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러시아·중국 찍고 브라질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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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한 자동차 금융으로 현대·기아차 판매 도와…“회사 이익 30% 해외서 거둘 것”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치인 700만대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현금 할인 등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13개월 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1~10월 사이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어난 62만8607대를 팔았다.
자동차 한 대를 파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 판매전략 이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근에는 금융과 연계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2000년대 후반 기아차는 오스트리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 전략 차종인 씨드(cee’d)가 당시 경쟁 차종이던 토요타 아우리스, 폭스바겐 골프 등과 비교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데다 7년 보증제라는 파격적인 사후 서비스를 약속한 것이 먹혔다. 여기엔 또 하나의 비밀이 숨어있었다.
기아차가 2007년 2분기에 출시한 ‘트리플 액션’이라는 자동차 금융 상품이다. 트리플 액션은 매달 잔금을 나눠 갚는 기존의 할부 금융과 달리 큰 덩어리로 나눈 뒤 1년에 한 번씩, 세 번에 나눠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3만달러 짜리 차라면 살 때 1만 달러, 1년 뒤 1만달러, 그 다음해 1만달러를 내는 식이다. 당시 기아차는 ‘무이자로 세 번에 나눠내라’고 홍보했다. 보너스를 받는 시즌에 목돈이 생기는 오스트리아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이었다. 발상을 바꾼 신선한 할부 상품에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경쟁사들도 트리플 액션과 유사한 상품을 따라 내놓을 정도였다.
“제2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만들 것”금융이 자동차 판매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오래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구매 시 금융 이용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약 60%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자동차 판매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금융사의 역
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의 품질이나 서비스 못지 않게 금융의 현지화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차를 구매할 때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했다.
애초 현대·기아차는 사내에 금융사와의 제휴, 상품 개발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자동차 금융팀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열사 내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의 전속금융사인 셈인데, 자동차회사들이 전속금융사를 두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폭스바겐이 5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유럽 전역에 전속금융망(Captive Finance)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캐피탈과 현대·기아차 간 시너지 효과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2009년 현대차 미국법인은 차를 구입한 뒤 12개월 안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히트를 쳤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2008년 최악의 금
융위기로 미국 내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신차 구매가 줄자 현대차가 2009년 1월 선보인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꿰뚫은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프로그램 출시 이전 3%대에 머물던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이후 급증해 지난해 처음으로 5%대에 올라섰다. 이 프로그램을 담은 광고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09년 최우수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로서는 아주 훌륭한 파트너가 생긴 셈이지만 현대캐피탈에도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적인 과제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국내 자동차 금융·리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성장이나 수익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상황이었다. 해외로 눈을 돌린 현대캐피탈은 2009년 9월 국내 소비자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유럽지역에 진출했다. 유럽 최대 금융사 중 하나인 산탄데르 소비자 금융과의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독일’을 설립했는데 판매사인 기아차와 금융사, 각 딜러 사이의 금융 거래를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신속하고 편리한 방식에 이용비율이 빠르게 늘었다. 지금은 기아차 구입 고객의 절반이 현대캐피탈을 거쳐가는 구조가 됐다.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캐피탈은 2010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뛰어들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본이 탄탄하고 현지 금융에 밝은 합작사를 찾아야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게 난제였다.
시장 진출 초기에는 홀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합작은 제휴와 달리 복잡하다. 이해관계도 맞아야 하고 회사의 DNA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제휴가 연애라면 합작은 결혼’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합작 금융사의 직원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현대캐피탈의 강점인 상품개발 능력을 직접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의사결정과정, 독특한 회의 시스템 등을 교류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부족한 무엇을 채워줄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직접 눈으로 보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상품개발력 합작사에 전수‘가장 현대캐피탈다운’ 접근에 해외 유력 금융사들의 시선은 바뀌기 시작했다. 오랜 준비 끝에 올 7월 현대캐피탈은 산탄데르와 함께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영국'을 설립했다.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와 금융사의 거래를 중개하는 컨설팅사가 아닌 할부금융사다.
초기 자본금은 2000만 파운드(약 360억원).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이 50%씩 나눴다. 이전에도 국내의 많은 금융사가 해외로 진출했지만 대부분 현지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영국 진출은 영국인들에게 직접 자동차 할부금융과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달 뒤에는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2005년 9월 북경에 사무실을 낸 지 7년 만이다. 9월 25일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 북경기차투자유한공사(이하 북기투자)와 함께 합작법인 ‘현대캐피탈 중국’을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5억 위안(약 870억원)으로
지분 구조는 현대캐피탈 46%, 현대차 14%, 북기투자 40%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올 상반기에만 96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구매력을 갖춘 젊은층과 중산층이 늘고 있는데다 서부 내륙 지역으로 자동차시장이 확산하는 추세라 전망도 밝다. 중국 소비자의 자동차 금융 이용률은 10%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간 현금 거래 위주의 판매 방식을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바꿔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과 강력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북기투자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까지 중국 내 현대·기아차 딜러의 95%를 고객으로 확보 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발목을 잡았지만 예상보다는 빠른 진출”이라며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시장을 새로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인데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성공 모델 중국에 이식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공장 생산 시작 시점에 맞춰 러시아에 금융 컨설팅 법인을 냈다. 신용조사기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처음에는 사업이 쉽지 않았다. 관료화된 금융사들의 태도와 딜러의 신뢰도 역시 문제였다. 방안을 찾던 현대 캐피탈은 선진적인 시스템을 러시아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프랑스계 금융사 루스파이낸스를 파트너로 선택해 제휴를 맺었다.
결과는 성공적. 당시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15만대 정도였는데 인기 모델 쏠라리스(국내명 액센트), 리오(국내명 프라이드)의 인기와 현대캐피탈이 공격적인 금융상품이 시너지를 내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차와 금융의 결합으로 차의 판매량도 늘고 금융 이용률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국영은행들도 관심을 보여 현재 4~5개의 현지 은행과 제휴를 맺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브라질, 인도, 호주 지역에도 법인을 개설하고 인력을 파견했다. 특히 브라질 시장에 기대가 크다. 최근에만 담당 임원이 3~4 차례 브라질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제휴사인 브라질 산탄데르 직원도 한국으로 불러 함께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판매하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전체 이익의 3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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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치인 700만대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현금 할인 등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13개월 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1~10월 사이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어난 62만8607대를 팔았다.
자동차 한 대를 파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 판매전략 이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 중에서도 최근에는 금융과 연계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2000년대 후반 기아차는 오스트리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 전략 차종인 씨드(cee’d)가 당시 경쟁 차종이던 토요타 아우리스, 폭스바겐 골프 등과 비교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데다 7년 보증제라는 파격적인 사후 서비스를 약속한 것이 먹혔다. 여기엔 또 하나의 비밀이 숨어있었다.
기아차가 2007년 2분기에 출시한 ‘트리플 액션’이라는 자동차 금융 상품이다. 트리플 액션은 매달 잔금을 나눠 갚는 기존의 할부 금융과 달리 큰 덩어리로 나눈 뒤 1년에 한 번씩, 세 번에 나눠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3만달러 짜리 차라면 살 때 1만 달러, 1년 뒤 1만달러, 그 다음해 1만달러를 내는 식이다. 당시 기아차는 ‘무이자로 세 번에 나눠내라’고 홍보했다. 보너스를 받는 시즌에 목돈이 생기는 오스트리아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이었다. 발상을 바꾼 신선한 할부 상품에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경쟁사들도 트리플 액션과 유사한 상품을 따라 내놓을 정도였다.
“제2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만들 것”금융이 자동차 판매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오래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구매 시 금융 이용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약 60%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자동차 판매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금융사의 역
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의 품질이나 서비스 못지 않게 금융의 현지화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차를 구매할 때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했다.
애초 현대·기아차는 사내에 금융사와의 제휴, 상품 개발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자동차 금융팀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계열사 내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의 전속금융사인 셈인데, 자동차회사들이 전속금융사를 두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폭스바겐이 5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유럽 전역에 전속금융망(Captive Finance)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캐피탈과 현대·기아차 간 시너지 효과는 미국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2009년 현대차 미국법인은 차를 구입한 뒤 12개월 안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히트를 쳤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2008년 최악의 금
융위기로 미국 내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신차 구매가 줄자 현대차가 2009년 1월 선보인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꿰뚫은 이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했던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고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프로그램 출시 이전 3%대에 머물던 현대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이후 급증해 지난해 처음으로 5%대에 올라섰다. 이 프로그램을 담은 광고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09년 최우수 광고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로서는 아주 훌륭한 파트너가 생긴 셈이지만 현대캐피탈에도 해외 시장 개척은 필수적인 과제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국내 자동차 금융·리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성장이나 수익 모멘텀이 점차 둔화하는 상황이었다. 해외로 눈을 돌린 현대캐피탈은 2009년 9월 국내 소비자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유럽지역에 진출했다. 유럽 최대 금융사 중 하나인 산탄데르 소비자 금융과의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독일’을 설립했는데 판매사인 기아차와 금융사, 각 딜러 사이의 금융 거래를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신속하고 편리한 방식에 이용비율이 빠르게 늘었다. 지금은 기아차 구입 고객의 절반이 현대캐피탈을 거쳐가는 구조가 됐다.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캐피탈은 2010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뛰어들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자본이 탄탄하고 현지 금융에 밝은 합작사를 찾아야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게 난제였다.
시장 진출 초기에는 홀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합작은 제휴와 달리 복잡하다. 이해관계도 맞아야 하고 회사의 DNA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제휴가 연애라면 합작은 결혼’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합작 금융사의 직원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현대캐피탈의 강점인 상품개발 능력을 직접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의사결정과정, 독특한 회의 시스템 등을 교류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부족한 무엇을 채워줄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며 “직접 눈으로 보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상품개발력 합작사에 전수‘가장 현대캐피탈다운’ 접근에 해외 유력 금융사들의 시선은 바뀌기 시작했다. 오랜 준비 끝에 올 7월 현대캐피탈은 산탄데르와 함께 합작회사 '현대캐피탈 영국'을 설립했다.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와 금융사의 거래를 중개하는 컨설팅사가 아닌 할부금융사다.
초기 자본금은 2000만 파운드(약 360억원).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 산탄데르 소비자금융이 50%씩 나눴다. 이전에도 국내의 많은 금융사가 해외로 진출했지만 대부분 현지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영국 진출은 영국인들에게 직접 자동차 할부금융과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 달 뒤에는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2005년 9월 북경에 사무실을 낸 지 7년 만이다. 9월 25일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 북경기차투자유한공사(이하 북기투자)와 함께 합작법인 ‘현대캐피탈 중국’을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은 5억 위안(약 870억원)으로
지분 구조는 현대캐피탈 46%, 현대차 14%, 북기투자 40%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올 상반기에만 96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다. 구매력을 갖춘 젊은층과 중산층이 늘고 있는데다 서부 내륙 지역으로 자동차시장이 확산하는 추세라 전망도 밝다. 중국 소비자의 자동차 금융 이용률은 10%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간 현금 거래 위주의 판매 방식을 자동차 할부금융으로 바꿔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과 강력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북기투자의 장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까지 중국 내 현대·기아차 딜러의 95%를 고객으로 확보 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발목을 잡았지만 예상보다는 빠른 진출”이라며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시장을 새로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인데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성공 모델 중국에 이식현대캐피탈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공장 생산 시작 시점에 맞춰 러시아에 금융 컨설팅 법인을 냈다. 신용조사기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처음에는 사업이 쉽지 않았다. 관료화된 금융사들의 태도와 딜러의 신뢰도 역시 문제였다. 방안을 찾던 현대 캐피탈은 선진적인 시스템을 러시아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프랑스계 금융사 루스파이낸스를 파트너로 선택해 제휴를 맺었다.
결과는 성공적. 당시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15만대 정도였는데 인기 모델 쏠라리스(국내명 액센트), 리오(국내명 프라이드)의 인기와 현대캐피탈이 공격적인 금융상품이 시너지를 내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차와 금융의 결합으로 차의 판매량도 늘고 금융 이용률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제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국영은행들도 관심을 보여 현재 4~5개의 현지 은행과 제휴를 맺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브라질, 인도, 호주 지역에도 법인을 개설하고 인력을 파견했다. 특히 브라질 시장에 기대가 크다. 최근에만 담당 임원이 3~4 차례 브라질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지 제휴사인 브라질 산탄데르 직원도 한국으로 불러 함께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판매하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전체 이익의 30% 이상을 해외 사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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