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용 장갑 끼고 열선 슬리퍼 신는다
마우스용 장갑 끼고 열선 슬리퍼 신는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몸을 데워줄 아이디어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몸만 데우는 게 아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패션소품으로도 손색이 없고 다용도 기능까지 갖췄다. 이색 아이디어 난방제품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준다. 과거 손을 더럽히던 손난로는 진화를 거듭했다.
석탄 손난로 이후 기름을 넣어서 사용하는 손난로가 유행했다. 주로 지포나 듀폰과 같은 외국 기업이 팔던 제품이다. 기름을 넣으면 20시간 이상 따뜻한 열을 내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주로 수입을 해야만 하는 제품이어서 비교적 가격이 비쌌다. 또 매번 기름을 채워 넣어야 하는 불편함과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2000년대 말 등장한 특수 가공 처리한 천연 밀알로 만든 ‘핫팩 인형 손난로’가 기름 손난로의 뒤를 이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만 데우면 2시간 정도 열을 낸다. 화학작용이 발생하는 기존의 손난로와 달리 천연 곡물로 만들어 비교적 안전하다. 무엇보다 인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만들어 반응이 좋다. 기업에서는 회사를 홍보하는 캐릭터 인형이나 광고문구를 넣어 제작하기도 한다. 개당 가격도 5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석탄에서 전기로 진화한 손난로손난로의 가장 진화된 형태는 전기 손난로다. 콘센트나 컴퓨터 USB 포트에 꽂아 충전을 하면 2~3시간 정도 열이 발생한다. 부피도 작고 가벼워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해 충전기능을 겸비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외형은 과거 유행했던 MP3 플레이어와 비슷하다. MP3 플레이어처럼 목에 걸고 다니거나 주머니에 가볍게 넣고 다니기가 좋다. 최근에는 이 전기 손난로에 진동 기능을 추가해 어깨나 두피를 가볍게 안마해 줄 수 있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디어는 정해진 조건 안에서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지난해 정부가 겨울철 전력난 방지를 위해 실내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한 게 이 같은 역할을 했다. 냉기가 가득한 사무실에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정부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던 공무원 최현주(여·31)씨는 “혹한기에 업무를 위해서 소형 난방기구는 필수 아이템이 됐다”며 “과거엔 특이한 제품이 있으면 재미로 한두 번 구매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제품 한 두 가지는 구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곧 수많은 아이디어 상품의 개발로 이어졌다. 책상 위에 놓고 머그컵을 올려 놓으면 음료를 항상 따뜻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머그워머란 제품이 등장했고, 컴퓨터에 전력으로 도시락을 데워주는 제품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열선을 달아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우스용 장갑이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 됐다. 이 장갑은 이제는 발을 데워주는 열선 슬리퍼로도 진화했다. 손가락 부분을 뚫어 키보드 타이핑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열선 장갑도 비슷한 형태의 제품에 속한다. USB에 연결해 열을 내는 방석, 무릎담요, 미니 온열기구도 인기 제품이다.
사무실 이색 난방용품의 등장에 큰 몫을 한 것은 USB포트다. PC에 마우스나 프린트 기기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인데 최근에는 이 USB에 연결해 사용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늘고 있다. 사무실에 항상 놓여있는 PC가 소중한 전력공급원의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그간은 사무실 당 몇 개 밖에 없는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하는 것이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개인이 소유한 PC가 간편한 해결책이 됐다. 전기 콘센트에 비해 낮은 전력을 공급해 지나치게 높은 온도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도 덜어준다. 사례로 언급한 제품들도 전기콘센트가 아닌 USB에 꽂아 사용하는 제품이다.
떨어진 기온에 2주 빨리 프로모션이색 아이디어 난방제품은 직장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추위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핫팩 무릎담요와 방석도 나왔다. 밀알 손난로가 변형돼 만들어진 제품이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사용하는 제품인데, 등교시 데워서 가면 기온이 낮은 아침 나절을 든든하게 버텨준다. 열기가 식은 다음엔 일반 무릎담요나 방석으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군인들을 위한 군화용 핫패드 깔창도 있다.
최근 속옷 위에 파스처럼 붙여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핫패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핫패드를 변형해 군화에 부탁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영하의 날씨에서 1~2시간씩 야외근무를 경험해본 군제대자라면 손끝과 발끝을 괴롭히는 추위의 공포를 느껴봤을 것이다. 아이디어 난방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면서 유통업계가 덩달아 바빠졌다. 옥션이나 11번가 같은 온라인 오픈마켓이 가장 적극적이다.
업계에서는 10월 말 갑자기 내려간 기온 때문에 관련 제품의 주간 매출이 30~40%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1-2012 겨울시즌 매출도 전년대비 30% 이상 늘었다. 분위기를 이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옥션 홍보팀 김선희 담당은 “지난해와 비교해 2주정도 일찍 할인행사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소형 난방상품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몰과 달리 홈쇼핑 업계는 전기장판이나 히터 등 기존 상품의 판매를 강화에 힘쓰고 있다. 대부분 소형 아이디어 상품의 가격이 1만~2만원 정도로 낮아서 TV홈쇼핑에서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아이디어 상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GS홈쇼핑 이승제 홍보팀 과장은 “올 겨울엔 전기매트를 대신하는 온수매트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온수매트는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제품으로 전기열선을 사용하는 대신에 물을 데워 사용하는 매트다. 전기매트에 비해 몸에 해로운 전자파가 적게 나오고, 전기절약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고장이 잦고, 전자파 차단 효과가 적다고 알려지면서 외면 받았던 상품이다. 3~4년 시간 동안 단점을 가다듬고 다시 소비자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이 과장은 “과거엔 영세업체가 만들어 품질이 조악한 상품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꽤 규모가 있는 업체가 상품 개발에 나서 품질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소형 난방제품에 대한 수요는 많은 기업을 시장으로 끌어 들였다. 저가 상품, 중소기업 위주였던 시장에 품질과 성능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는 대기업도 등장했다. 일본의 산요는 뛰어난 베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번 충전으로 4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손난로를 판매하고 있다. 이후 디자인을 강화한 계란모양의 상품도 내놨는데 10만원 정도의 비싼 가격에도 인기가 좋다.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아이리버는 자사의 MP3 플레이어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전기 손난로를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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