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필 미켈슨이 이사가려는 까닭은…
Golf - 필 미켈슨이 이사가려는 까닭은…
세계적 프로 골퍼인 필 미켈슨은 2월 초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에서 열린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111만6000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챙긴 돈은 상금의 37%(41만2920달러)에 불과했다. 세금이야 누구나 내지만 그가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득세가 엄청나게 높은 게 문제였다.
우선 상금의 40%인 44만6400달러는 정부에 내야 한다(5%인 5만5800달러는 대회가 열린 애리조나주에 책정된다). 우승을 도운 캐디 짐 매케이에게는 통상적으로 상금의 10%(11만1600달러)를 준다. 그런데 미켈슨을 발끈하게 한 건 상금의 13.3%인 9만3000달러가 캘리포니아주 세금으로 나간 사실이었다.
한국 프로 골퍼 텍사스주에 몰려미국은 주마다 징세 체계가 다르다. 알래스카·플로리다·네바다·사우스다코다·워싱턴·텍사스·와이오밍의 7개 주는 개인 소득세가 없다.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 골퍼와 샤킬 오닐, 캔 그리피 주니어 등 수많은 프로 스포츠계 스타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곳에 산다. 특히 타이거 우즈는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1996년 프로 데뷔를 선언하면서 플로리다로 집을 옮겼다.
유러피언투어의 스타인 이안 폴터, 루크 도널드, 로리 맥일로이 등이 미국으로 살림을 옮길 때도 플로리다의 휴양 도시인 주피터 아일랜드나 팜비치로 몰렸다. 이 곳의 메달리스트GC·베어즈클럽·올드팜GC 등은 회원가입한 프로만으로도 축구팀을 꾸릴 수 있다. 이에 비해 주세(州稅)가 가장 높은 곳은 최고 10%가 넘는 오리건·뉴저지·하와이·캘리포니아다.
오바마 정부는 올 들어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9.6%로 올리는 ‘부자증세’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는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10.3%에서 13.3%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필 미켈슨의 소득세도 3.3% 오른다. 그래서 그는 언론에 다른 주로 이주할지 모른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간 본인이 했던 말과 어긋났기 때문이다. 필 미켈슨은 2009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일 때 TV에 나와 고향 예찬을 했다. “나는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애리조나에서 대학을 다녔고 내 가족과 장인·장모도 여기서 산다.” 그랬던 그가 세금 때문에 이사 간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니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급기야 하루 뒤에 미켈슨은 본인의 발언을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말이면 아마도 소득세율이 2.59~4.54%로 캘리포니아보다 낮은 애리조나로 이사할 가능성이 크다. 거기서 대학을 다니고 프로로 데뷔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도피성 이사는 아니다. 12년을 살았고, 프로가 돼서도 처음으로 그래이호크GC와 비즈니스 계약을 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최경주·양용은 등 국내 프로들이 텍사스주의 댈러스에 모여 사는 이유도 기본적으로 소득세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은 미국의 중앙에 있어 오가는 항공 교통편이 많고 한국을 드나들 때 직항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대회에도 종종 출전하는 해외파 선수의 거주지로 최적지인 것이다.
국내 남녀 투어에서는 세금을 얼마나 걷을까? 일반적으로 한국 국적의 선수라면 통상 1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소득세 3.3%(주민세 0.3% 포함), 협회 특별회비 등이 6.7%다. 한국 국적이지만 국내 골프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아시안투어나 일본투어 자격으로 출전한 선수라면 6.7%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아시안투어의 백석현·황정훈이나 원아시아투어의 임현석·김시업·임재우는 미국 등에서 Q스쿨을 통과한 선수라 국내 KPGA회원이 아니므로 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국내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가 우승하면 국내 비거주자이므로 국제조세협약에 의거해 상금의 22%의 세금을 부과한다. 과세 속지주의에 따라 상금액이 3000달러를 초과하거나 체류 기간이 183일 이상일 때는 돈을 번 해당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상금액이 적거나 체류 기간이 짧다면 대회 참가를 통한 소득세는 한국이 아니라 본국에 내야 한다. 다만 일본 선수는 한·일 조세조약에 의거해 상금액이 1만 달러를 초과할 때 이를 적용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상금액의 2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영국·호주·유럽 등지에선 소득세가 상금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시아권 선수들이 호주 대회 출전을 선호하지 않는한 이유다. 비싼 물가와 체류비에 상금에서 절반 정도의 세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중동의 두바이나 아부다비에서 시합이 열리면 전 세계 선수들이 가급적 출전한다. 소득세가 없는 나라기때문이다.
일반 골퍼들은 라운드 한 번 할 때마다 얼마의 세금을 낼까?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는 2만2200원의 세금(개별소비세 1만2000원, 교육세 3600원, 농어촌특별세 3600원, 체육진흥기금 3000원)이 포함돼 있다. 개별소비세는 사치성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별도의 높은 세율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유신정권 시절인 1977년 7월 부가가치세가 처음 시행되면서 골프가 사치성 소비 품목으로 지정돼 그린피에 ‘특별소비세’ 항목으로 부과했다. 2000년 7월부터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은 ‘일반 체육시설’로 규정되면서 특별소비세가 면제됐지만 회원제 골프장에는 남아있다. 2008년 명칭을 ‘개별소비세’로 바꿨지만 아직 ‘사치세’로 간주된다. 이 세금은 내국인 카지노에서 걷는 세금(5000원)의 4.2배, 경마장 23배, 경륜·경정장 62배에 달한다.
국내에선 그린피에 개별소비세 부과골프장 증설로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2008년부터 경기도 이외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2년간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면제했다. 이명박 정부 말인 지난해에도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논란이 일면서 없던 일로 됐다.
한국대중골프장협회에서 ‘이미 2년간 개별소비세 면제 결과 애초의 목적이나 방향과 달리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 위태로워졌고 골퍼들의 해외골프여행 억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을 펴면서다. ‘부자 감세(減稅)’를 초래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마침 ‘경제 민주화’를 화두로 내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힘을 발휘해 개별소비세 인하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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