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atshop - 당신의 셔츠는 어디서 만들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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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글라데시 다카의 공단 건물이 붕괴 돼 10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셔츠나 청바지가 피해 의류 노동자에 의해 봉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4개 공장이 입주한 8층짜리 라나 플라자 건물이 붕괴됐다. 그뒤 온라인 기록과 건물 잔해 속에서 건물 입주 납품업체와 관련된 국제 소매유통업체 명단이 속속 드러났다.
칠드런스 플레이스, 베네통, 망고, 프리마크 같은 유명 업체를 포함해 10여개 브랜드 이름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 업체가 공개석상에서 관련성을 해명했다. 그 하청공장들은 날림으로 지어진 불법 공단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그렇게 많은 중간상을 거치는 조립공장에서의 사고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의류근로자는 세계 최악의 임금과 처우를 받는 노동자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선 안전성이 떨어지는 근로환경의 희생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200억 달러 규모의 의류산업에 320만 명의 방글라데시 근로자가 종사한다.
그러나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사고 재발방지책이 거의 마련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종종 부패한 정부감사나 공장주를 손가락질한다. 반면 공장주는 빡빡한 납품 일정으로 압박하는 기업들을 탓한다. 치명적인 공장재해가 잇따르자 전체적으로 더 엄격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을 국제 소매유통업체의 손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업계 선도기업인데도 업계 구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국제노동권포럼(ILRF)의 주디 기어하트 사무총장이 말했다. 그녀는 현 시스템이 “형편없이 부적절하다”며 덧붙였다. “솔직히 그들은 그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백화점 체인 JC페니는 자사 브랜드 상품은 아니지만 매장에 진열될 상품이 그 공장에서 생산됐다고 밝혔다. “JC페니가 조 프레시 브랜드 의류의 개발과 생산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더 광범위한 연합의 일원으로 계속 참여해 방글라데시의 안전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 한 대변인이 데일리비스트(뉴스위크 온라인 자매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다.
이탈리아 베네통, 스페인 망고 등 일부 업체는 그 공장들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들이 공식 납품업체가 아니라서 정식 안전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몇 주 전 관련 제조업체 중 한 곳에 일회성 주문을 넣어 납품받은 적이 있다”고 베네통이 한 성명에서 말했다. “그 뒤로 그 하청업체는 우리 납품업체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운동가들에 따르면 프랑스 수퍼마켓 카르푸와 유럽 소매유통업체 C&A에 납품되는 라벨들이 발견됐다. 두 업체 모두 현재 그 납품업체들과의 관련성을 부인한다. 칠드런스 플레이스와 드레스 반은 과거에는 고객이었지만 수년 동안 그들과 거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공장 웹사이트 중 하나에서 월마트가 고객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세계 최대 유통업체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더 적극적으로 관련성을 인정한 기업들도 있었다. 영국의 본마르셰는 사고 공장 중한 곳에 일을 맡겨왔다고 확인했다. 그 회사는 “업계 표준에 부합하는 명확한 납품업체 행동규범”을 갖고 있다고 데일리비스트에 말했다.
조 프레시를 소유하는 캐나다 유통업체 로블로사와 영국 의류체인 프리마크 모두 피해자 가족들에게 장기 식량대책과 긴급지원을 포함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고 프리마크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지원을 제공하도록 촉구한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사실은 로블로나 프리마크 모두 방글라데시 화재·건물안전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립적인 공장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글라데시 전국의류노동자연맹의 2011년 건의안이다. 그 협약에 동의하고 근로자 보상을 제공하도록 소매유통업체 프리마크·망고·마탈란에 촉구하는 Change.org의 서명운동에 6만 명이 참여했다.
조내선 도는 미국 빌라노바 비즈니스 스쿨의 글로벌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공급망이 더 다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이 같은 문제에 더 깊이 참여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기업의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표하고 번지르르한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고발생률이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공장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 공장의 근로조건에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 10년 사이 근로환경에 대한 불안이 고조돼왔다. 하지만 지난 6개월 사이 치명적인 사고건수가 “기록적인 숫자”에 도달했다고 기어하트가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근로자가 사망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 11월 타즈렌 패션 공장에서의 화재로 의류 노동자 1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월마트와 시어즈 납품용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1년 반 전 월마트 주주들은 납품업체들의 연례 안전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안건을 부결시키며 말했다. “궁극적으로 월마트의 비용증가와 고객들의 구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월마트의 주주와 고객들에 이익이 되지 않으며 월마트가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11월의 화재 때 24세의 수미 아베딘은 3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았다. 하지만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녀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대기업의 관행을 규탄했다. “내가 타즈렌에서 당한 끔찍한 화재를 다른 누군가가 또 겪게 하고 싶지 않다.” ILRF가 발표한 성명에서 그녀가 말했다. “내가 용기를 내어 이번 여행길에 오른 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에서의 학살을 중단하도록 미국 의류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압력이 거세지고, 서명운동이 탄력을 받고, 소비자들이 브랜드 불매운동을 벌인다. 그에 자극받아 국제 공급망이 종합적인 안전문제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 마련을 위한 구속력 있는 합의에 도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어하트는 말한다. 하지만 그러기위해서는 “브랜드의 공장에 대한, 그리고 공장의 근로자에 대한 관심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기어하트는 그에 대해서는 썩 낙관적이지 않다. 비극적인 사고로 공장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드러날 때마다 세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제껏 그와 같은 분노는 악순환의 사이클을 멈추지 못했다. 기어하트는 말한다. “우리는 자문한다. 얼마나 많은 근로자가 더 숨져야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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