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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 타블로이드 매체의 잔다르크

Film - 타블로이드 매체의 잔다르크

트와일라잇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새 영화 ‘온 더 로드’에서 케루악과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에게 사랑이나 미움을 받는다면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니다.” 로스앤젤레스 교외 로스 펠리즈 동네의 안락한 작은 카페에서 만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한 말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망원렌즈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 때문에 내 일을 못하지는 않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I don’t care ’cause it doesn’t keep me from doing my shit)”며 그녀가 말을 잇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든 점, 모두에게 사과한다.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스튜어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욕을 얻어먹는(그리고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배우다(So says the most vilified—and highest-paid—actress in all the land). 그녀는 올해 초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Snow White and the Huntsman)’에서 검을 휘두르는 선동가 역을 맡았다.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를 전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2세의 떠오르는 샛별인 그녀가 여러모로 타블로이드 매체의 잔다르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역할은 안성맞춤이었다(was quite apropos).

스튜어트는 스타-연예산업 복합체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Her refusal to kowtow to the celebrity-industrial complex). 레드 카펫 위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거나 TV 인터뷰 도중 불편한 듯 몸을 비튼다. 이런 몸짓 때문에 일류 스타로 뜨더니 거만해졌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is seen by many as an entitled A-lister putting on airs).

그러나 직접 대면한 스튜어트는 전형적인 20대 이미지다. 깊은 수심에 잠겼다가도 별안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딱 그렇다(a compelling mélange of pensiveness interrupted by sudden pangs of excitement). 헐렁한 하늘색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스니커즈를 신은 그녀는 기름기 있는 적갈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머리카락은 1년 동안 영화를 촬영하지 않은 탓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빡빡한 홍보 행사 일정을 쫓아다니느라 몸은 무척 바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말이다. “어젯밤에는 독감에 걸려 이번 ‘온 더 로드’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애석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보통은 언론홍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도 그렇게 안타까워하지 않는데 이 영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기 때문에 몹시 마음에 걸렸다.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영화다(It holds a special place for me).”

작가 잭 케루악의 소설 ‘온 더 로드(On the Road)’는 1940~50년대 일단의 젊은이들을 다룬 비트 세대(미국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렸던 획일화된 기성 세대의 주류 가치관을 거부한 세대)의 고전이다. 오래 사랑 받던 소설의 영화화는 항상 까다로운 법이지만(Developing a cherished novel into a film is always a tricky endeavor) 이 작품은 다른 무엇보다도 더 큰 과제를 안겨줬다.

대표적 비트세대 작가들인 앨런 긴즈버그와 닐 캐서디 등 진짜 필자 친구들의 실화를 토대로 한장거리 자동차 여행기다. 시대의 사건들뿐 아니라 정신을 포착하려 애쓰면서 어떻게든 기존 질서를 뒤엎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스튜어트는 17세 때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정해졌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1편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스튜어트가 출연했던 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의 숀 펜 감독이 ‘트와일라잇’의 캐서린 하드윅 감독에게 벨라 스완 역으로 그녀를 추천했다. 뱀파이어와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에 빠지는 순수한 십대 소녀 역할이다. 그리고 숀 펜이 출연한 영화 ‘21그램(21 Grams)’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월터 셀러스 감독에게 ‘온 더 로드’에 스튜어트를 캐스팅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소설을 처음 읽은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스튜어트는 조숙한 변덕쟁이 소녀 메리루 연기를 준비하기 위해(To prepare for the role of capricious nymphet Marylou) 루앤 헨더슨의 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루앤 헨더슨은 그녀가 맡은 캐릭터의 실재 인물이다. 그리고 2010년 여름 촬영 직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하이오까지 친구 두 명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했다.

“휴게소에서 어린 소녀들 같은 행동을 많이 했다(There was a lot of skirting of little girls at rest stops). 남자배구팀 선수단 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수풀 뒤에 숨어 몰래 지켜봤다”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텍사스 애머릴로에선 후터스(짧은 핫팬츠와 탱크탑 차림의 후터스걸들이 서빙하는 레스토랑 체인)에도 들렀다. 앞에 거대한 말 동상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쇠고기 육포를 잔뜩 샀다. 그리고 오렌지색 풍경이 녹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역할은 크로스컨트리 여행 외에 감정적으로도 이전 출연작보다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요구했다(the role required Stewart to plumb more emotional depths than some of her previous films). 그 결과는 그녀의 가장 자유분방한 연기로 드러났다. ‘온 더 로드’에서 술에 취해 댄스 배틀을 벌이고(engages in an orgiastic dance-off) 그 젊은 방랑자 무리들과 수많은 (영화상) 성관계를 갖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호색한 딘 모리아티(가렛 헤들런드)와 사색적인 작가 친구 샐 패러다이스(샘 라일리)가 그 무리를 이끈다.

스튜어트에게 할리우드는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그녀의 모친 줄스 만-스튜어트는 저명한 대본 감독(script supervisor, 영화촬영 때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속성을 점검)이며 부친은 무대감독이다. 덕분에 스튜어트는 영화 세트장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영화 ‘리틀 자이안트(Little Giants)’의 세트장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 영화에 출연했던 데본 사와에 홀딱 반했었다(I totally had a crush on Devon Sawa).”

스튜어트는 연기 욕심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8세 때 학예회 연극에서 ‘드라이델’ 송(유대인 명절 하누카에 부르는 노래)을 부르던 중 예능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연극이 끝난 뒤 관객 속에 있던 한 에이전트가 그녀에게 다가와 연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1년 동안 오디션을 받으면서 그 햇병아리 배우가 따낸 계약은 포르셰 광고가 전부였다.

“아무런 광고도 따내지 못한 지 1년 만에 결심했다. ‘때려치우자. 나를 차에 태우고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돌아다니는 고생을 엄마에게 더는 시키지 않겠다’고.” 스튜어트가 말했다. “그뿐 아니라 오디션을 받을 때마다 몹시 긴장됐다. 심신이 지쳐가고 있었다. 한 건의 오디션이 남았을 때 엄마가 말했다.

‘기운 내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봐.’ 그 때 캐스팅된 작품이 ‘세이프티 오브 옵젝트(The Safety of Objects)’였다. 거기서도 떨어졌다면 그대로 끝이었다(If I hadn’t gotten that, I would have been done).”

다음 해 그녀는 집중적인 연기과외를 받았다(received a crash course in acting).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스릴러 영화 ‘패닉룸(Panic Room)’에서 조디 포스터의 간질병 앓는 딸로 출연했을 때였다. 영화촬영은 8개월 동안 지속됐다. 그동안 어린 스튜어트는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발작 장면을 수도 없이 찍어야 했다(the director made a young Stewart shoot a pivotal seizure sequence so many times). 두 눈의 혈관이 여러 군데 터져 눈이 벌개질 정도였다.

이어 독립영화 몇 편에 출연하면서 촬영 틈틈이 학교를 다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 ‘트와일라잇’이 2008년 개봉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뱀파이어 영화 시리즈는 5편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에서 32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스튜어트를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지켜보는 시선도 많아지는 법이다(with great fame comes great scrutiny).

지난해 7월 스튜어트가 ‘스노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기혼자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키스하고 포옹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뒤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다. 트위터에서 살해위협까지 받고 ‘트와일라잇’ 공동 주연인 남자친구 로버트 패틴슨에게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다. 코미디언 윌 페렐까지 끼어들어 그녀에게 ‘트램파이어(trampire, 헤픈 여자를 가리키는 tramp와 뱀파이어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언론의 집중조명은 크리스틴을 사실상 어둠 속으로 숨어들게 만들었다(The media’s intense scrutiny of the actress has practically driven her into hiding). “그렇게 닫힌 공간 속에 갇히게 돼 약간 짜증이 난다”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상자(같은 공간)에서 상자를 전전한다(I go from box to box to box). 지금처럼 밖에 나와서도 레스토랑에 숨어야 하니 미칠 노릇이다.”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춘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많이 외출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자의식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지만 일부러 더 자주 세상 밖으로 걸어나간다(I’m trudging forth into the world more often).”

이젠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끝났다. 스튜어트는 다음 작품에 관심을 집중하려 애쓴다. 4월에 촬영하는 ‘포커스(Focus)’라는 영화도 그중 하나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Crazy, Stupid, Love)’ 제작진의 차기 프로젝트인 이 코미디에선 그녀와 벤 애플렉이 사기꾼 커플로 등장한다.

두 남녀는 사랑과 작업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속이고 골탕먹인다고 한다(continually screw each other over—in love and in work). ‘트와일라잇’의 벨라 역할로 자신의 배우 이미지가 굳어졌다고 느끼느냐고 묻자(When asked if she feels pigeonholed as an actress by the role of Bella) 그녀는 한동안 침묵한다.

“‘트와일라잇’과 관련된 문제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는 스토리가 끝났다는 점”이라고 그녀가 건조한 어조로 말한다. “촬영을 시작할 때마다 작품 완성에만 몰두한다(I start every project to finish the motherf--ker). 4권 책에 펼쳐진 그 모든 소중한 순간들에 몰입하려 애쓰면서 5년 동안 그런 멘털리티를 유지하려다 보니 걱정이 끊일 새가 없었다.”그녀가 잠시 호흡을 고른다. “하지만 나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지 않는 한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케루악과 아주 비슷한 사고방식이다. 그 작가는 이렇게 썼다. “흐름이나 유행 그리고 여론에 굴복하는 사람들은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Great things are not accomplished by those who yield to trends and fads and popular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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