그 중심엔 동양 최대 규모의 초현대식 항공소포구분기(IPSM)가 있다. 천장까지 올라오는 높이의 IPSM은 국제우편물류를 전자동으로 국가별로 나눠 보내준다. 1초에 2.25미터 움직이는 빠른 속도로 한 시간에 무려 1만125개의 낱소포와 우편자루를 처리한다. 트랙 길이만 무려 435.2미터에 이른다.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은 IPSM이 분류해서 내보내는 박스들을 나라별·지역별로 묶고 이송컨베이어류에 올려 항공도착작업장으로보낸다. 1100미터 트랙으로 구성된 이송컨베이어류는 수출입 우편물을 이송하고 세관 검사와 창고 이송 역할을 돕는 물류센터의 혈관이다. 철저한 세관검사를 위해 도입된 X레이 검색기는 수출안전검색용 7대와 수입세관검사용 5대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었다. 모든 물류 과정을 거친 박스들을 밖에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에 실었다. 비행기 스케줄이 촉박하기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수출입되는 국제항공우편물을 구분하고 발송·교환과 통관업무를 하고 있다.9월은 비수기에 해당하지만 물류센터 안은 오가는 우편물로 가득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진 것을 것을 증명하듯, 우체국국제특송(EMS) 박스와 소형 포장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몰테일’ 같은 대형 구매대행업체가 현지에서 택배물을 모아 한꺼번에 보내온 물류 더미도 보였다. 한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서 한국 사이트를 통해 구매해 해외로 내보내는 ‘역 해외직접구매’의 국제 택배박스들도 나라별로 쌓여있었다.
김상채 발착계장은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국제택배 물량이 증가해 비수기라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전체 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세 나라가 전체 국제 물류의 80%를 차지한다. 시기별로는 11월 중순부터 1월 상순까지 연말연시가 물류가 가장 많고 바쁘다. 김한준 국제우편물류센터 센터장은 “5년 전부터 물류가 늘기 시작해 최근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머지 않아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대비해 2007년 이사를 올 때 확보해 놓은 건물 옆 부지를 활용한 시설 확충 계획에 조만간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 GLS, 범한판토스 등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국제물류센터들이 공항 외부에 위치한 것과 달리 우정사업본부의 국제우편물
류센터는 공항 내에 세워져 통관 프로세스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비행기가 직접 물류센터로 접근해 물건을 내리고 받는
이에 따라 해외배송, 구매대행 등 관련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물류회사들의 국제택배 물량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살 수 있는 전자상거래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불황에 한 푼이라도 싼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이른바 ‘직구’로 통하는 해외 온라인 쇼핑은 해외 물품 구매 대행료 없이 알뜰 구매가 가능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신‘ (新) 쇼핑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물류업계 ‘국제택배시장 잡아라’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해 유입되는 상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225만9000건에서 2010년 357만 건으로 증가했다. 매출 규모 역시 1억5800만 달러에서 2억7400만 달러로 늘었다. 구매 품목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의류, 신발 등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식료품, 생활용품으로 품목이 확장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백화점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해외 사이트이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를 지원하는 아이허브(www.iherb.com)는 직구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의 엽산제, 다양한 비타민, 허브티, 기능성 샴푸 등을 주로 구매한다. 국내로 직접 배송이 가능해 한국 주소를 적어야 하며 포털 등 번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아기 엄마들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다이퍼스(www.diapers.com)는 육아용품 전문 사이트다.캘리포니아 베이비 크림, 유아용 치약 등 출산·육아 용품이 많이 팔린다. 다양한 디자인의 구두, 운동화를 찾는 사람들은 식스피엠(www.6pm.com)을 자주 찾는다. 브랜드인지도가 높은 상품들은 미국 내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구가 가능하다. 해외 브랜드 의류와 미국산 유명 향초, 보습용품 등 유명브랜드 제품을 국내보다 다양하고 싸게 만날 수 있다.
과거 미국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직구는 최근에는 독일, 호주, 일본, 중국등으로 확산되고 있다.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CJ GLS, 범한판토스 등 국내 대기업 계열의 물류회사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공격적인 네트워크 확장에 힘입어 올 1분기 국제택배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성장한 CJ GLS는 연말 성수기에 대비해 해외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있다. B2B 화물 위주로 비즈니스를 해오던 범한판토스 역시 B2C 국제특송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전자 쇼핑몰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는 등 내년에는 올해 대비 7~8배늘어난 560만 건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범한판토스 오창덕 국제특송사업부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특히 국가간 배송 관련 문제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고객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 세계 156개 글로벌 네트워크와 첨단 배송추적시스템, 특송 화물 자체 통관서비스를 기반으로 보다 빠르고 저렴한 물류서비스를 통해 사실상 외국 물류업체의 독무대가 되고 있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시장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들도 국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국내 물류 시장은 택배 회사가 난립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국제 물류업계는 불황 중 호황을 누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통 큰 투자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박찬우 우정사업단 국제사업담당 사무관은“최근 우체국 국제특송도 증가했지만 그보다 저렴한 국제 소형 포장물의 이용 건수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EMS는 불황에도 연 10%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소형 포장물 물류량은 2007년도 35만t에서 2011년도 419만t으로 110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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