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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protest - 푸시 라이어트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FEATURES protest - 푸시 라이어트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반푸틴 공연으로 유죄 판결 받은 러시아 여성 펑크록 그룹, 엄격한 러시아 법에 대한 저항의 상징 돼
체포된 푸시 라이어트 단원 3명.(왼쪽부터) 알료히나, 사무트세비치, 톨로코니코바. 그중 사무트세비치는 석방됐고 나머지 두 명은 계속 수감 중이다.



2012년 2월 21일 러시아의 5인조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어트’는 모스크바의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에서 게릴라 공연을 펼쳤다. 그들은 트레이드마크인 다양한 색상의 발라클라바(머리·얼굴·목을 거의 다 덮는 방한모)를 쓰고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푸틴을 향해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 시위는 보안요원들의 저지로 중단됐고 단원들은 무대 밖으로 끌려나갔다. 공연 실황이 담긴 비디오는 ‘펑크 프레이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게재돼 2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우리는 러시아의 가부장적 정치체제 내에 존재하는 수직적 권력과 권위주의적 경향에 저항했다.” 단원 중 한 명인 예카테리나 ‘카티야’ 사무트세비치(30)가 최근 러시아에서 스카이프 인터뷰를 통해 뉴스위크에 말했다. “러시아의 가부장적 정치체제는 반(反)여성적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와 소수민족에 불리한 법을 지지하는 수단이 됐다.”

푸시 라이어트 단원 중 세 명[사무트세비치와 나데즈다 ‘나디야’ 톨로코니코바(23), 그리고 마리아 ‘마샤’ 알료히나(24)]이 체포 돼 ‘종교적 증오심에 따른 난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각각 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나머지 단원 두 명은 해외로 도피했다고 알려졌다.

유죄 판결을 받은 세 여성은 엄격한 러시아 법에 저항하는 운동의 상징이 됐다. 6월 10일 미국 HBO 방송에서는 마이크 러너와 막심 포즈도로프킨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푸시 라이어트: 펑크 프레이어’가 방영됐다. 이 작품은 이 여성들이 그룹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과 세계의 주목을 끈 재판을 다뤘다(푸시 라이어트는 푸틴이 제3기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2011년 9월 24일 결성됐다).

사무트세비치는 공연 시작 전 보안요원이 자신을 제지했지만 결국 공연을 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사실을 근거로 항소해 2012년 10월 10일 석방됐다. 알료히나와 톨로코니코바는 신성모독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현재 톨로코니코바는 모르도비아의 유형지에, 알료히나는 베레즈니키의 감옥에 각각 수감돼있다.

알료히나는 최근 감옥에서 11일 간 단식투쟁을 했다. 그녀는 5월 23일로 예정됐던 자신의 가석방 공판을 앞두고 감옥 관리들이 보안강화를 위해 죄수 노동시간과 이송시 그들의 활동을 엄격히 제한했으며, 결과적으로 동료 죄수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알료히나는 6월 1일 관리들이 죄수 활동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데 동의한 후 단식을 끝냈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누군가 단식투쟁을 선언했을 때는 즉각적으로 의료진의 관찰을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 사무트세비치는 “알료히나가 단식투쟁을 시작한 후 처음 며칠 동안 감옥 당국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뉴스 보도와 달리 알료히나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독일 주간지 데어 슈피겔과 뉴스위크 온라인 자매지 데일리 비스트는 사무트세비치가 석방을 조건으로 러시아 당국과 협상을 했으며, 그녀가 단원들의 공동 변호사를 새 변호사(자신을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해준 변호사)로 바꾸려 하자 톨로코니코바와 알료히나가 반대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자 사무트세비치와 그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푸시 라이어트라는 그룹 명칭의 상표등록을 두고 내분이 인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무트세비치는 톨로코니코바, 알료히나와 직접적인 연락이 허용되지 않아 가명을 이용한 편지로 그들과 소식을 주고받았다며 그 소문 모두가 거짓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의 석방과 우리의 운동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마샤와 나디야는 내 모든 결정을 지지했고 우리는 상표등록과 다른 문제에 대해 뜻을 같이 한다.”

이들과 정부의 대립은 계속된다. 5월 21일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인들이 ‘푸시 라이어트법’이라고 부르는 법안을 304대 4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사회에 대한 경멸을 나타내거나 신자들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할 의도로 공공장소(특히 교회)에서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30만 루블(940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촉구한다.

“이는 시민권과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러시아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사무트세비치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푸시 라이어트가 조만간 러시아에서 다시 공연을 하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듯했다. “난 여전히 그룹의 일원으로 남아 있고 다른 어떤 곳으로도 갈 계획이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우리 마음 같아서는 지금까지와 똑 같은 스타일로 공연하고 싶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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