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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월급통장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은퇴 월급통장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연금저축·퇴직연금 세제 혜택, 납입·수령 기간 개편…빨리, 오래 받지만 다달이 받는 금액은 줄어 개인연금의 중심축인 연금저축 제도가 달라진다. 고령화에 초점을 맞춰 짧은 기간 넣고 긴 기간 받을 수 있게 바꿨다. 세제 혜택을 늘린 것도 특징이다. 국민연금과 더불어 노후의 또 다른 실탄인 퇴직연금의 세제 혜택도 커진다. 은퇴가 멀지 않은 50대는 물론이고 30·40대도 개인연금 투자전략을 리모델링 할 때다. 새 제도 도입과 함께 금융권에서는 중도해약 환급율은 높이고 수수료를 줄여 고객 확보에 나설 태세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컨슈머리포트 이후 화제를 모은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과 운용전략도 다시 한번 따져 어느 상품이 더 안전하고 수익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해 피델리티자산운용이 내놓은 ‘피델리티 은퇴백서’의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15만명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사이 출생) 가계의 총자산 규모는 3억8422만원. 이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4.3%로 금융자산(22.5%)보다 훨씬 컸다.

부채 비율은 금융자산 수준과 맞먹었다. 베이비부머 전체 가계의 평균 부채액은 6580만원으로 총자산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부채를 뺀 순자산은 3억1842만원이다. 그나마 요즘엔 팔기도 어려운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이다.

설상가상으로 은퇴 준비는 낙제점이었다. 어떤 연금상품에도 가입하지 않아 은퇴 후 단 한 푼의 연금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부머의 비율이 25.2%에 달했다. 43.7%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중 한 개의 연금상품에만 가입하고 있었고, 26.9%가 2개의 연금상품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른바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모두를 갖춘 상태)을 완비한 가계는 4.2%에 불과했다. 1·2·3층의 연금 중 한 가지만 보유한 사람이 은퇴 이후 받는 돈은 월 평균 58만 1000원에 불과했다.

최저생계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연구를 수행한 이지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연금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가계도 은퇴 소비를 적정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산업은행도 ‘고령화와 은퇴자산의 적정성’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의 총자산 규모를 2억9633만원으로 계산했다.



3층 연금 모두 완비한 가계 4.2% 불과지난해 5월 우리투자증권이 서울대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연구한 ‘100세 시대 준비지수’를 보면 희망은퇴소비금액은 월 245만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은퇴하지 않은 국내 가구주 6589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44세, 평균 기대수명은 82세였다. 그러나 기대수명까지 준비된 은퇴 후 월 평균 소득은 155만원 수준이었다. 희망은퇴소비금액 대비 63.2%밖에 준비가 안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월 평균 소득은 119만원(48.5%)으로 더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은퇴는 인생에서 큰 위기다. 은퇴로 소득은 크게 줄어드는데 자녀 등록금과 결혼자금 등으로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수입원이 없다면 국민연금을 받는 60대 전반까지 5~10여 년을 3억원 남짓한 자산을 가지고 버텨야한다. 이런 소득 공백기를 ‘은퇴 크레바스’라고 한다. ‘크레바스(crevasse)’는 산악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장애물이다.

현재 만 55세에 은퇴하면 만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퇴 크레바스는 5년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 연금 수급연령이 5년마다 한살씩 늦춰진다.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은퇴 크레바스는 10년으로 늘어난다. 김진웅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55세 정년이라면 국민연금 수령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마땅한 소득 대안이 없는 은퇴자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은퇴 직후부터 연금 수령 때까지의 소득 공백기가 은퇴 설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크레바스를 뛰어 넘었다 해도 문제는 존재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대비를 했어도 연금 수령 기간이 길어 실제 수령하는 금액이 기대치보다 적다. 결국 부족한 은퇴 자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윳돈을 잘 굴리거나 재취업·창업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부실 창업·재취업이나 사금융·기획부동산 사기피해 등에 휘말리기 쉬워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준비되지 않은 은퇴, 정보 부족, 소득의 급격한 감소가 고령 가구의 상당수를 빈곤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계형 점포창업이나 기획부동산 등은 은퇴자에겐 경계 대상 1호다. 부실 프랜차이즈 점포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업종에서 창업할 경우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종업원 5인 미만 창업은 5년 내 생존율이 38%에 불과하다. 음식?숙박업의 생존율은 이보다 더 낮다.

‘점포창업은 은퇴자의 무덤’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2011년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창설 4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랜달 존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의 서비스 업종은 은퇴 후 노년층의 폐기물 처리장(dumping ground)”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결국 크레바스 극복과 함께 은퇴 후 월 수입을 현실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은퇴 모드로 빨리 바꿔라’고 주문한다. 그 중심엔 연금저축이 있다. 은퇴 후에도 월급처럼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필수품’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년 앞둔 50세 신연금저축 주목해야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3층 보장구조’다. 가장 밑에 있는 1층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기초연금이고 바로 위 2층은 민간이 운용하지만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 해당된다. 가장 위에 있는 3층은 원하면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이 3가지 연금구조가 잘 짜여 있어야 노후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3층 보장구조의 가장 밑에 있다. 2층에는 퇴직연금이 있고 3층에는 연금저축 같은 개인연금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도입 24년 만인 2012년 6월 2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연금이 노후 대책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가입자가 급증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연금액도 올려주기 때문에 노후에 수십 년간 연금을 받으면서도 물가 상승에 따른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민연금과 함께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행한 금융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2012년 6월 말 기준 연금저축상품 가입 건수가 총 652만3000건에 달했다. 현재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납입한 금액을 적립해서 55세 이후에 5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하는 장기저축 상품이다.

은퇴가 임박해 10년 이상을 저축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동안 모아 둔 목돈을 보험회사 등에 한꺼번에 맡기고 연금을 받는 즉시 연금을 이용하기도 했다. 연금저축은 2012년 6월 기준으로 은행과 보험·자산운용사를 합쳐 가입액이 7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즉시연금·퇴직연금도 달라져하지만 여전히 풍요로운 노후를 보내려면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연금저축에 더 가입하거나 별도로 투자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침 기획재정부가 ‘신연금저축’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신연금저축은 퇴직연금·개인연금을 통합하는 사적연금계좌다. 정부는 소득공제와 세제 개편을 통해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2월 중순경 시행령이 나올 예정이다. 이런 상황 탓에 현재 금융권에서는 연금저축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있다. 시행령이 확정되면 상품의 특성이나 혜택이 바뀔 수 있는데 소급 적용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상품은 3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연금저축의 가장 큰 특징은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바뀐 것이다. 연금 수령은 5년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늘었다. 미처 은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짧은 기간에 납입하고 긴 시간 동안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당장 50대가 새롭게 연금을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몇 년 새 정년에 이른 베이비부머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장태희 사무관은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에 제도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신연금저축은 제도적으로 복지체계나 노후생활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며 “개인연금의 활용도가 낮으니까 제도개혁과 세제개편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연금보험 중 하나인 즉시연금도 달라진다. 비과세 한도 조정을 놓고 정부와 생명보험업계의 막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즉시연금은 일시에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이자를 받는 연금. 지금까지 즉시연금은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정부는 세법 개정안 시행령을 고쳐 상속형 상품의 경우 가입금액이 1억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은퇴를 맞이한 사람들이 노후를 준비하도록 만든 상품인 셈이지만 취지와는 달리 상속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보업계에서는 “적어도 3억∼5억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속형과 달리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가입자가 연금으로 받는 종신형은 비과세가 유지된다.

퇴직연금에도 변화가 있다. 연금저축의 납입 한도(연 1200만원)는 신연금저축에서 연 1800만원으로 늘어나지만 기존 연금저축과 별개였던 퇴직연금(현재 연 1200만원)이 한도에 합산된다. 이에 따라 두 개를 각각 납입해오던 일부 고액 납입자는 한도가 최고 6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별다른 제한이 없는 퇴직연금도 의무 수령 기간이 생긴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연금저축처럼 최소 15년 이상에 걸쳐 나눠 수령해야 한다.

연금저축 체계가 다소 복잡해졌다. 또 다달이 받는 연금저축 금액도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어든다. 그래서 지금이 은퇴 월급통장을 리모델링 할 때’라고 권하는 전문가가 많다. 퇴직 후 시기별 필요 자산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고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자신이 받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의 베이스가 강하면 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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