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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고?

SEOUL REPORT - 핵무기 보유가 필요하다고?

한일 양국 국민은 자국의 핵무장을 둘러싸고 큰 의견 차이를 보인다
애국단체총협의회 등 보수단체는 6월 5일 한국 핵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한이 2월 12일 강행한 3차 핵실험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피폭국’ 일본 국민 모두가 공감하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한다.

특이한 점은 핵무기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국민의식 차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자국도 핵무장을 해야하는가’를 질문한 양국 여론조사는 이 차이를 실감케 한다.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한국 국민은 64%로 ‘보유해선 안된다’(24%)를 크게 상회했다. 이와 달리 지지통신의 일본 국내 여론조사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답이 24%에 그친 반면 ‘보유해선 안된다’는 73%로 나타났다.

일본사회에도 핵무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이 있다. 항공막료장을 지낸 군사평론가 다모가미 도시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처럼 국회에서 ‘핵무장’이 논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핵 공격의 위협에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이다. 핵우산은 어떤 국가가 일본에 핵 공격을 하면 미국이 반드시 그 국가에 핵으로 보복공격을 한다는 결의를 보여 핵 공격을 억지한다는 정책이다. 한국도 현재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정책을 취하고 있다.

실은 일본도 1960년대 핵무장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중국의 핵보유가 배경이었다. 일본에게 중국은 단지 체제가 다른 국가를 넘어서 제2차 세계대전, 나아가 그 이전까지 역사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다. 그런 중국이 1964년에 핵실험을 성공시켜 5번째 핵보유국이 된 것이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핵무장 연구에 나선 계기였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의 내각조사실은 국내 국제정치학자와 물리학자들을 모아 놓고 2년에 걸쳐 핵무장이 가능한지 여부를 다각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기술적으로는 소형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와 함께 핵무기 개발에는 거액의 예산이 필요하며 미일관계나 일본의 경제력, 국민의 지지 등 어느 측면을 봐도 “비현실적”이라는 결론도 나왔다. 참고로 1969년에 마이니치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해야한다”고 답한 일본 국민은 고작 2%였다.

결국 사토 정권이 도달한 결론은 “일본은 핵무기 보유국이 되지 않는다”는 역대 내각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 대신 일본은 핵공격에 대한 위협에는 미국의 핵우산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미국의 강한 의향도 있었다.

게다가 1976년에는 핵무기 보유를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만 인정한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준했다. 일본 민족주의자들로부터 “NPT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반대의견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핵보유국을 늘리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으로 일본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핵무장론은 일본의 주류가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핵무장이 주류가 되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도 국민의 반핵정서 때문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인류 사상 첫 핵공격을 받은 히로시마, 나가사키가 있는 일본에는 핵무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감이 존재한다. 총 2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그 중 수만 명은 한반도 출신이었다) 다음 세대에도 유전적 영향을 남긴 원폭은 ‘핵무기는 인류의 파멸’이라는 사고방식을 일본인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국내 보수파에게 핵알레르기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뿌리 깊은 의식이다.

일본인들의 핵 인식은 복잡하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을 증오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원폭으로 전쟁을 빨리 끝내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미국의 주류 역사인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핵 공격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은 시인하는 한편, 핵무기 완전 폐지 또한 진지하게 생각한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런 심정은 일본인의 마음을 읽는 열쇠 중 하나다.

하지만 거액의 예산뿐 아니라 대미관계 악화, NPT탈퇴에 따른 경제재제 등을 봤을 때 한국이 실제로 핵을 보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일찌기 히로시마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인접국끼리 이렇게까지 핵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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