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 프랑스 최초의 흑인 정당 대표
person of interest - 프랑스 최초의 흑인 정당 대표
프랑스는 4년 전 오바마에 열광하고 도취됐다(went tipsy with Obamania four years ago). 따라서 아를렘 데지르(52)의 프랑스 집권 사회당 대표 당선도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할 일로 보인다(might seem an occasion for bubbly). 데지르는 프랑스 최초의 흑인 정당 대표다. 프랑스 정계에서 가장 멋진 할렘이라는 이름은 덤이다. 하지만 그의 부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게도 썰렁했다. 지난 9월 프랑스 여론조사 응답자의 74%가 관심 없다고 말했다. 열성 사회당원의 절반만 투표장에 나왔을 뿐이다. 게다가 그에 대한 비판은 날카로웠다.
인기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그를 두고 “냉장고 같은 카리스마(the charisma of a fridge)”를 지녔다고 평했다. 대머리에 안경을 쓴 데지르는 합의를 추구하는 형이다. “당 기관원”이라고 놀림 받으며 당 충성파 같은 고리타분한 말만 한다고 질책을 받는다(chided for his party-loyalist platitudinizing). 프랑스식 표현으로는 “나무 혓바닥(wooden tongue)”이다. 10월 18일 그의 당 대표 선출에 일부 평당원이 발끈하며 미리 정해진 각본이라고 비난했다(blasted it as a fait accompli).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그를 당 대표로 내정하고 이미 대리 지도자로 지명했다고 간주됐다.
그는 개성 없고 순응적이고 무능하다고 널리 멸시당했다. 사회당의 “최소 공통분모(lowest common denominator)”이며 야심적인 당내 라이벌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무시당했다. “그의 말에선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 장관이 익명으로 주간지 렉스프레스에서 비판했다. 아를렘 데지르에 대한 평가가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같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단지 그것이 30년 전의 일일 뿐이다.
데지르는 1959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알자스 지방, 부친은 프랑스령 안틸리스 제도의 마르티니크 출신이다. 부모는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문화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그의 이름을 “할렘”으로 지었다. 그는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84년 ‘SOS 라시슴’을 공동 설립했다. 이 인종차별 감시단체는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노란손바닥 위에 “내 친구에게서 손을 떼(Hands Off My Pal)”라고 적힌 슬로건은 한 세대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데지르가 그 대변자였다. 1985년 그 흑인 헤어스타일의 운동가가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30만 명이 운집한 인종차별 반대 콘서트의 진행을 맡았다. 어떤 록스타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미디어의 총아였던 데지르는 “피부색 검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라고 대답했다. 27세 때엔 인기 대담프로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turned heads on a hit talk show). 극우 선동가 장-마리 르펜을 상대했다. 그는 ‘할렘’이라는 이름이 데지르의 본명이 아니라 인기를 끌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데지르는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흔들었다.
그러나 1992년 SOS 라시슴을 떠난 뒤 데지르는 빛을 잃고 희미하게 꺼져 갔다(the activist’s star faded into history). 넥타이를 맨당원이 되어 나중에 사회당 서열 2위까지 올랐다. 최근 야당은 1998년 그의 배임 사건을 다시 들춰냈다. 당시 그는 1980년대의 부정행위에 대해 18개월 집행유예(suspended sentence) 판결을 받았다. 사회당이 범죄자를 대표로 앉힌다는 비아냥에 그는 “젊은 시절의 실수였다”고 답했다. 지난 13년 동안 그는 유럽의회 의원을 맡아 기술관료로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honing his technocrat chops).
비아냥의 소리를 잠재우려면 데지르는 과거의 마법을 되찾아야 한다(will have to reclaim his old mojo). 벌써부터 인기를 잃은 새 사회당 정부를 보좌하면서 그가 어떻게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을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데지르가 나약한 샌님으로 평가절하되는(undersold as a feckless milquetoast) 최초의 사회당 대표는 아니다. 그의 전임자 중 한 명은 1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와 커스터드 쿠키에 비유됐다. 지금은 그 프랑수아 올랑드가 나라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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