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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ty 세계의 부자 도시② - 치솟는 스카이 라인 따라 외국인 투자도 고공 행진

the city 세계의 부자 도시② - 치솟는 스카이 라인 따라 외국인 투자도 고공 행진

상하이 푸둥 지역의 야경.



중국 상하이(上海)는 세계에서 가장 고속으로 성장한 경제도시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는 발전상을 눈으로 보여주는 쇼케이스다. 마천루·첨단기술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미래형 도시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개혁개방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선전된다. 개혁개방 초기 이 도시의 경제성장을 이끈 장쩌민 등 상하이 관료는 그 노하우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해 중국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들은 상하이방이라는 권력층을 형성해 지금까지 세력을 과시한다.

이제 상하이는 G2(주요 2개국)에 오른 중국의 경제수도를 넘어 부와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으로서 세계의 투자와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고층빌딩·첨단기술·금융의 조화글로벌 부자 도시로서 상하이의 매력을 살펴보자. 상하이는 발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도시, 성장이 멈추지 않는 도시, 미래형 도시, 세계의 도시로 요약할 수 있다.

상하이는 중국의 글로벌 도시다.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 난징조약으로 서양 열강에 개항됐고 1854년 태평천국의 난 도중에 청나라의 행정과 사법에서 벗어난 외국 조계(租界)가 설치됐다. 영국·미국·프랑스·일본 조계가 차례로 설치됐고 유대인들도 투자 기회를 찾아 몰려왔다. 1918년 러시아가 공산화하면서 상당수 유대인은 중국의 조계에 정착했다. 차별 없이 새로운 투자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기회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상하이에 잠시 머물렀다.

상하이를 지나는 황푸강(黃浦江) 서쪽에 자리 잡은 와이탄 지역은 그 역사의 흔적이다. 얼마 전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와이바이두차오 다리를 건너 황푸공원을 따라 와이탄에 들어갔다. 강변을 따라 걸어보니 중국인지 유럽 한복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유럽 건축양식의 전시장이다. 19세기 말 웅장한 네오클래식 양식의 대명사인 HSBC 빌딩을 비롯해 상하이 세관, 러시아 영사관 등 고색창연한 서양식 건축물이 줄지어 있었다.

이외에도 20세기 초 고전적인 장식과 기계문명의 견고함을 결합한 아르데코 양식과 로마네스크·고딕·바로크 양식 등 고색창연한 서양 건축양식이 이 도시에 모여 있다. 모두 52개 양식의 건축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하이는 1920~30년대 중국의 광물 붐을 타고 융성했다. 극동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의 하나였다.

상하이 와이탄 지역이 외국자본에 의해 번성한 이 도시의 과거를 대표한다면, 그 맞은편에 있는 푸둥(浦東) 지구는 개혁개방으로 재기의 기회를 잡은 현대 중국의 번영을 상징한다. 황푸강의 동쪽이라 해서 푸둥이라 부르는 이 지구는 마천루의 도시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2008년 101층으로 완공된 상하이 세계무역센터빌딩이다. 높이 492m로 중국 최고, 세계 3위의 높이를 자랑한다. 이 건물에 있는 전망대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중국의 야심이 묻어난다.

또 다른 상하이를 상징하는 고층 건물은 동방명주탑(東方明珠塔)이다. 1994년 468m 높이로 완공된 이 타워는 전망대와 통신 탑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개혁개방의 위업을 상징한다. 2006년 1월 상하이를 방문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곳을 보고 “천지가 개벽했다”는 말을 남겼다. 1998년 높이 421m의 88층 빌딩으로 완성된 진마오 타워도 유명하다.

상하이에는 200m 이상 고층건물만 44개가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빌딩이 9개 더 있다. 2014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 타워는 높이 632m, 128층으로 완공된다면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은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빌딩 타이틀도 얻는다.

상하이에는 11층 이상의 고층 건물이 1990~2004년 6704개가 건설됐는데, 이후 2011년 말까지 1057개가 더 지어졌고 165개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이 가운데 3개가 높이 3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다. 마천루 건축 붐은 상하이의 메마르지 않는 경기상승의 샘물이다. 상하이의 부동산 붐이 이 도시로 국내외 부자들을 불러 모으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경제 중심지다. 특히 금융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전증시와 함께 중국 본토(홍콩 제외)에서 유이(唯二)한 상하이증시가 자리 잡고 있다. 상하이증시는 1891년 개장했다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문을 닫았으나 1990년 12월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량이 세계 3위이며 시가 총액은 2조3000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를 자랑한다. 홍콩 증시와 달리 외국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완전 개방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뿐만 아니라 8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이 가운데 170개 이상은 외국 업체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구리·아연·고무 거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상하이는 1978년 덩샤오핑이 시작한 개혁개방의 발화점 가운데 하나다. 1992년 이후 2008,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유지해온 세계 유일의 도시다. 2011년 상하이의 국내총생산(GDP)는 2970억 달러에 이르렀다. 1인당 GDP는 1만2784달러나 된다. 이곳에 사는 부자들을 위한 최고급 부티크가 즐비하다. 세계의 고급제품 유통 중심지기도 하다.

값비싼 명품을 중국인이 싹쓸이하는 열풍을 상하이가 주도한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는 금융산업, 상하이를 중국경제의 쇼케이스로 만들기 위한 부동산 개발산업과 함께 중국 부자들의 쇼핑을 위한 유통산업이 이 도시의 3대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산업은 상하이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체다.

또 상하이는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면서 중공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상하이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GDP의 39.9%나 된다. 이 도시는 서비스와 제조업이 균형을 이룬다. 중국 최대 제철업체인 바오철강, 중국 최초 조선소인 장난조선, 지난해 450만 대를 생산해 중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에 오른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 상하이에 있다.

장난조선은 구축함을 생산해 중국 해군에 납품하는 핵심 군수기지의 하나다. 최근 여러 곳에 드라이독을 추가 설치해 중국 해군을 위한 항공모함을 건조할 수 있게 됐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와 함께 군사적 야망이 꿈틀대는 도시다. 중국 경제성장의 엔진이라 할 수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국 정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상하이 경기는 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항상 나오는 이유다.

양쯔강 삼각주에 위치한 상하이는 세계적 컨테이너 항구이기도 하다. 해상 운송과 양쯔강을 이용한 내륙 수운을 모두 책임진다. 중국의 해상 물류 능력과 이를 지키기 위한 해군력이 상하이에서 나온다.

상하이는 중국 최대 도시다.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상하이 인구는 2300만 명에 이른다. 10년 만에 약 526만 명이 증가했다. 주변 농촌지구를 합친 광역 행정구인구로는 28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충칭에 이어 중국 2위다. 하지만 상하이는 인구 2500만 명에 이르러 도시 거주민이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면서 도시 인구가 600만~700만 명에 지나지 않는 충칭을 누르고 중국 최대 도시 자리를 꿰찼다. 풍부한 노동 인구를 보유한 덕이다.

이런 상하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푸둥지구다. 앞서 마천루의 도시라고 했지만 푸둥은 중국 경제의 쇼케이스인 상하이의 보석상자에 해당한다. 현재 상하이의 금융, 유통 중심지인 푸둥의 개발은 중앙정부의 주도로 이뤄진게 특징이다. 중국 정부는 1990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논밭과 허름한 창고, 공장이 있던 이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1993년 이 지역을 푸둥신구로 명명하고 푸둥 서쪽 끝 지역은 루자쭈이 금융무역구로 지정해 금융업을 이끌게 했다. 이후 푸둥에서도 루자쭈이 지역은 상하이 부동산 개발의 핵심지구로 떠오르면서 고층빌딩이 즐비한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1 높이 421m, 88층의 진마오 타워. 2 상하이증시 거래량은 세계 3위다. 사진은 중신증권 앞 황소상.





상하이 인구의 20%가 사는 곳상하이 세계무역센터빌딩, 동방명주 탑, 진마오 타워 등이 루자쭈이 지역에 있다. 푸둥은 전체면적이 1210㎢에 이른다. 루자쭈이 금융 무역구는 면적이 28㎢다. 푸둥은 25층 이상 빌딩이 30개가 넘고 504개의 국내외 금융보험기관이 몰려 있다. 바오철강 본사, 홍콩 항성은행 중국 본부도 푸둥에 자리한다. 2016년 상하이 디즈니 테마공원까지 들어서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푸둥의 인구는 2010년 500만 명을 넘었다. 2009년 이 지역의 GDP는 539억8000만 달러이고 1인당 GDP는 1만6938달러에 이른다. 상하이에서도 최고 부자 동네가 푸둥이다.

푸둥의 개발은 여러 면에서 ‘돈을 부르는’ 신도시 개발의 모범이 되고 있다. 푸둥 개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금융지구를 개발하면서 쇼핑센터와 교육기관을 대거 이전했다는 점이다. 푸둥은 지역의 주요 교육기관을 유치했다. 한국의 8학군인 셈이다. 부자와 주재원의 사업은 물론 자녀 교육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자녀의 교육문제는 투자·사업 기회 못지 않게 부자들이 이주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에서도 국제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겠다고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심지어 운영하던 병원이나 사업체마저 넘기고 제주도로 이사 가는 부모가 많다. 그런 점에서 푸둥의 명문학교 유치는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명문학교 유치로 인재 모아우선 영국 런던의 명문 사립학교 덜위치가 2003년 ‘덜위치 상하이’를 열고 유아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영국 교과과정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원 170여 명이 1300여 명의 학생을 맡고 있다. 상하이에는 수십 개의 국제학교가 있고 영국·미국·독일·프랑스·싱가포르·일본은 물론 한국 학교도 있다. 이들 학교는 이미 상당수가 푸둥으로 이동했다. 부자들의 도시이자 국제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녀교육 시설이 충실한 게 푸둥의 장점이다.

뿐만 아니다. 상하이의 푸단대 창장 캠퍼스, 시안쟈오통대학 상하이 연구원 등 10여 개 대학과 지역 캠퍼스가 이곳에 자리 잡았다. 금융, 유통, 부동산과 함께 교육이라는 매력으로 부자들을 유혹한다. 한국 송도 신도시 개발의 표준 모델을 푸둥에서 찾을 수 있다. 푸둥은 빠른 속도로 필요한 인프라를 갖춰 나가고 있다.

런던·뉴욕·홍콩·싱가포르·서울·도쿄 등에서 출장 온 금융인과 비즈니스맨들을 수용할 숙박시설도 개발 초기부터 마련했다. 객실이 모두 2443개나 되는 5성급 호텔이 다섯 곳이나 있어 비즈니스 여행을 하기 좋다. 1200개 이상 객실을 보유한 세 곳의 5성급 호텔이 현재 건설 중이다.

푸둥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교통이다. 1997년 착공돼 1999년 완공된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은 기존 홍차오 공항의 국제 기능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같은 해 완공된 상하이 지하철 2호선은 세계최초의 상용 자기부상 열차를 도입했다. 초현대식 교통이다. 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에 대한 열망과 야심을 느꼈다.

이처럼 경제가 발달한 상하이에서도 푸둥은 비즈니스 지구는 물론 교육환경, 교통, 숙박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 인프라를 갖춰 돈과 인재가 몰린다. 푸둥 곳곳에 부자들의 저택과 별장, 빌라 등이 들어서는 것이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조직적 개발이 이룩한 경이로운 부자도시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상하이는 중국 본토에서 드문 글로벌 도시로 떠올랐다. 상하이 시당국에 따르면 2009년 상하이에 공식 거주하는 외국인은 15만 명 수준이다. 4년 만에 50%가 늘었다. 일본인 3만1000여 명, 미국인 2만1000여 명에 이어 한국인이 2만 여명으로 많이 산다. 공식 등록 없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더 많다. 예로 2009년 중국 통신사 신화사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7만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른 외국인 역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상하이에 최소 70만 명의 대만인이 거주하고 있다. 대만인들이 투자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중국 본토로 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하이는 대만과 싱가포르 같은 중화권 인력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계 인재를 끌어들이는 역할까지 한다.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세계의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상하이 푸둥의 발전사보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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