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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일등공신

승리의 일등공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공화당 인사들의 출마 포기와 롬니의 부정직한 선거운동이 오바마를 도왔다



버락 오바마는 지난 5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2만 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마지막 선거유세 연설을 했다. 2008년 오바마의 ‘젊은이의 행진(Children’s Crusade, 그해 아이오와 민주당 당원대회에 이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참석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 시작된 디모인 선거운동 본부에서 가까운 곳이다.

그 자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오바마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왼쪽 눈에서 눈물 몇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자신이 성취하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인 듯(perhaps in appreciation of the enormityand the improbability-of what he was about to accomplish)했다.

하지만 24시간도 안 돼 그 눈물은 기쁨의 몸짓으로 바뀌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는 2008년 대통령 당선 직후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던 때보다 더 활기차고, 더 이상주의적(more exuberant, more idealistic)으로 보였다. 그럴 만하다(And for good reason).

올해의 경제 흐름은 조류라기보다 태풍에 가까운 위력으로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The economic current against President Obama this year was more like a typhoon than a tide). 넓게 보면 1948년 트루먼 대통령 시절부터 2008년 부시 대통령 시절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8%를 웃돌았던 기간은 총 39개월이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가 집권한 46개월 동안 실업률이 8%를 넘은 기간은 43개월이나 된다.

중산층의 가구당 소득 중간값(median household income for the middle class)은 2000년 이후 5000달러가까이 떨어졌다. 또 중산층 가정의 순자산 중간값(median net worth of a middle-class family)은 2007~2010년 40%나 떨어졌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 오바마가 탄핵을 당하지 않은(Obama wasn’t impeached) 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재선까지 성공했으니 그의 부모가 아들의 이름을 제대로 지은 게 확실하다[‘버락’은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았다(blessed)’는 뜻이다]. 오바마의 성공 비결이 뭘까를 생각해 봤다.



공화당이 그를 도왔다(The Republicans Helped Him).젭 부시, 미치 대니얼스, 크리스 크리스티, 마르코 루비오, 존 순, 헤일리 바버 등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all took a pass this time). 그 결과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을 바꿔보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눈 앞엔 ‘클라운 카(clown car, 조그만 차에서 광대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서커스 쇼의 일종)’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예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쪽엔 매주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는데 모두 이상한 사람들뿐이었다. 롬니는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후보(the strongest candidate in a weak field)였다. 마치 ‘대법원에서 가장 섹시한 인물(the sexiest member of the Supreme Court)’로 뽑힌 것처럼 영광스러운 일인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롬니는 경쟁 후보들보다 자금을 수백만 달러씩 더 써서(by outspending him or her by many millions) 그들을 물리쳤다. 또 극우파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공격했다(outflanking them on the far right). 예를 들어 뉴트 깅리치나 릭 샌토럼을 우익의 입장에서 공격하려면 극우파가 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롬니는 온건파로 나설 수도 있었다. 보울스-심슨 위원회(적자 재정 감축을 위한 오바마 정부의 초당적 기구)의 요구대로 부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는 데 찬성하든가. 또는 30발짜리 탄창을 장착한 개인화기(30-round ammo clips for assault weapons)에 반대하든가.

아니면 낙태나 동성애자 권리에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수하든가 말이다. 하지만 롬니는 조지 W 부시보다 더 우익으로 갔다. 그는 부시의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이민 개혁정책을 지지하던 입장을 바꿔 깅리치와 릭 페리가 “불법 이민자들을 인간으로 취급한다(treat undocumented immigrants as human beings)”고 공격했다.

롬니는 선거운동 막바지 몇 주 동안 뻔뻔스럽게도 중도로 방향을 틀었다(made a brazen effort to move to the middle). 그리고 그 전략은 거의 성공을 거둘 뻔했다. 만약 그가 극우파의 시대에 뒤진 주장에 도전하는 메사추세츠주 출신의 온건파로서 일관성을 보여줬다면 지금쯤 대통령 당선자(president-elect)가 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거짓말은 실패를 낳는다(Fibbing Fails).미트 롬니는 첫 번째 선거 광고에서 버락 오바마가 “경제 이야기를 계속하면 우리가 패배한다(If we keep talking about the economy, we’re going to lose)”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말은 4년 전 공화당의 한 보좌관이 한 말을 오바마가 인용한 것이다. 오바마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 이야기를 계속하면 우리가 패배한다’라고요.” 이 거짓 광고부터 “크라이슬러가 지프의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마지막 허위 광고까지 롬니는 놀라울 정도로 부정직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롬니의 지프 광고는 역효과를 낳았다(Romney’s Jeep ad backfired). (톨리도에서 지프를 생산하는 근로자를 포함해) 오하이오의 노조원 사이에서 오바마의 지지도는 2008년보다 훨씬 높아졌다.

롬니는 차라리“난 여러분을 바보로 여긴다”는 광고를 내보내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Romney may as well have run ads that said, “I think you’re stupid”). 지프 광고를 보고 유권자들이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because that’s the message voters got).



전당대회는 여전히 중요하다(Conventions Are Still Consequential).대통령 선거 때가 돌아오면 “이제 전당대회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헛소리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치인들이 모여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지를 놓고 흥정을 벌이는 밀실 따위는 없다(there are no smoke-filled rooms in which grizzled pols horse-trade over who the nominee will be).

대통령 후보는 유권자들이 선택한다. 전당대회가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에서 예전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못 한다(예비선거에서 윤곽이 정해지기 때문이다)고 해서 이젠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결혼식과 같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이미 결정됐지만(the conclusion is foreordained) 의식이 어떻게 치러지는지가 중요하다(how it’s pulled off matters).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평범했다. 마치 평범한 결혼식처럼 특별히 불길한 조짐은 없었다. 하지만 연로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건배를 제안하고 ‘빈 의자 퍼포먼스(연단의 빈 의자에 오바마가 앉아 있다 가정하고 롬니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했다)’를 펼친 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반면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했다. 클린턴이 연설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마치 그의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간 듯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 말하기 좋아하는 한 인사는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롬니의 입장 바꾸기 전략(flip-flop)을 공격하지 말라고 조언함으로써 오바마를 선거에서 패하게 할 뻔했다(may have cost Obama the election)고 말했다(여론조사에 따르면 롬니의 입장 바꾸기 전략은 실제로 그에게 도움이 됐다.

롬니가 당초의 입장을 바꿔 낙태권리를 지지하기를 기대하는 여성들이 롬니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클린턴이 여전히 대단한 영향력을 지녔다(Clinton was still magic)는 사실을 안다. 클린턴의 연설이 끝난 직후 내 친구이자 CNN의 동료인 공화당원 알렉스 캐스텔라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버락 오바마의 재선을 확정하는 순간이 될 듯하다(This will be the moment that probably reelected Barack Obama). 빌 클린턴은 과거에 한번 민주당을 살렸다. 민주당이 극좌로 치닫던 시기에 나타나서 당을 중도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 밤 다시 한번 민주당을 살렸다.”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우위로 올라서기(surged to a solid lead) 시작했다. 빌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의 연설(내가 들은 연설 중 최고 수준이었다), 감성적인 조 바이든,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할 일을 다하는 오바마 대통령 덕분이다. 민주당은 치열한 접전을 끝내고(blowing open a dead-heat race) 승리를 차지할(walk away with it) 기세였다.



한번의 토론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One Debate Can Change Everything).난 사실 대통령 후보 TV 토론의 위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TV 토론은 “선거전의 양상을 다시 한번 다져주는(solidify the race where it is) 행사”에 불과하다고 믿었고 그렇게 말해 왔다. 하지만 틀렸다. 첫 번째 TV 토론에서 미트 롬니가 인상적인 토론을 펼치는(turn in a truly impressive performance) 장면을 672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그는 조용하고 자신 있게 5가지 경제 살리기 계획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반면 오바마는 그의 말을 무시하는 듯 산만하게 굴었고 역겹다는 표정이었다. 이 토론 한번으로 롬니는 전세를 뒤집었다(Romney’s performance singlehandedly turned the tide). 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얻은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두세 번째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우세했다. 그는 무자비하면서도 재치 있게 롬니를 공격했다(hitting Romney mercilessly andwittily). 롬니는 꼼짝없이 당했고 오바마는 그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선거전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전을 벌였고 선거전의 나머지 기간 동안은 오바마가 약간 앞서는 상태(a narrow but stable Obama lead for the rest of the race)를 유지했다.



추한 작전은 초반에 써라(Go Ugly Early).우리 아버지는 “네 인생의 주인공은 언제나 너(You’re always the hero of your own story)”라고 말하곤 했다. 내 경우엔 확실히 맞는 말이다. 뉴스위크를 떠나 있던 동안 오바마를 지지하는 수퍼팩(super PAC, 연방 선거법의 자금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 후원단체)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모금에 열을 올리면서 아랫사람들에게 호통도 많이 쳤다(I was busy raising money and raising hell). 이전에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빌 버튼과 션 스위니가 설립한 이 수퍼팩은 극우파의 전략을 흉내내(to take a page from the far right) 롬니의 최대 강점을 최대 약점으로 탈바꿈시키기로(turn Romney’s greatest strength into his greatest weakness) 했다. 그들은 롬니를 입장 바꾸기 선수(a flip-flopper)나 ‘극보수파(severe conservative)’라고 공격하는 데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

버튼과 스위니는 자신들의 전략적 비전을 끝까지 고수했다. 그들은 롬니가 운영하던 투자 컨설팅 회사 베인 캐피털을 공격 목표로 정했다. 두 사람은 큰 돈 쓰는 일을 혐오하는 민주당의 기성 세력 때문에 좌절하고, 시카고 선거운동 본부의 일부 운동원들이 자신들의 수퍼팩을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비난했지만 꿋꿋이 견뎌냈다.

우리의 목표는 롬니의 최대 강점인 사업 기록을 약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작전의 지침을 제공한 사람은 2009년 작고한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2008년 선거를 앞두고 나는 케네디를 찾아갔다. 당시 난 롬니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케네디는 그를 이길 방법을 알려줬다(Kennedy gave me a tutorial on how to beat him). 그는 “롬니를 얕보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기지와 재력이 있는 데다 못할 말이 없고 어떤 입장이라도 취할 수 있는 인물이다(He’s smart and resourceful and will say anything, take any position).”

케네디는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이 베인 캐피털에 인수된 뒤 문을 닫은 회사의 직원들을 추적해 조사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는 케네디의 전략을 흉내내 해고된 중산층 근로자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상징했다(emblematic of the collapse of the middle class).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의료보험이 취소됐고 생활은 엉망이 됐다.

조지아 주지사를 지냈으며 현 상원의원인 내 오랜 친구 젤 밀러는 “공격 받은 개는 짖어대기 마련(a hit dog barks)”이라고 알려줬지만 롬니는 침묵을 지켰다. 그때 롬니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그는 우리처럼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수퍼팩이 자신을 고든 게코(영화 ‘월스트리트’에 나오는 탐욕스러운 기업 사냥꾼) 같은 인물로 규정하도록 내버려뒀다. 롬니에게서 사업 기록을 빼면 그에게 남는 건 개인적인 매력뿐이었다(Without his business record, Romney was left with nothing but his charm).



정부가 진짜 해결책이다(Government Really Is the Solution).허리케인 샌디는 우파의 신념 두 가지를 무너뜨렸다. ‘버락 오바마는 고집스러운 당파주의자(an intractable partisan)’라는 것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덩어리’라는 것이다. 허리케인이 닥친 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원인 뉴저지주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이 일이 있기 몇 주전 공화당 전당대회의 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오바마를 맹렬히 공격했다)와 힘을 합해 일하는 모습은 두 사람 다 실용적인 문제 해결사(pragmatic problem solvers)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허리케인 샌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연방정부가 위기에 훌륭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처럼 반정부적 정서가 팽배한 시점에 놀라운 일이다. 연방정부가 지방자치에 간섭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불평을 늘어놓는 건 좋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BP나 핼리버튼 같은 세계적 기업보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구조의 손길을 기대하지 않는가? 만약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선의를 가진 미국인들은 서로를 공격하는 대신 힘을 합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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