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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포맷 중국서 공전의 히트

‘나가수’ 포맷 중국서 공전의 히트

방송 포맷 수출 시장 유망 … 인력·기술 지원으로 부가 수익 올릴 수도



박지성 재단 JS파운데이션이 주최한 제3회 아시안 드림컵이 6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경기를 주최한 박지성이나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타에브라도 인기였지만, 더 큰 환호를 받은 건 SBS TV 런닝맨 출연진이었다. 경기 하루 전 출연진이 상하이에 입국했을 때 몰려든 중국 팬들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이들이 입국한 푸둥 공항은 몰려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공안이 이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드라마에서 예능프로로 다각화싸이나 걸그룹도 아닌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덕분이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쿠’와 ‘토도우’다. 이곳에 접속하면 런닝맨·무한도전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한국 ‘본방’과 시차도 거의 없다.

불과 하루면 완벽한 중국어 자막과 함께 동영상이 올라온다. 이렇게 기존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예능 프로그램, 가요 프로그램까지 중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스펙트럼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싸이 열풍은 또 한 번의 한류 붐 확산에 전기를 마련했다.

2005년 방영된 ‘대장금’이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본격화한 한국 드라마 열풍은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드라마 열풍은 한국문화콘텐트 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서 기념비적인 의미 를 가 진다. CJ E&M·SM·JYP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중국 시장에 잇따라 발을 디뎠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중국 문화 콘텐트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중국 업체의 자체 생산능력이 향상됐다. 중국 정부도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다양한 육성책과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스토리를 한국 드라마의 한계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으레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 관계’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런 설정은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되풀이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제한적인 캐스팅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드라마 제작자는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지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같은 얼굴에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낀다.

더구나 드라마·영화로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많은 중국인이 한국 영화·드라마·가요 등을 보고 들으려 하지만, 대다수는 불법으로 다운로드하거나 복제물을 구입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유통된 한국 음원의 98.8%가 불법으로 유통됐을 정도다.

한국 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낀 때문인지 요즘 한류 콘텐트의 무게중심이 점차 예능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보다 등장 인물이 편을 갈라 경쟁하는 ‘일요일이 좋다-X맨’ ‘런닝맨’ ‘무한도전’ ‘1박 2일’ 등이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는 각종 한국 예능 프로그램 소개 자료가 모두 올라 있을 정도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중국 문화콘텐트 시장은 연 평균 24% 커졌다. 다른 어느 산업보다 높은 성장률이다. 중국에 한류를 착근시키고 지속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콘텐트 수출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방송 포맷 수출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방송 포맷 수출이 점차 늘었다. 드라마처럼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형식과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다. 현지 실정에 맞는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어 인기다.

예컨대 ‘보이스 오브 차이나’는 네덜란드 방송사 RTL4가 제작한 세계적인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맷을 저장위성TV가 수입해 만들었다. CCTV, 후난 위성TV를 비롯한 지방 위성방송들은 ‘보이스 오브 차이나’가 성공하자 네덜란드의 ‘엔델’, 영국의 ‘브리티시 갓 탤런트’, 미국의 ‘도전! 수퍼모델’ 등 다양한 외국 예능프로그램 포맷 수입에 열을 올렸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최초로 방송 포맷을 수출한 프로그램은 KBS ‘도전! 골든벨’이다. 이후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KBS ‘해피 투게더-프렌즈’, SBS ‘진실게임’ 등이 수출됐다. 이어서 케이블TV tvN의 ‘롤러코스터’, MBC ‘우리 결혼했어요’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 시장에 들어왔다.

포맷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나는 가수다’이다. 중국에서 이 프로그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는 중국 최대 지방 방송사이자 시청률 1위 위성채널인 후난TV가 MBC로 부터 판권을 수입해 매주 금요일 황금시간대에 방영했다. 중국 매체 연구기관인 CSM에 따르면 지난 3월 나는 가수다 7회 방송분이 전국 시청률 1.1%, 도시 시청률 2.57%로 모두 동시간대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재가공 현지화 가능해 인기중국판 ‘나는 가수다’는 중국 최초의 기성 가수 대상 경연 프로그램으로, 첫 회 방송부터 1.06%의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인 가수 선발 경연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보이스 오브 차이나’ 프로그램보다도 시청률이 더 높다.

앞으로도 기존에 방영된 드라마를 그대로 수출하는 일차원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드라마 리메이크,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노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류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의 성공적인 수출은 중국 내 한국 TV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여주었고 포맷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식 경제 시대에 걸맞게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방송 포맷 수출이 새로운 한류 붐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송 포맷 수출의 최대 장점은 ‘재가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송 포맷 수출은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다 자막만 더해 방송하던 기존의 형태에서 현지 시청자의 취향에 맞게 재가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포맷을 접하는 현지의 시청자에게 문화적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이미 검증된 포맷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포맷 수출이 문화콘텐트 시장의 틈새시장으로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포맷 연구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와 한층 강화된 저작권 관련 법률 서비스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맷 수출과 함께 중국 현지에서 방영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 인력 투자도 일정 부분 증가할 것으로 보여 포맷 수출시장의 부가 수익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포맷 수출을 넘어서 기술 관련 시장에 대한 진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수입한 포맷을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제작 자문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조명·편집·영상·무대연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 양성과 시장 진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방송기술, 프로그램 형식, 편집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접목된 방송 포맷 수출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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