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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전력 수급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뿐”

Issue - “전력 수급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뿐”

원전에 대한 불안 과장돼…경북원자력클러스터로 원전 수출 기대



한국의 전력난이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원전) 추가 건설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기피심리가 만연해 있다. 본지는 원자력발전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 원자력발전의 방향과 과제를 들어봤다. 또 원전관련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경북원자력클러스터의 현황을 짚었다. 좌담회는 12월 3일 이코노미스트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상주 기자(이하 박) : 한국 원자력 산업의 현 수준과 발전가능성은 어떤가.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이하 제):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30년 전 고리 1호기에서 시작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할 정도로 발전했고 그동안 인력양성도 많이 됐다. ‘식스체인’이라 부르는 원전건설 전 과정이 고루 분업화·전문화돼 왔다. 30년 동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두 측면에서 모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원전 가동률이나 부실빈도 등에서 볼 때도 좋은 지표들이 많다.

국내외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한국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세계적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 세계 원전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UAE 수출 이후 후속적인 원전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한국의 원전 산업은 지금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른 국내 원전 건설에 국한돼 있다.



최용규 경북테크노파크 산업기획팀장(이하 최):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기술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일본이 재난 상황에 따른 원전 대처를 잘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은 과연 괜찮을까하는 염려와 의구심이 일었다. 이에 더해 고리, 월성, 영광 원전의 잦은 고장과 원전기자재 위조품 문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 비리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원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불신의 벽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원전 건설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도 지역에 가장 급박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식으로 진행돼야하는데 일률적인 지원에 그쳐 원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 부정적 여론에는 언론의 과장되고 자극적인 보도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예컨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 원전의 문제등급은 0~8등급으로 나눠져 있는데 3등급인 ‘불시 정지’는 ‘고장’ 수준이다. 그런데 언론이 이를 ‘사고’라고 적어 국민 불안을 키웠다.

두 번째는 원전 담당자의 소통부족이다. 한수원이 ‘영광3호기 안내관 균열을 처음 발견했다’ ‘이례적이다’며 논란을 키웠다. 이건 2004년부터 모니터돼 왔고 2010년에도 보수를 한 것이다. 영광3호기는 2014년 교체 계획에 있던 거다. 모니터되고 있으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접근해야할 것을 갑자기 뭔가 터진 것처럼 잘못 말한 거다.

이런 소통 문제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원전 건설을 반대하게 만든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지진이나 해일의 위험이 적어 일본보다 안전하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통제가 가능하다.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장(이하 김): 한국에 원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전체 전력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넘어간 적은 없다. 원전에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이 엄청난데도 이를 자제해온 것이다. 원자력으로 30년간 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고 전기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0년간 10% 남짓으로 제한할 수 있었다.

원전으로 생산한 저렴한 전기가 한국 산업 성장에 기여했고 원전 자체 기술도 키워 원전 수출까지 성공했다. ‘한국 기술이 일본보다 나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 원전 기술은 한국이 일본보다 뛰어나다.



: 방사능 문제로 불안한 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나.



: 원전은 혹시라도 방사능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신재생에너지로 가야한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 풍력, 태양광 발전은 상당히 미미해서 각각 전체 전력생산량의 0.2%, 0.4%에 불과하다. 올해 계획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이다.

폐기물을 태워서 만드는 전기나 수력, 바이오 발전을 다 합쳐도 2.6%밖에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로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국의 전력수급에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울진 5·6호기를 가동 못 하면 하루 100억원의 전기를 사와야 한다.



: 신재생에너지의 방향이 원칙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술력과 경제성, 장기안정성, 국제경쟁력, 한국과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단가가 원전에 비해 10~12배 비싸다. 정부가 에너지발전차액제도 등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가 기술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기반 전력으로 삼을 수는 없다. 원전을 대신하는 것으로는 궁극적으로 수소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 좋다.



: 이명박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평가해 달라.



: 원자력을 해외수출산업화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1회에 불과하지만 수출의 물꼬를 텄다는 게 중요하다. UAE 수출 조건에서 한국이 UAE에 재정지원을 했느냐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는 처음 해외수출을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일 수 있다. 공급국도 일정부분 리스크를 나눠 가지자는 의미이고 금융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봐야한다.



: 이명박 정부는 원전 건설을 지속했고 신규 건설 부지를 결정하고 원전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원전수출은 지식경제부나 한수원, 한국전력에서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추진력과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UAE 수출 이후 한국은 수출이 더 없었지만 러시아는 베트남에 2기, 벨로루시에 2기, 터키에 1기, 인도에 6기를 수출했고 방글라데시와 2기를 계약했다.



: 러시아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 발주 수요가 많지 않았는데 러시아 정부가 적극 나서서 수출을 성사시키고 있다.



: 한국의 현재 능력상 1년에 1기 이상 수출할 수 없다. 현재 인력으로는 기존 원전 관리와 신규원전 관리, UAE 원전 건설에만도 버겁다. 그래서 가능성이 큰 한국 원전 수출 방향은 UAE 후속과 핀란드 정도다. 원전 수출을 늘리려면 인력과 자본이 더 확보돼야 한다.



: 경북원자력클러스터가 한국 원전 수출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



홍진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북원자력클러스터의 목적 자체가 원전 수출이다. 수출을 위해 지금 진행 중인 한국의 원자력 산업을 더 키우자는 것이다.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완벽한 클러스터가 될 것이다. 10~15년 후 한국이 원자력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립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원자력발전의 거점이 된다 해도 국내 원전 건설수요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원전 클러스터가 될 수 없다. 원전을 수출하고 거기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와 부품을 국산으로 수출해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클러스터가 한국 원전 수출의 중심이 될 것이다.



: 원전 수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스마트원자로 건설이다. 한국은 소형원자로 표준설계인가를 세계최초로 받았는데도 외국에 보여줄 실제 스마트원자로가 하나도 없다. 중동이나 동남아, 중앙아시아, 미국까지 한국의 스마트원자로에 관심을 보이며 접촉하고 있는데 보여줄 게 없다. 한국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미국은 9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5년 안에 인허가를 받아내고 바로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은 조금만 머뭇거리면 바로 미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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