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새로운 수출길 열다
온라인으로 새로운 수출길 열다
중소 블랙박스 제조업체인 디에스글로벌 이헌재(39) 대표는 “가수 싸이와 우리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유튜브(Youtube) 덕을 봤다는 거다. 이 회사는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 경찰청에 블랙박스 제품 6900대를 공급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월세 3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둥지를 튼 설립 1년도 채 안된 작은 기업이 큰 수출건을 따낸 것이다. 계기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한 개의 영상이다. 러시아 경찰이 교통 단속 도중 뇌물을 받는 뉴스 장면이었다. 이 영상이 퍼지며 러시아 경찰의 비리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러시아 경찰청은 경찰차에 블랙박스를 부착해 관리 감독을 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수출에 사활을 걸다당시 변변한 실적이 없던 디에스글로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사이트 ‘알리바바(Alibaba)’에서 활로를 찾고 있었다. 제품 설명과 회사 소개를 꼼꼼히 올려놓고 바이어들로부터 오는 문의에는 이 대표가 직접 답변했다. 혹시라도 잠재 고객을 놓칠까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어 점심도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만으로 때울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량 바깥과 실내를 동시에 촬영하는 디에스글로벌 제품에 흥미를 보인 러시아 경찰청과 거래가 진행되며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알리바바에 오른 디에스글로벌의 제품 소개를 보고 연락한 것이다. 제품에 관한 요구 사항이 들어오면 3시간 만에 소프트웨어를 수정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정부 경찰청 공식 블랙박스로 지정됐다. 한 대당 20만원 정도 가격의 블랙박스를 총 6900대 납품해 당시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러시아 경찰이 차량에 블랙박스를 부착했다는 사실이 러시아 국영방송 ‘1TV’ 뉴스에서 보도되자 이 뉴스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다른 나라 경찰청에서도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시 경찰청에 제품 6000대를 납품하고 우리나라 해양경찰청에도 제품을 판매하는 등 정부기관 구매처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몇 주 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를 방문해 버스 운행업체와의 계약을 마무리 짓고 왔다. 2009년 0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10년 30억원, 2011년 4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진행 중인 일본 자동차 기업과 미국 회사와의 거래가 성사되면 100억원대도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직원도 없이 사장 홀로 시작한 사업이 3년 만에 전 세계 187개 바이어로부터 문의를 받고 해외 정부·기업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정도로 신뢰를 쌓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을 통한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처음 회사를 세우자마자 전자상거래사이트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직접 제품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려 최대한 상세한 정보 첨부한 뒤 부지런히 업데이트를 했다.
바이어들의 질문에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즉각 회신한 것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리려면 연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그럴 여유가 없는 신생기업인 만큼 영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구글 검색광고를 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의 무역 거래는 생산자와 바이어간의 신뢰가 부족하고 문의를 해온 고객이라 해도 실제 계약까지 이어질 확률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 이 대표는 “작은 신생업체,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회사라 해도 갖출 것은 갖춰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디에스글로벌은 홈페이지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간결한 문장, 깔끔한 디자인으로 정리한 제품 정보를 올렸다. 견본품을 보낼 때에도 격식을 갖춰 회사 박스에 포장해 발송하는 식이었다. “직원들에게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작은 2%의 차이가 온라인 수출에서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온라인을 타고 해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것이 K-POP만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온라인을 통한 수출길을 찾기에 분주하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2009년 당시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온라인을 통한 수출을 경험한 곳은 28.7%에 불과했고, 해외 전시나 박람회에 참가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을 활용하는 비중이 61.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9년 중소기업청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수출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온라인 수출은 세계 20위권 후반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닷컴, 글로벌소시스(Global sources) 등 세계 최대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국내 회원수도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했다.
먼저 변화를 모색한 것은 바이어들이다. 온라인을 통해 공급업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기업인 마케팅셰르파(Marketing Sherpa)는 기업 구매 담당자가 공급업체 발굴을 위해 온라인 전시회(30%), 검색엔진(30%), B2B사이트(24%) 등 온라인 매체 사용은 늘어나고 전시회 등 대면행사(-37%), 인쇄물(-18%) 등 오프라인 활용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조사기업 시노베이트 역시 해외 바이어들이 신규 거래선 발굴 방법으로 글로벌 B2B사이트, 기존 거래선에 문의, 인터넷 검색, 전시회, 무역 정보 사이트 순으로 선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잠재 고객을 찾으려는 국내 중소기업도 온라인 무역과 마케팅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2011년 KOTRA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가 홈페이지 운영을 제외한 온라인 수출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년 사이 20%나 증가한 것이다. 온라인 해외 마케팅은 무엇보다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한 중소기업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해외 전시회 참가에 최대한 적은 예산을 책정해도 한 번에 1000만원 이상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2011년 중소기업청이 진행한 ‘수출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들도 회사당 평균 1600만원씩 지원 받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알리바바의 골드서플라이어 회원 가입비용은 연 3000달러, 링크드인 유료서비스 비용은 월 25~50달러 선이다. 디에스글로벌의 이 대표는 “중소기업에게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세계 곳곳의 수많은 잠재 고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은 비용”이라고 말한다. 손태규 무역협회 e-biz지원본부장은 “그 동안 중소기업 지원 기관에서 온라인 수출의 필요성을 꾸준히 홍보해 기업인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한국 상품에 대한 해외 시장의 평가가 높아지며 온라인에서 국내 기업을 찾는 바이어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무역 거래 플랫폼을 적극 공략하는 중소기업 중소기업의 온라인 마케팅 방법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기업 홈페이지를 개설하거나 직접 인터넷 검색을 해 가능성 있는 잠재 바이어들에게 홍보성 메일을 돌리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무역 플랫폼을 활용하는 추세다. 특히 세계적인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바이어와 공급업체가 모여있어 정보를 구하고 거래를 추진할 기회가 많다는 것, 견실하게 실적과 신뢰를 쌓은 기업은 온라인을 타고 평판이 퍼져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에 등록된 한국 기업은 2007년 4만5000개에 불과하던 것이 2012년 6월에는 19만 5000여개로 4배 이상 늘었다. 배은주 알리바바닷컴 대표는 “인터넷에 상점을 세워 지역적, 시간적 장벽을 없애고, 잠재적인 파트너를 찾고 세계 각지의 기업들과 경험을 공유, 상호작용해 나가며 글로벌 무역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B2B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장점을 설명했다.
2008년 창업해 건설용 기계의 유압브레이커를 생산하는 신흥건기 역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장점을 100% 활용한 경우다. 2009년 B2B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기 전까지 신흥건기와 같은 중소기업에게 해외시장은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해외에서 열리는 건설장비 전시회에 물건을 출품하는 게 유일한 해외 진출의 통로였지만 참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매출이 작은 중소기업에겐 버거운 일이다.
신흥건기 김국현 대표는 “생산하는 제품 하나의 무게만 1t”이라며 “4~5개의 제품만 전시회에 출품해도 1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9년 알리바바닷컴에 회원사로 등록해 온라인 마케팅을 시작해 이집트, 타이완, 파키스탄은 물론 미국까지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막 지형이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 산악 지형이 많은 아시아 지역 등 국가별로 다른 제품을 내세운 마케팅 방법도 주효했다. 창업 당시 5억원 정도이던 회사 매출도 올해는 20억원을 넘어섰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온라인 수출의 또 다른 장점은 실제 제품이 필요한 바이어와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시회에는 건설장비와 관련한 모든 제품을 모으다 보니 참석하는 바이어들은 많아도 실제 우리 제품을 찾는 바이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며 “온라인 마케팅 상에선 실수요자들이 접촉해 오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온라인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바이어들이 접촉해 올 확률이 있다. 김 대표는 “제품을 살 것처럼 한 다음, 대금을 치르기 전에 물건을 보고 싶다며 초청장을 보내 달라는 경우가 있다”며 “막상 초청을 한 다음 공항에 마중을 나가보면 거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의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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