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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한국의 리세스 오블리주⑦ - 돈보다 정신 유산 물려줘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한국의 리세스 오블리주⑦ - 돈보다 정신 유산 물려줘야

학창 시절 공부는 뒤에서부터 몇 등 했지만 사회에 나와 모교 총동문회장이 됐다.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 선도의 대부로 불린다.
1957년 울산 출생, 학성고·용인대 유도학과 졸업, 1982년 울산유도관장, 1989년 대덕기공 창업, 이어서 대덕산업·대덕에프엔에스·대덕티에스엔지 창업 현재 대덕기공 등 4사 대표



“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기 보다 남을 돕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부모를 보고 배우기 마련이죠.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까요?”

최해상(56) 대덕기공 대표는 “자식들 교육은 원하는 만큼 시키고 결혼할 때 집 한 채씩은 사주겠지만 나머지 재산은 사는 동안 다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면 경영권도 넘길 생각입니다. 2남1녀 중 아들들은 각자 전공분야에 관심이 있고 막내인 딸은 어려서부터 회사를 물려받고 싶어 했어요. 자식이라고 무조건 물려줘 회사를 말아먹게 하지 않을 겁니다.”

최 대표는 지난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을 기부하고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연내 5000만원을 추가로 기부할 계획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하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나눔(약정자 포함)을 실천한 고액 개인 기부자들의 모임. 그는 해마다 5000만원을 모금회에 기부할 것을 고려 중이다.

“자식에게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여러 악기를 배우게 했고 건축과에 다니는 장남은 대학에 수시 합격한 후 골프까지 가르쳤죠. 회사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막내에게는 경영학 박사 학위부터 받으라고 말합니다.”

대덕기공은 1989년 창업한 용역회사다. 그 외에 유한회사 대덕산업·㈜대덕에프엔에스·㈜대덕티에스엔지 등을 설립했다. 4사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약 250억원에 직원은 800명 선이었다. 올해는 300억원 규모, 900명 선으로 성장을 점친다.

대덕기공과 대덕산업은 울산 지역 아웃소싱 업체로는 최초로 ISO 9991·14001·18001인증을 받았다. 대덕티에스엔지는 울산의 유일한 특수 경비업체로 항만 등 국가 주요시설의 경비를 맡고 있다. 대덕산업을 창업한 건 대덕기공의 직원 수가 300명을 넘기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돼 관리 및 세금 면에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젊은 날 최 대표의 꿈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종목은 유도. 경기도 용인대 유도학과 76학번인 그는 전국체전에 경남 대표로 두 번 출전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노렸지만 미국이 주도한 서방 세계의 대회 보이코트로 좌절됐다. 유도 같은 운동을 한 사람은 대체로 앞길이 정해져 있다.

체육교사, 유도관장, 조폭과 조폭 잡는 강력계 형사. 군에서 제대한 후 부친의 사업이 기울어 복학할 형편이 못 됐던 최 대표는 유도관을 차렸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이 선전하자 유도 붐이 일었다. 한창 때는 관원이 300명에 이르렀다.

나이 서른이 되자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훈련 중 낙법을 시도하다 보면 진동이 생겨 건물주들이 유도관 용도로는 임대를 꺼렸다. 그 무렵 울산청소년선도지도회로부터 불우 청소년 돕기 무술시범대회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회 참가를 계기로 1982년 최 대표는 이 선도회의 운영위원을 맡은 뒤 사무국장으로 상근했다(유도관은 5년 만에 사범에게 넘겼다). 무보수로 상근하면서 그는 여러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 호의를 베푼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보답했다. 이런 그를 눈여겨본 선도회 부회장이 용역업을 해 보라고 권했다.

회사 경영을 시작하면서 최 대표는 전경련 포럼 등 각종 세미나를 쫓아다녔다. 이렇게 쌓은 지식을 기반으로 3년 전 회사의 슬로건(약속을 지키는 사람들)과 비전(대한민국 넘버원 아웃소싱 컴퍼니)을 정했다. “규모 면에서 업계 1위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내실 면에서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가치로 고객, 직원, 사회 이 세 가지를 설정했고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호의 베푼 사람에게 반드시 보답최 대표의 방엔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될 수 없다”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경영 좌우명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글을 되뇌며 자기암시를 한다. “경영 용어로 하면 차별화죠. 경쟁사와 똑같이 해서는 거래선을 뚫을 수도, 지켜낼 수도 없습니다.”

그는 모교인 울산 학성고의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고교 시절 그는 운동이 좋았다.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600명가량 되는 동기생 중 그의 성적은 뒤에서 몇 등 안에 들었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정규 수업 외에는 유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설립한 이 학교는 당시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켰다.

담임은 조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유도관으로 등교했다. 최 대표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다. 부모님도 유도를 못하

게 말렸다. “‘못 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그런 제가 총동문회장을 맞고 있습니다. 6년째 연간 200만원씩 후배들에게 회사 이름을 딴 대덕장학금을 줍니다. 그 시절 그렇게 방황했기에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상담할 수 있어요. 저 같은 청소년을 단 한 명이라도 구제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마음먹게 됐죠.”

그는 총동문회 집행부에 역대 최고, 대한민국 최고의 동문회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임기를 마친 후 캄보디아로 떠나 앙코르와트도 구경하고 현지인들을 위해 우물도 파 주자고 조성책을 제시했다.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 깨끗한 물을 못 먹어 죽어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살릴 우물을 파는 건 일개 학교 동문회로서 의욕적으로 해 볼 만한 일이죠.”

최 대표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100마지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집에 머슴이 둘이었다. 하지만 4남3녀의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그를 임신한 어머니는 낙태시키려 배를 동여매는가 하면 간장을 먹기도 했다.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단신인 그는 형제가 많았던 유아기 환경과 무관치 않을 거라고 했다.

당시 아버지는 공화당의 공안요원 격이었는데 파워가 좋았다고 한다. 주변에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이 여럿이지만 정작자식들에게는 재산을 남겨주지 못했다. “어려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자식 취급을 당했습니다. 부모님은 유도뿐만 아니라 공부도 하지 말라고 하셨죠. 대학은 그 후 뒤늦게 복학해 마쳤어요. 아버지가 가산을 날려 유산은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선거에 출마한다는 오해를 살 때가 있다. 그 역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기 전에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단다. 그 꿈은 1995년 시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깨끗이 접었다. 5명 중 3위였다.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정치판은 그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때 당선된 사람이 김두겸 현 울산 남구청장입니다. 지금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낙선한 덕에 사업과 사회봉사에 전념할 수 있었죠.”

최 대표는 유도 5단이다. 한창 나이 땐 건장한 사내 서너 명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 길에서 시비가 붙어 업어치기로 실력발휘를 한 적도 있다. 두 번 모두 상대가 “한 주먹도 안 되는 것”하며 키 작은 그의 비위를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비상 상황에서 호신 요령을 물었다. “위험 요소가 눈에 띄면 피해 가라, 36계(도망치는 것) 만한 전략이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상대방을 제압하라. 지름길인 샛길에 불량배가 버티고 있으면 당연히 큰 길로 돌아가야죠.”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청소년선도지도회장을 여러 번 지낸 그를 ‘청소년 선도의 대부’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래저래 그는 청소년을 상대로 강의할 기회가 많다. 청소년들에게 주로 자신이 터득한 ‘성공의 공식’을 들려준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잘 살려라,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돼라,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돼라 등이죠. 어떤 재능이 있는지 스스로 알아야 발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빨리 발전합니다. 저는 무도를 했기에 경호·경비업을 착안할 수 있었죠. 남에 대한 배려는 꼭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최소한 남을 해꼬지해선 안됩니다. 도움은 못줄 망정 신세는 지지 말아야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정도만 하고 살아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주는 조언을 구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한 가지 일을 잘 선택해 꾸준히 하다 보면 끝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일이 아웃소싱이었죠.”

그는 회사 홈페이지 대표이사 인사말에 “중장기적으로 이익의 5% 기부, 노동시간 1% 봉사활동 등의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금전뿐만 아니라 시간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익의 5%면 연간 1억원가량인데 지난해 2억원 이상 썼습니다. 1% 시간 기부도 실천하고, 직원들도 봉사활동에 참여합니다. 돌아보면 운이 참 좋았습니다.

‘운7 기3’이 저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죠. 부모에게서 한 푼도 물려받은 게 없으니 설사 회사가 망해도 본전 치기죠. 용역업은 욕심 내지 않는 한 망할일도 없어요. 정치는 접었지만 사업 잘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써 내 고향 울산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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