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Business - 자동차 대신 타이어주에 투자하라

Business - 자동차 대신 타이어주에 투자하라

한국타이어 세계 톱5 목표 … 금호타이어도 악재 딛고 성장



‘왜 지금 타이어인가?’ 한 타이어 업계 담당 애널리스트가 3월 14일 낸 48쪽짜리 보고서 제목이다. 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올해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타이어 업종’이라고 점쳤다. 투자자들은 ‘때’를 노린다. 타이밍 싸움이 끊이지 않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의 적기(適期)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에 투자할 때라는 근거는 뭘까. 우선 가장 큰 공급처인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4년간 연 평균 성장률(CAGR)이 13.9%였다. 그는 이미 팔린 자동차의 타이어 교체 시기가 다가온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운행차량 4500만대 중 55%가 4년 동안 팔려 타이어 교체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원자재인 고무 가격이 안정세다. 고무 가격은 2000년대 들어 6배 이상 치솟으며 상승 랠리를 이어왔지만 공급 증가로 앞으로 2~3년은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안정돼 수익성 기대타이어 업계 분위기도 좋다. 지난해 실적은 물론 올해 전망도 좋다. 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7조291억원, 영업이익 912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8.3%, 영업이익은 57.9% 증가 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글로벌경기 침체에도 기술 투자와 품질 향상으로 성장세를 이었다”며 “2014년에는 세계 톱5 타이어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2위인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은 4조 477억원으로 전년보다 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3608억원으로 105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1256억원으로 전년도 적자(순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3위 넥센타이어도 지난해 매출 1조700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으로 각각 18.9%, 58%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현봉 넥센타이어 부회장은 “올해도 국내외 판매 거점을 늘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더해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타이어 3사 모두 고부가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이 늘면서 수익성이 강화됐다. 세계 경기 침체에도 실적이 좋았던 이유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BMW 1·3시리즈 등 프리미엄 완성차에 대한 OE 공급이 전년보다 27% 늘었다.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초고성능(UHP) 타이어 매출도 러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86% 증가했다. 금호타이어는 해외 프리미엄 완성차용 OE 매출이 14% 증가했고 넥센타이어도 OE에서 31%, UHP 타이어에서 26%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는 좀 더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2010년에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에 나섰지만 그동안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1년 봄엔 중국 CCTV의 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금호타이어 중국 톈진공장의 리턴 고무(잔량 고무) 배합비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다.

당시 이한섭 중국법인장이 직접 TV에 출연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공장 가동을 6개월 멈춘 채 대대적 리콜에 들어갔을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그 결과 2011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고 지난해엔 국내에서 노조가 한때 파업에 돌입해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000% 이상 증가,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란 성과를 달성했다.

타이어 업황이 살아나자 업계에 미묘한 변화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넥센타이어다. 세계 2위 타이어 회사인 프랑스의 미쉐린과 합작을 추진하던 넥센타이어는 방향을 바꿨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조회 공시에서 “미쉐린과의 협력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타이어 업황이 좋아지면서 충분히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도 수익성이 해마다 좋아지는데 굳이 비싼 대가를 치러가면서 미쉐린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넥센타이어 미쉐린과의 합작 미련 버려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예전보다 소극적이다. 미쉐린은 2011년 말에 보유 중이던 한국타이어 지분을 정리해 6200억원을 회수했다. 미쉐린의 한국 법인인 미쉐린코리아는 지금도 국내에서 일부 제품을 출시·판매하지만 세계 시장에서만큼 왕성하진 않다.

미쉐린과 부동의 3강 구도를 형성한 세계 1위 브리지스톤(일본)과 3위 굿이어(미국)도 한국에선 맥을 못 춘다. 한국타이어는 7위, 금호타이어는 12위, 넥센타이어는 24위로 세계 시장에서 이들보다 뒤지지만 이들 3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75%가 넘는다.

다만 지난해는 타이어 수입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 국내 3사도 안심하긴 이르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타이어 수입액은 4억8104만 달러로 2011년보다 8.3% 증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로 타이어 관세가 낮아지면서 수입량이 늘어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한 영향도 있다. 수입차에 끼우는 교체용 타이어(RE) 수입이 늘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OE는 호황이지만 RE는 아직 불황을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분위기가 좋은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는 국내 3사의 지난해 수출량이 7367만개로 전년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올해 수출 전망은 어떨까. 우선 유럽이 변수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쉐린은 유럽에서 타이어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올해 미국·중국의 고속도로 통행량을 비롯한 타이어 수요 관련 지표는 양호하지만 유럽이 변수”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미쉐린의 올해 1월 중국 시장 판매량은 OE가 50%, RE가 28% 증가했다. 다만 우려대로 유럽 수요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상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OE 수요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신차 수요가 올해 3.4% 성장하면서 탄탄할 것”이라며 “RE 수요는 G2(미국·중국) 시장부터 회복세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4년째, 중국은 5년째 신차 수요 회복세가 이어졌다. 또 현대·기아차가 4년간 잘나갔던 것을 감안하면 RE 수요도 탄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꼽는 최선호주는 한국타이어다.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앞선 15년 전 중국에 진출해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3000만본 이상의 생산 설비를 보유했다. 중국 내 영업이익률은 2011년 3%에서 지난해 4분기 10%에 달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완성차 납품이 늘면서 브랜드 가치도 높아져 투자의 적기라는 것이다. 차선호주는 금호타이어다. 중국에서 최악의 시기를 견디면서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넥센타이어도 호평을 받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은 3사 중 가장 뛰어나며 RE 시장이 반등할 경우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넥센타이어 매출에서 RE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로 다른 회사보다 높은 데서 비롯된다. 그는 “타이어 교체 주기가 신차 출시 이후 4년인 것을 감안하면 4년 전인 2009년 후반엔 자동차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며 “올해 2~3분기에 RE 시장이 바닥을 보였다가 후반기 들어 반등하리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서 타이어도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긍정적 요소다. 지난해 브리지스톤·미쉐린·굿이어 등 세계 톱6 회사의 매출은 감소한 반면 한국타이어 등 나머지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증가했다. 세계 톱6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우수한 품질을 갖춘 국내 3사 제품에 주목 받은 것이다. 수요 증감에 관계없이 가격 경쟁력만으로도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전망에 힘입어 올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실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난해보다도 4.8% 증가한 7조3686억원의 매출과 2% 늘어난 93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목표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700억원의 순이익 증가와 영업이익률 11%를 기대한다. 넥센타이어는 매출액이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이 1946억원으로 각각 11.7%, 10.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중론도 제기된다. 양희준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세를 보면 원재료 가격 하락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타이어 수요 부진이 딜러 인센티브와 판촉비 확대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제조원가 절감액이 제조사의 이익이 아닌 딜러 인센티브·판촉비 등으로 전가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장의 기대대로 주요 선진국 시장의 RE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2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3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4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5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6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7"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8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

9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바이오 진출 이어진다…신약개발 자회사 ‘에이엠시사이언스’ 설립

실시간 뉴스

1“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2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3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4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5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