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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Ⅱ - '스마트 워터'로 해외시장 넘본다

Special ReportⅡ - '스마트 워터'로 해외시장 넘본다

원가 비중 큰 전기 절약하는 스‘ 마트 워터’ 시스템 개발 중…기업 공업용수 시장 먼저 공략



LG그룹은 2010년 ‘그린 경영전략-그린 2020’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수처리 4대 녹색산업 분야에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룹 총 매출의 10%를 녹색산업 분야에서 올린다는 목표도 정했다. 개별 기업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녹색산업 전략을 밝힌 것은 LG가 처음이다. 이로써 LG전자(태양전지, 차세대 조명)와 LG화학(LED 소재, 전기자동차용 전지), LG디스플레이(AMOLED, 전자종이) 등이 녹색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하이엔텍과 삼각편대 이뤄대부분의 사업은 기존 계열사가 특성에 맞게 나눠서 추진하는 구조이지만 수처리 사업만은 새로운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지난해 2월, LG전자가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함께 수처리 사업 합작법인 LG-히타치 워터솔루션을 세웠다.

이보다 앞선 2010년, 수처리 시스템과 수처리 사업의 핵심부품인 ‘멤브레인(미세한 구멍을 통해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연구·개발(R&D)에 뛰어든 LG전자는 2011년 공공 수처리 분야 운영관리 전문 업체인 하이엔텍(전 대우엔텍)을 인수하면서 수처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LG그룹 수처리 사업을 맡고 있는 이영하(59) LG-히타치 워터솔루션 사장은 LG전자 사장과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이 사장은 30여 년간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수처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월 10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가산R&D캠퍼스에서 만난 이영하 사장은 전기를 절약하면서 효율성을 높인 ‘스마트 워터’ 시스템을 강조했다.

“스마트폰·스마트TV 등 전부 스마트한 시대이지 않습니까. LG가 잘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스마트 IT인데 물도 스마트 워터를 만들자는 게 핵심입니다. 가전제품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절전입니다. 효율 등급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든 기술력을 집중하죠.

수처리 사업에서도 결국 전기를 덜쓰는 게 경쟁력입니다. 물을 강제로 돌리는 펌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 드는 전기세가 전체 원가 중에 60~70%를 차지합니다. 현재 필요에 따라 동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성공하면 지금보다 20~30%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년 들어 본격적으로 수처리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다른 경쟁업체에 비하면 출발이 다소 늦은 편이다. 그러나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경쟁력 있는 업체를 인수·합병(M&A)하면서 수처리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현재 LG그룹의 수처리 사업구조는 LG-히타치 워터솔루션(설비·시공), LG전자(핵심부품 설계), 하이엔텍(시설 운영)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이 사업 부문 연 매출은 약 1000억원에 이른다.

첫번째 공략 대상은 기업의 공업용수를 처리하는 일이다. 반도체나 LCD 업체에서 세정이나 초정밀화 과정에 쓰는 물은 고도의 정수 과정을 거친 깨끗한 물이어야 한다. LG-히타치 워터솔루션은 LG 계열사를 비롯한 주요 산업체를 대상으로 초순수·순수폐수처리 설비의 설계 운영 사업을 하고 있다.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엔텍은 경기 부천·의왕·안성과 전북 군산 하수처리 시설 관리를 맡아 운영 중이다. 이영하 사장은 “한국 기업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고, 계속 발전하는 단계이니 수처리 사업 부문 니즈도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마철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우리 기후의 특성상 물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여수·구미·군산·울산과 같은 공단지역에서 하수를 재이용할 필요성이 커지게 됩니다. 부족한 물의 양을 상수에서 끌어오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보다는 하수로 나가는 물을 멤브레인으로 걸러서 다시 쓰는 게 훨씬 경제적이죠.

상수를 정수하는 방식도 과거의 모래 여과나 화학처리 방식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멤브레인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멤브레인을 쓰면 처리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부지 규모도 줄어들어 남는 땅에 공원이나 여가시설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LG그룹이 가진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멤브레인을 활용한 고도 수처리를 필요로 하는 시장은 대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이다. 물 산업은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선진국일수록 상하수 수질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GE나 프랑스 베올리아 환경, 수에즈 환경 등 미국·유럽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영하 사장은 “미국·유럽 기업이 수처리 시설 운영 부문에서 강하다면 우리는 멤브레인 개발을 비롯한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해외 유수의 기업과 제휴, 합작을 통해 멤브레인을 납품하면서 경험을 쌓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히타치 워터솔루션은 멤브레인 개발과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력 부문에 2020년까지 5000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영하 사장은 “규모를 키울 것이냐, 핵심 기술력을 높일 것이냐의 문제에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껏 수처리 사업에 진출한 건설회사들이 주로 플랜트 수주에 집중했다면 LG는 R&D를 통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LG화학에서는 멤브레인의 한 종류인 중공사막 개발에 성공했다. LG전자가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들어가는 형광막 기술을 갖고 있어 멤브레인 평막에 대한 기술력 확보도 용이했다.



2020년까지 5000억 투자이영하 사장은 “전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약 450조원이 넘는 초대형 시장”이라며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매년 5% 이상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친환경 미래사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물 부족현상이 심해지면서 수요가 끊임 없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산업 부문이 갈수록 초정밀화되는 현상도 깨끗한 물의 필요성을 높이는 이유다.

이 사장은 “수처리 사업은 생활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풍요롭고 깨끗한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수록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환경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그런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원래 물 장사가 돈 버는 것 아닙니까(웃음). 지금은 선진국 수요가 절대적이지만 앞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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