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180만명(전체 대졸자의 20%) 대학 교육 투자비 못 건져
대졸자 180만명(전체 대졸자의 20%) 대학 교육 투자비 못 건져
#1. 경기도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강모 (34)씨는 패스트푸드점·치킨가게에서 쓰고 버리는 폐기름을 수거하는 일을 한다. 아침 8시부터 1t 트럭을 몰고 수도권 일대를 돈다. 담당 지역이 바뀔 때마다 수당 차이는 있지만 월급은 대략 200만원. 2008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직원이 3명인 의료기기 수입업체에서 근무했고, 잠깐 상조회사에서 일하다가 폐기름 수거 일을 한지 2년 정도 됐다.
그는 “어차피 기름때 묻히는 일인데 대학 안 가고 직장 생활을 바로 시작했다면 군 복무 빼고도 10년차”라며 “지금 일은 운전면허만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괜히 대학 가서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 김선혜(가명, 29)씨는 N은행 텔레마케터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일본어 2급 자격증(JPT)을 땄고 학점도 좋았지만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했다. 04학번인 그는 휴학을 해 일본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어학원 강사를 원했던 김씨는 2009년 2월 졸업 후 줄곧 취업 준비를 하다가, 지난해 가을 은행 콜센터에 입사했다.
김씨는 “수습 월급으로 110만원을 받았고, 지금은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14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조건이 고졸 이상이라는 게 걸렸지만, 마냥 놀 수만은없어 지원했는데 할만 하다”며 “같이 일하는 선후배들 중 전문대나 대학 나온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3. 2001년 모 산업대학교를 졸업한 나민영(38)씨는 요즘 박탈감이 심하다. 친구가 서울 강북에 25평짜리 아파트를 샀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대학 다닐 때 토목기사 자격증을 땄던 나씨는 3진급 건설회사에 입사해 지금껏 다닌다. 5년 전 결혼한 그는 서울 우이동 전세 보증금 8500만원짜리 빌라에서 산다.
4년제 대학 취업률 56%‘대학 졸업장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저문 지 오래됐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데가 없고, 취업 해도 전공을 살리거나 원하는 직장에 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고졸 채용 바람까지 불면서 이제는 고졸자와도 취업 경쟁을 해야 한다. 대학 진학률 세계 1위인 대한민국에서 ‘학사모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는 298만3000명이다. 사상 최대다. 대졸 비경제활동인구는 2009년 200만명을 돌파한 후 불과 3년 만에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1.8%에서 지난해 18.6%로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완전 백수’로도 불린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히 20대 대졸 실직이 심각하다”며 “지난해 그냥 집에서 쉬었다고 응답한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28만명”이라고 말했다.
‘대졸 백수’가 급증하는 것은 대학을 나온 인구는 가파르게 느는데 대졸자에 적합한 일자리 증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 1740만명 중 대졸 이상 근로자는 540만명이다(2011년 기준). 2001년과 비교해 88% 늘었다. 같은 기간 고졸 근로자는 30% 증가했다. 또한 20세 이상 성인 중 대학 출신 비율은 1990년 10.3%에서 2010년 43.2%로 높아졌다.
‘학력 인플레’로 고학력 실업자가 늘면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하향 취업 현상’도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학 이상 졸업자 취업률은 2005년 74%에서 2011년 55%로 줄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56.2%, 전문대는 60.9%다. 고교만 나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무에 종사하는 대졸자도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첫 직장을 기준으로 자신의 업무가 학력 수준보다 낮다고 여기는 하향 취업자 비중은 1982년 졸업자가 24.1%, 2002년은 31%였다(18쪽 참조).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력 과잉 비율은 최대 42%로 추정된다. 높은 대학진학률로 청년층의 노동 시장 진출이 늦어지면서, 이로 인한 기회비용은 연간 최대 19조원. 여기서 19조원은 대학등록금과, 대학 다니지 않고 취업했다면 받았을 임금을 더한 값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년제 대졸자의 1인당 기회비용을 1억1960만원으로 계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전문연구위원은 “대졸 과잉 학력자가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해 생산활동을 한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졸 교육비 투자 수익률도 줄어대학 졸업장이 주는 혜택은 갈수록 준다. 대학 가려는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직장을 얻어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청년층 임금 총액은 대졸자가 월 평균 208만원, 고졸자는 143만원이다.
고졸 임금이 대졸자의 68% 수준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고졸(25.7%)과 대졸(23.2%) 간 차이가 거의 없다. 임금 격차도 줄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2년 임금조정 실태조사’ 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월급을 100만원 받을 때 고졸 생산직 첫 월급은 2008년 78만6000원에서 2012년 81만 6000원으로 늘었다. 경총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대졸 초임 상승 속도보다 고졸 생산직 초임의 상승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은 고졸이 8.3%, 대졸은 3.7%였다.
대학교육을 일종의 투자로 봤을 때 투자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학투자 수익률은 사교육비를 포함했을 때 1995년 10%에서 2005년 13.3%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13%, 2011년 12.5%로 낮아졌다.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은 “대졸자와 고졸자 임금 차이는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을 가기 위한 비용이 꾸준히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소득 수준이 낮거나, 오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투자 비용을 아예 건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학 교육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는 1995년 59만명에서 2011년 181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대졸자의 20%가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 연구원은 “대학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대졸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고졸 이하 근로자들이 하던 일에 종사하는 대졸 근로자가 늘었다”며 “이로 인해 높은 소득을 기대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실제 소득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대학교육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졸채용 확대 정책’도 대학 졸업장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국내 기업 33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62%가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2%는 채용 때 학력을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이유로는 ‘학력보다 업무 능력이 중요해서(68%)’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대학 지식이 필요한 직무가 아니다(21%)’, ‘이직률이 낮고 애사심은 높을 것 같아서(12%)’가 뒤를 이었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라는 답은 7%에 불과했다.
대학 진학률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1.3%다. 사상 최고치였던 2008년 83.8%와 비교해 12.5%포인트나 떨어졌다. 물론 이는 통계 착시다. 통계청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학 진학률 조사 대상은 원래 2월 졸업 시점의 대학 합격자를 기준으로 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4월 시점의 대학 등록자 기준으로 바뀌었다. 대학에 붙고도 재수나 취업을 위해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진학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대학 진학률은 하락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옛 통계 기준으로 2011~2012년 대학 진학률은 75~76%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률 2009년 이후 하락 추세한 해 고교 졸업생을 65만명으로 봤을 때 대학 진학률이 80% 초반이던 2004~2009년과 비교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이 5만~6만명 정도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통계 기준이 바뀐것은 실질 진학률에 부합한다는 면도 있지만, 80%대 진학률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간다는 것과 7명이 간다는 것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의 대학 선호 현상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자녀가 고교 이하만 나와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100명 중 1명 정도다. 중·고교생은 2.8%만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2년 사회조사 결과다. 대학 진학이 미래소득 보장과 더 나은 결혼조건,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투자라고 보는 인식이 ‘대학 나와 봐야 소용없다’는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학을 가야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과도한 대학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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