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10만원짜리 뮤지컬 2만원에 본다

10만원짜리 뮤지컬 2만원에 본다



영국 최고의 안무가 매튜 본이 재창조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왕실의 외로운 왕자와 그가 갖지 못한 아름다움과 힘, 자유를 표상하는 환상 속 존재인 남자 백조 사이에 펼쳐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은 댄스 뮤지컬이다. 1995년 초연된 이후 줄곧 호평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도 이미 네 차례 내한해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07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 당시 이 공연의 티켓은 R석 기준으로 10만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B석도 4만원이었다. 하지만 8월, 메가박스가 내놓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2만원이면 관람할 수 있었다.메가박스는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실황 영상을 3D로 만들어 개봉했다. 덕분에 관객은 이제 영화 한편 보는 값으로 뉴욕 발레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게됐다.

9월 5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관람한‘3D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공연장보다 더 생생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아무리 비싼 좌석에 앉아도 쉽게 볼 수 없던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이마에 흐르는 땀까지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최고의 음향 기술이 보태어져 댄스 발레의 역동성이 그대로 전달됐다. 당일 공연장을 찾은 장영민(26)씨는 “내한 당시에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관람을 포기했는데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직접 가서 보는 것 이상으로 현장감이 느껴져서 즐겁게 관람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마의 땀까지 생생하게영화·음악·스포츠·오페라·발레 등 라이브영상을 영화관에 배급하는 ‘퍼블릭 뷰잉(Public Viewing)’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윔블던 선수권 대회 등 인기경기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게 일반화 돼있다. 티켓 수량은 한정돼 있고, 이를 늘리긴힘들기 때문에 마련한 자구책이다. 미국에서도 라이브 음악이나 오페라, 발레공연 등 관람객들이 좀 더 현장감을 맛볼 수 있는3D 생중계가 늘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중심으로 퍼블릭 뷰잉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메가박스는 2005년부터 ‘색깔 있는 문화산책’, 색‘ 깔 있는 음악 산책’ 등의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영화만을 상영하던 상영관에서 연극·마술쇼·뮤지컬 등의 문화 공연과 재즈·클래식 등의 음악 공연을 시도한 바 있다. 2009년부터는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공연 실황 상영을 시작해 최근까지 이어오고있다. ‘메트오페라’로 불리는 ‘The Met: Live in HD’는 메트오페라가 직접 제작한 공연 실황의 영상으로, 메가박스의 음향시스템과 일반 HD화질보다 4배 이상 화질이 뛰어난 4K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마치 실제 공연장에 온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올해 2월부터 11월 말까지 4개 상영관에서 총 10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돈 지오반니’의 경우 좌석점유율이 최대 87%를 기록할 만큼 인기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오페라 감상문화가 확산되어 라인업이 바뀔 때마다 찾는 고정 관객들도 생기고 있는 추세”라며“공연 현장에서 관람하면 좌석에 따라 소리나 시각의 제약이 있는데 극장에서는 어떤 좌석에 앉아서 관람하든 고른 소리와 장면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공연장보다 감상이 편하다는 관람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계적 예술 음악축제 ‘2012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동시 생중계하기도 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경우 서울에서 상영된 총 5개의 공연 중 오페라 2편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 2회가 전석 조기 매진됐다. 일본 그룹인 글레이 콘서트 라이브뷰잉 생중계도 전석이 매진됐다. 콘서트 생중계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기획사 ‘라이브 뷰잉 재팬’과 손잡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는 ‘라르크엔시엘’생중계가 전석 매진됐다.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도 퍼블릭 뷰잉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이른바 ‘얼터너티브 콘텐트’를 상영한다. 시작은 2005년 ‘싸이의 송년 콘서트’와 ‘엠넷/KM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이었다. CGV는 이 공연을 생중계하면서 영화가 아닌 콘텐트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이벤트 형식으로 종종 다양한 콘텐트를 상영하던 것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료화하기 시작했다.가장 인기를 끄는 콘텐트는 역시 콘서트다. 기존 팬들이 콘서트를 보러 오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과 한정된 좌석 때문에 발길을 돌린 ‘소녀팬’들은 영화관에 모여 스크린 속스타에게 환호를 보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랜다. 이 열기는 실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호응이 가장 좋았던 것은 지난해 상영한 일본 걸그룹 AKB48의 ‘AKB 싱글 선발 생중계’였다. AKB48은 지금 일본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걸그룹이다. 국내 팬층도 상당히 두껍다. CGV 관계자는 “일본 AKB48소속사에서 생중계 제안을 먼저 해 왔다”며“한글 자막이 없었는데도 객석 점유율 80%가 넘었다”고 말했다.



음향 설비에 거액 투자얼터너티브 콘텐트 상영이 인기를 끌자 영화관도 이를 위한 시설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 사당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이수점의 경우에는 음향에 예민한 관객들에게 최고의 상영관으로 소문나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1개관 음향설비에 대개 8000만원~1억원이 들어가는데 비해 이 상영관에는 9억원을 들였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즈가 공연 때 고집하는 미국 일렉트로 보이스(EV)사의 앰프와 스피커를 들였고, 1미터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특제 스피커 케이블을 쓴 탓이다.CGV도 최근 THX관을 열어 음향을 전면에 내세웠다. CGV 영등포의 THX관의 경우 조지 루카스가 도입한 ‘THX’인증을 받은 상영관으로 전 세계 2000개 영화관만이 인증을 받았다.

영화관이 얼터너티브 콘텐트를 선정하는 기준은 작품성과 흥행성이다. 메가박스 브랜드팀 이용복 담당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지만 비용이나 거리 상의 문제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영화 이외의 모든 공연 콘텐트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주력 중이다. 콘텐트 수급은 배급사에서 진행하고, 메가박스는 배급사와 협의해 제휴를 맺는 방식이다.아직 공연 상영 비율은 전체 영화관 상영의 5%에 불과하지만 메가박스는 다양한 콘텐트 사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연내 공연 콘텐트 관련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며 “공연 콘텐트에 적합한 상영관 증설도 고려하고 있어 앞으로 관객들에게 더 다양한 공연 문화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CGV 역시 관람 욕구는 있으나 가격이나 물리적 제약이 있는 콘텐트를 위주로 상영한다. 반면 집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영화관이 가진 대형 스크린,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편한 좌석 등의 고스펙을 내세운 콘텐트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최근 런던올림픽 축구경기의 경우 CGV강남의 좌석점유율은 평균 80%를 넘었고, 일본과의 3-4위전은 전관 상영에 모두 매진될 만큼 인기

를 끌었다.

퍼블릭 뷰잉 비즈니스의 전망에 대해 한 영화관 관계자는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극장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가는 과정에서 영화 이외의 콘텐트를 개발하는 건 유의미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극장=영화 보는 곳’이라는 현재의 사고를 뛰어넘어 영화 이외의 각종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극장의 사고가 확대되는 것이 이 사업의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제주도 '비계 돼지고기' 사태에 자영업자들 호소...“정직한 가게도 많다”

2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 공개하는 펄어비스…향후 전망은?

3수출입은행, 수자원공사와 물 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 ‘맞손’

4바이오클러스터 수혜 누리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5기업은행, 18년 연속 ‘한국의 우수콜센터’ 선정

6‘라그나로크 효과 끝났나’…그라비티 1분기 영업이익…전년比 38%↓

7네오위즈, 1분기 영업익 148억원…전년 대비 1085%↑

8컴투스, 1분기 영업익 12억원…흑자전환

9컴투스홀딩스, 1분기 영업익 35억원 ‘흑자전환’

실시간 뉴스

1제주도 '비계 돼지고기' 사태에 자영업자들 호소...“정직한 가게도 많다”

2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 공개하는 펄어비스…향후 전망은?

3수출입은행, 수자원공사와 물 분야 국제개발협력사업 ‘맞손’

4바이오클러스터 수혜 누리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5기업은행, 18년 연속 ‘한국의 우수콜센터’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