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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테러가 진화했다

COVER STORY - 테러가 진화했다

사회적 외톨이가 소규모 단독 공격으로 혼란과 두려움을 부추긴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는 결코 제2의 9·11이 아니었다. 사실 9·11에 견줄 만한 사건도 못 된다. 희생자 수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보스턴에선 3명이 숨졌지만 2001년 뉴욕시에선 거의 3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보스턴 비극을 보면서 9·11 직후 제

기된 의문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이나 직장, 또는거리나 행사장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안전할까? 그리고 얼마나 안전할 수 있을까?

지난 주말 경찰은 보스턴 폭탄테러 용의자 두 명 중 한 명을 사살했고, 나머지 한 명은 체포했다. 그들은 체첸인으로 미국에 이민한 청년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의 범행 동기와 배후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보스턴 테러 수사를 자주 브리핑 받는 한 미국 정보 관리는 용의자들이 사살되고 체포되기 전에 알카에다나 그 연관단체는 이번 사건의 용의선상에서 거의 제외됐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대신 그들은 폭탄테러가 ‘외로운 늑대들(lone wolves)’에 의해 감행됐다고 믿었다.

그렇다고 알카에다가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외로운 늑대들’이 국내 문제에서 불만을 가졌을까 아니면 국제 문제에서 못마땅한 점이 있었을까? 그 정보 관리는 용의자들이 극우 인사나 반 정부 열성분자라기보다 평범한 사람이라며, 알카에다의 지시를 직접 받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관리들은 이번 공격의 동기가 극우 이념이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듯하다. “’터너 일기’를 읽어봤느냐?”고 오바마 행정부의 대테러 고문이 이번 사건의 단서에 관해 질문 받자 그렇게 되물었다. 극단적 인종혐오주의와 폭력을 찬양하는 신나치주의자 윌리엄 피어스가 쓴 소설 ‘터너 일기(The Turner Diaries)’를 말한다. 18년 전 티머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건물을 폭파했을 때 거기에 나오는 연방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폭력 행사의 구체적 방법을 부분적으로 본떴다고 알려졌다.

보스턴에서 사용된 폭탄은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s)이다.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압력솥에 쉽게 만들 수 있는 폭약과 못, 쇠구슬을 채워 만든 폭탄이었다. 그런 사실은 알카에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개인의 소행을 가리킨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인도의 성전주의 게릴라들이 흔히 그런 IED를 사용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범행이 아니라 내국인의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IED로 무차별 테러공격을 한 마지막 사람은 에릭 루돌프였다. 낙태 및 동성애 금지를 촉구하는 극우파인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 중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의 콘서트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를 누가 왜 저질렀든 한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주된 위험은 수천 명이 희생되는 9·11 같은 대규모 공격이 아니라 그 출처가 해외든 국내든 소규모로 감행되는 테러다. 수십 년 동안 대테러 분야에서 일해온 한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은 9·11 직후보다 더 안전한가? 분명히 그렇다. 그렇다면 전적으로 안전한가? 그건 아니다. 앞으로는 절대 완벽하게 안전할 수는 없다. 그게 문제다.”

오늘날 미국이 맞닥뜨린 위협을 이해하려면 알카에다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사마 빈 라덴은 제거됐지만 그의 후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여전히 건재하며 알카에다 선전 네트워크의 인터넷 비디오 방송을 통해 계속 메시지를 전한다. 알카에다의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한 명인 아드난 슈크리주마도 그동안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미국에 중대한 위협 인물이다. 그는 미국에서 성장했고 미국을 잘 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중동에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튀니지의 지네 알-아비디 네 벤 알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그리고 심지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같은 독재자들의 도움으로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러나 2011년 초 아랍의 봄 혁명이 터지면서 그 소중한 정보망이 중단되거나 파괴됐다. 그들 모두는 수니파 지하드 테러의 위협을 막는데 몰두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정보 네트워크는 허약해졌거나, 단절됐거나, 효과가 없거나, 아예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말까지 미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으로 일한 대니얼 벤자민은 “아랍 혁명 이전보다 그 지역에서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에서는 “정보와 보안 서비스가 과거 같지 않아 특히 그 지역에 사는 외국인이 이전보다 더 큰 불안을 느낀다”고 인정했다.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 CIA 지부와 미국 영사관을 겨냥한 치명적인 공격이 그 증거다. “하지만 해외에서 미국을 상대로 공격을 감행하는 근거지로서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경험 많은 대테러 실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진행 중인 작전과 관련된 일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한 고참 관리는 “알카에다 연계세력의 확대가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12개월 동안에만 국무부는 테러단체 목록에 신규 조직 두 개를 추가했다. 시리아의 알누스라와 말리의 안사르 디네다.

지금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시리아에 있다. 전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 벤자민도 그 점에는 동의했다. “터널 끝에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우리의 궤적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고, 시리아가 극도로 분열되고 실패한 국가로서 극단주의자들의 중요한 거점이 되는 일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런던에 본부를 둔 반극단주의 연구단체 퀼리엄 재단은 더 불길한 추세를 지적했다. 시리아의 알누스라와 이라크의 알카에다 지부가 효과적으로 연대해 단일 조직처럼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한편에서는 시리아 정권과, 다른 한편에서는 이라크 정부와 싸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최근 미군 특수요원 약 200명을 선발해 이웃나라 요르단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국경 부근의 폭력사태와 시리아의 화학무기 확산 방지 작전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고 헤이글은 말했다. 과거에는 그런 해외 파병이 비밀공작 확대를 은폐하는 눈가림 장치로 자주 사용됐다. 한편 오바마의 은밀한 무인항공기 전쟁은 멀리서 행해져 미국에는 안전한 듯 보이지만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표적의 제거는 때로는 오히려 위험을 불러들일 수 있다.



2010년 초 미국의 한 주요도시 경찰청장은 미군의 무인항공기와 그 무기가 미국 안보에 가져다 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항공기는 이미 알카에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주무기로 활용된다. 오바마의 목표는 9·11로 촉발된 전쟁에서 미국의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용의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는 전쟁은 계속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직후 CIA 비밀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 오바마가 노벨 평화상을 수락한 시점에서 그는 전임자 조지 W 부시가 임기 전체에서 승인한 건수보다 더 많은 무인항공기 공격을 승인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파키스탄에서 무인항공기 공격은 단 9차례 이뤄졌지만 2010년에만 111건이 실시됐다. 오마바는 취임 3년째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용의자의 두 배에 해당하는 알카에다 간부들을 제거하라고 승인했다.

그 프로그램이 전술로서 효과적이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CIA 살생부에 오른 ‘고가치 표적’이 대거 제거됐기 때문이다. 중하위급 알카에다 간부 수십 명을 제거함으로써 알카에다는 테러리스트를 훈련하고 작전을 짤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CIA 대테러 책임자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우리는 그들이 대원을 양성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그들을 제거한다.” 그러나 동시에 무인항공기 공격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표적을 대상으로 음모를 꾸미는 빌미가 됐다. 그래서 법집행 당국이 우려한다.

두드러진 사례가 나지불라 자지 사건이다. 24세의 아프간계 미국인인 그는 미군 무인항공기 전쟁에 격분했다. 그는 미군 무인항공기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 표적으로 삼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2008년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후 귀국한 뒤 2009년 뉴욕 퀸스 플러싱에 있는 친구 두 명과 뉴욕의 중요한 철도역 두 곳인 그랜드 센트럴과 펜 스테이션을 목표로 자살폭탄테러를 꾸몄다. 다행히도 그들의 음모는 외국의 첩보 수집과 경찰에 의해 사전에 저지됐다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했다면 9·11 이래 미국 본토에서 자행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현재 그런 역풍을 보고 있다”고 오바마의 합참 부의장을 지낸 제임스 카트라이트 퇴역 해병대장이 최근 시카고 외교협회에서 말했다. “표적 제거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면 아무리 정확하게 표적을 공격하더라도 현지인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알카에다의 가장 음흉한 보복 계획은 예멘을 무대로 활동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AQAP)에서 기획됐다. 2010년 미군 무인항공기가 그곳의 급진주의자들을 겨냥했을 때였다. 미국 태생의 카리스마 강한 선전가 안와르 알-올라키의 조언과 지시에 따라 AQAP 대원들은 공격을 수행할 여러가지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나이지리아의 한 청년을 설득해 속옷에 폭발물을 기워 넣고 디트로이트로 향한 비행기에 태웠다. 비행기 안에서 그 폭탄을 터뜨릴 계획이었지만 결국 그 청년은 자신의 사타구니만 다쳤다. 또 AQAP 대원들은 국제 택배 서비스로 시카고에 폭탄을 보내다가 중간에서 발각됐다.

그러나 그 결과 정치적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의 분노가 치솟았고 국제사회가 큰 불안에 빠졌기 때문에 그들의 작전 실패가 오히려 성공이었다. AQAP는 아주 작은 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들은 조준경을 더 낮춘 듯하다. 그들은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Inspire)’를 통해 무료로 공개되는 테러 기술을 영어로 쉽게 전파하려 했다. 알카에다 이념을 무시하거나 혐오한다고 해도 테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언제라도 열람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에는 ‘인스파이어’ 10개 호가 올라 있다. 그중 초기에 나온 한 호는 ‘어머니 주방에서 폭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바로 그 장치가 이번 보스턴에서 터진 압력솥 폭탄과 흡사하다. ‘인스파이어’ 최신호는 눈높이를 더 낮췄다. 예를 들어 판자에 못을 가득 박고 유막(oil slick)을 입혀 교통혼란을 일으키면서 소수의 사상자도 동시에 발생시키는 방법이 예시돼 있다. “간단한 설명만 따르면 치명적인 매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그 잡지는 조언한다. “보복을 당할 염려도 없다. 그냥 설치하고 사라지면 된다.”

2011년 올라키와 그 잡지 편집장은 미군 무인항공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그래도 잡지는 계속 나온다. 미치광이 극우 괴짜만이 아니라 블랙블록(Black Bloc, 검은 복장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상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느슨한 연대조직) 무정부주의자들, 일반적인 범죄자와 폭력배도 그 잡지를 활용할 수 있다. 그들의 동기는 각각 다르겠지만 목적은 똑같다. 혼란 조성이다.

알카에다 이념에 매료됐든 국내 문제에 불만을 가졌든 간에 그런 ‘외로운 늑대들’은 여러 모로 법집행 당국에 큰 도전이다. “유동적인 자생 테러리스트는 저지하기도 색출하기도 어렵다”고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위원장 마이클 매콜(공화당) 의원이 말했다. “법집행 비밀 요원이 침투할 조직 자체가 없다. 그들의 계획을 좌절시키고 그들을 찾아내는 일은 보통 어렵지 않다.”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둘다에서 대테러 책임자를 지낸 로저 크레시는 이렇게 말했다. “테러단과 연관도 없이 개인적으로 테러 의도를 가진 인물이 가장 다루기 힘들다. 에릭 루돌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인들이 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9·11 사태가 역사 속으로 물러나면서 정부가 그런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실행하는 감시 활동과 함정 수사에 대중이 갈수록 분개했다. 그러면서 공권력 남용, 감시와 함정 수사의 비용 조달, 활동 효과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 때문에 법집행 당국은 더 입지가 좁아졌다. “9·11 직후에는 거칠게 굴어도 일만 잘하면 됐다”고 한 고위 법집행관리가 말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활동이 아주 까다롭게 규제 받는다.”

물론 오바마 자신이 미국 국민에게 9·11을 잊고 앞으로 전진하자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후 공공 담화에서 테러를 강조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때로는 그 정도가 지나쳤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2009년 성탄절 디트로이트행 비행기 내부에서 폭탄테러 기도가 일어났을 때 72시간이나 기다린 뒤에 그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마바와 대테러 작전에 참여하는 모두가 잘 알 듯이 테러리스트의 핵심 목표는 영토 정복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심리를 정복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자제력을 보이고 보스턴 마라톤 테러 같은 비극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테러는 어떤 형태를 띠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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