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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대어 놓친 韓조선, ‘원팀’ 물꼬 튼 한화오션·현대重

‘SEA 3000’ 고배...최종 후보는 獨·日
한화오션·현대重, 상호 고발전 일단락
고소 취하에도 KDDX 갈등 불씨 여전

호주 해군의 훈련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한국 조선이 10조원 규모의 대어(大魚)를 놓쳤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호주 호위함 사업(SEA 3000)에서 고배를 마시면서다. 당시 일본·독일·스페인 등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One Team)으로 협력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개별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탈락을 두고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원팀’의 부재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두 번의 실수를 막기 위해 한화오션이 먼저 움직였다. 한화오션은 최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과 관련해 제기한 HD현대중공업 고소를 취소했다. 머지않아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했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원팀’(One team)이 될 한국 조선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라 평가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상호 고발전이 일단락 됐다. 시작은 한화오션이다. 지난 22일 한화오션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이같은 조치가 ‘국익’을 위함이라는 것이 한화오션의 설명이다.

이에 화답하듯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경찰청 국수본을 방문해 한화오션에 대한 고소 취하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취하 배경으로 ‘국내 조선업 발전’과 ‘K-방산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지난 3월 6일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밀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갈등의 중심 ‘KDDX 사업’

이들의 고발전 중심에는 KDDX사업이 있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냈다. 그 중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개념 설계는 사업의 첫 단추다. 함정의 초안을 그리는 것과 유사한데, 선형 및 함정의 개략적인 특성을 결정하는 설계 단계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기본설계는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하는 단계다. 함정 기본 지침서에 제시된 요구 조건을 세분화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에 탑재되는 무치체계와 장비들이 포함된다.

갈등의 시발점은 ‘기본 설계’를 둔 양사의 이견차다. HD현대중공업은 관행을, 한화오션은 경쟁을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만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 따르면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관행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KDDX에서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이 유리하다.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을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수의 계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당시 한화오션 측은 KDDX개념설계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 등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당사 임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개입한 바 없다고 주장하며 한화오션 직원들을 허위 사실 적시·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 했다. KDDX 사업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고발전이 발생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 고발 취하를 두고 KDDX 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면서도 “다만, 호황기를 맞은 K-방산의 수출을 위해 내린 결단인 만큼 추후 글로벌 시장에서 원팀으로서 협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3000톤급 잠수함 안무함. [사진 해군] 
고발전은 끝, 남은 수주전은 

이들의 ‘고발전’은 끝났다. 양사가 모두 고발을 취하하면서다. 다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법적 공방으로 다투던 중 호주의 ‘SEA 3000 사업 수주’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기회는 남아있다. 기회의 땅은 캐나다·폴란드·필리핀 3개국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잠수함’이다. 3개국 모두 잠수함 사업 착수에 나섰는데, 합산 규모만 약 80조에 달한다.

먼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떨어진 ‘SEA 3000 사업’의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당초 호주는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호위함과 전투함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사업의 최종 후보로는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선정됐다.

호주를 제외하면, 남은 가장 큰 시장은 캐나다다. 현재 캐나다 해군은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합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업계는 해당 사업 규모를 약 70조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은 폴란드다. 폴란드는 ‘오르카’(ORK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잠수함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규모는 약 4~8조원이다.

필리핀도 있다. 최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은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그 규모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잠수함은 필리핀과 중국의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필리핀은 현재 잠수함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고발전 취하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수주의 경우 ‘원팀’으로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만, KDDX 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앙금이 모두 풀리지 않았기에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늦었지만, 양사가 표면적으로 화해한 것은 사업 전개에 있어 청신호”라며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원팀’의 부재가 평가받는데, 추후 해외사업에서 이들이 힘을 모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사업 중 사업 규모가 가장 큰 캐나다 CPSP는 납기일 준수가 관건”이라며 “앞으로 양 업체가 수주를 할 경우 임무를 서로 나눠 업무를 진행 할 수 있기에, 적기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다만, 해외 수출이 아닌 국내 산업의 경우 KDDX 사업과 관련한 앙금이 모두 풀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며 “이번 고발전 취하는 절반의 성공으로 보여지는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방위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인 만큼 뜻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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