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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ilm - 파괴적 액션 귀재의 변신?

culture film - 파괴적 액션 귀재의 변신?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감독 마이클 베이, 새 영화 ‘페인 앤 게인’에서 초창기 감성 되살려



‘페인 앤 게인’에서 베이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평론가들의 혹평과 소년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팬들은 영화관람뿐아니라 캐릭터 관련 상품 구입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파괴적인 액션이 난무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진주만(‘진주만’)과 시카고(‘트랜스포머 3’), 파리, 뉴욕, 상하이(‘아마겟돈’) 등 배경 도시들이 초토화된다.

하지만 최신작 ‘페인 앤 게인(Pain and Gain)’에서 베이는 ‘나쁜 녀석들’(1995)을 제작한 초창기의 감성을 되살렸다.

1999년 ‘마이애미 뉴 타임스’에 연재된 피트 콜린스의 기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사업가 빅터 커쇼(토니 샬루브)의 납치 사건을 다뤘다.

커쇼는 ‘선 짐 갱(Sun Gym Gang)’이라고 알려진 보디빌더 일당에게 납치돼 고문에 시달리고 재산을 강탈 당한다. 대니얼 루고(마크 월버그)와 폴 도일(드웨인 ‘더 록’ 존슨), 에이드리언 도어발(앤서니 매키)이 그 일당이다.

이 어설픈 납치범들은 커쇼를 성인용품(sex toy)이 가득 쌓인 창고에 가둔다. 그리고 그를 인사불성이 되도록 때려서 재산을 몽땅 넘긴다는 증서에 사인하도록 만든 다음 뒷골목에 내다버린다. 하지만 커쇼는 살아난다. 그는 경찰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않자 사설탐정 에드 뒤 부아(에드 해리스)를 고용해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다. 그가 뒤 부아와 함께 일당으로부터 자신의 배와 스포츠카, 저택을 되찾으려 하는 과정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다.

‘페인 앤 게인’에는 초창기 두 작품 ‘나쁜 녀석들’과 ‘더 록’(1996)에 사용됐던 성공적인 공식이 다시 등장한다. 어수룩하고 평범한 남자가 이상한 음모에 말려든다는 설정 말이다. 컴퓨터 합성 이미지(CGI)에 의존한 ‘트랜스포머’ 3편을 만들고 나니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나?

그냥 좀 쉬고 싶었다. 배우들과 그들의 연기, 그리고 카메라가 있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내 뿌리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게릴라가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요즘 할리우드의 대다수 영화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작품이다. 파라마운트에서 이 작품의 제작을 승인한 이유는 단 하나다.

CEO 브래드 그레이가 내게 “당신은 파라마운트 가족의 일원이니 원하는 건 뭐든 만들어도 좋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파라마운트에 엄청난 돈을 벌어줬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난 ‘페인 앤 게인’의 예산을 짜 보지도 않고 2500만 달러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제작비는 2600만 달러가 들었고, 나머지 100만 달러를 마련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페인 앤 게인’ 촬영 현장에선 남자 배우들끼리 마찰도 많았다고 들었다. 촬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성인용품 창고를 채우느라 7만5000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물건이 들어오던 날 스태프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는 모습은 영화로 찍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제작된 여자 성기와 엉덩이(촉감이 진짜 같아서 안 만져보는 사람이 없었다) 등이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성인용품 전량을 반납해 구입 비용의 4분의3을 돌려받을 계획이었지만 물건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샬루브가 연기한 납치 피해자 실제 인물 마크 실러는 영화에서 납치범들을 어수룩하고 호감가는 반영웅으로 묘사했다고 항의했다. 그들의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인데.

그의 말을 모두 믿어야 좋을지는 모르겠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력계 형사들과 에드 뒤 부아, 피트 콜린스와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그들 모두 영화에서 납치범 일당을 제대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일당을 알고 지낸 많은 사람이 그들을 설명할 때 “매력적이다” “멋지다” “망상에 빠졌다”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등의 표현을 썼다.

월버그와 존슨은 이 영화를 위해 몸집을 많이 불렸는데 어떤 방법을 썼나?

닭고기와 스테이크를 많이 먹었다. 드웨인의 경우엔 좀 애처로웠다. 스태프 한 명이 그에게 전자레인지에 데운 인스턴트 음식을 연신 갖다줬다. 그래서 내가 드웨인에게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의 영양분이 파괴되는 걸 모르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두 시간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이 몸집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위해 체중을 18㎏이나 늘린 마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둘째 주에 영화 찍기에 딱 좋은 몸매가 완성된다. 셋째 주에 해변 장면을 모두 찍는 게 좋겠다. 그 다음부터는 체중을 뺄 계획이다. 덴젤 워싱턴 감독의 영화(‘투 건스’)에 출연하려면 18㎏을 빼야 한다. 워싱턴은 불어난 내 몸집을 보고 기겁했다.”

청소년 시절 루카스 필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 때 영화 감독을 꿈꾸게 됐나?

그렇다. 열다섯 살 때 루카스 필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화 ‘레이더스’ 제작 당시 스토리보드를 정리·보관하는 일을 담당했다. 또 ‘스타워즈’에 나오는 요다의 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가까이서 봤다. 영화 촬영에 필요한 모든 건축물의 설계도면과 배경 설계도면, 사진의 목록을 작성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면서 눈이 뜨였다.

난 한달 동안 ‘레이더스’의 스토리보드와 건축물 설계도면을 정리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그 작품이 형편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그라우맨스 차이니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당시 우리 가족은 일요일마다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녔다).

그 때 난 “영화 일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물네 살 때 에이전시에서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오늘 오후 3시 30분에 스티븐과 미팅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스티븐 누구?”냐고 물었더니 “스필버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필버그의 사무실을 찾아간 나는 기분이 들떠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레이더스’의 스토리보드를 정리했습니다. 영화가 형편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놨어요.”

사실 첫 작품은 케리 켄덜을 주인공으로 한 플레이보이지의 부록 비디오 아니었나?

스물네 살 때 플레이보이지에서 센터폴드 비디오 제작을 의뢰 받았다. 처음엔 너무 수줍어서 켄덜에게 “윗도리를 벗어달라”는 말을 간신히 입밖에 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표범 무늬 끈 팬티를 입고 포즈를 취해요”라고 말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큰 돈을 벌어들였지만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

내 영화는 늘 부당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어떻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평론가들이 ‘트랜스포머 3’를 뭐라고 헐뜯든 1억2000만 명이 그 영화를 봤다. 어떤 단계에 이르면 평론가들의 말에 신경을 꺼야 한다. 관객이 뭘 원하는지 알면 그들의 취향에 맞춰서 할 일을 하면 된다.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평론가 로저 이버트의 혹평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 ‘트랜스포머 3’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영화 입장료를 아끼려면 이렇게 하라. 부엌으로 가서 지옥에 관한 남성 합창곡 CD를 틀어놓고 아이에게 냄비와 팬을 두드리게 하라. 그리고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이버트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계속한 이유는 내가 ‘진주만’에 관한 그의 평론에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는 “폭탄은 저런 식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이렇게 응수했다. “이 평론가는 영화를 통해서만 역사를 배우려 하지 말고 진짜 역사를 배워야겠다. 철갑폭탄은 똑바로 떨어진다.” 그가 터무니없는 평론을 하기에 바로잡았을 뿐이다.

‘트랜스포머 4’에서 샤이아 라뵈프 대신 월버그를 캐스팅한 이유가 뭔가? 라뵈프가 작품을 비난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샤이아는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을 비난한다. 캐스팅을 바꾼 건 시리즈에 신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샤이아와 나는 앞으로도 함께 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마크와 일하면서 즐거웠다. 그는 “우리 애들이 내가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걸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여러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다. ‘페인 앤 게인’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 선악 이분법으로 나눠지지 않는 측면을 많이 보여줬다. 작품을 할 때마다 더 배우고 발전하고 싶다. 지금 회사에서 진행하는 일이 많다. TV 드라마 세편과 영화 ‘닌자 거북이’ ‘페인 앤 게인’ ‘트랜스포머 4’ 등이다. 좀 여유를 갖고 꽃 향기도 맡으며 살고 싶다. ‘트랜스포머 4’ 작업이 끝나면 그렇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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