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골프계의 전설이 되다
Golf - 골프계의 전설이 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명예의 전당 1호’에 오른 구옥희 프로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명예의 전당은 협회는 물론 여자 골프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선수를 기념하는 명칭이다. 어떤 기준으로 자격을 부여할까?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박세리 프로 외에 누가 입성 가능성이 있을까?
1968년 창립한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는 아직 ‘명예의 전당’ 제도가 없다. 그보다 20년 뒤인 1988년 남자협회에서 분리 독립한 KLPGA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여자협회에 따르면 ‘KLPGA의 명예를 높이고 개인의 역량을 발휘한 선수를 기린다’는 취지로 만들어 2005년 구옥희를 첫 입회 선수로 선정했다. 입회 자격은 10년 이상의 투어 경력이 기본이다.
그리고 메이저 대회 우승, 최저타, 대상 중 적어도 1개 이상은 수상해야 한다. 그밖에 포인트를 부여하는데, 메이저 대회 우승이나 대상 수상자에는 4점, 일반 정규대회나 KLPGA 공로상·신인상에는 2점을 준다. 그리고 미국이나 일본투어의 풀시드를 가진 선수가 KLPGA 주관 대회에 한 번 이상 참가하면 1점을 주어서 누적 포인트가 100점을 넘으면 입회할 수 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면 선수의 핸드 프린트를 동판으로 제작해 협회 전당에 영구 보존한다. 금 10냥으로 KLPGA 조형물울 제작해 부상으로 수여한다. 또한 협회를 대표하는 명예대사로 임명하며 KLPGA가 주관하는 국내 대회에 영구 풀시드를 부여한다. 혜택이란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선수에겐 최대의 영광이자 골프인생의 상징이다. 이번 장례식을 최초의 협회장으로 치르는 것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첫 선수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구옥희는 국내 대회 20승, 미국 LPGA 1승, 일본 JLPGA 23승 등 생애 총 44승을 거뒀다. 그 뒤를 이은 선수가 2007년에 입회한 박세리다. 국내 대회에서는 7승을 거두었고 미국 LPGA에서는 메이저 5승 포함 25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두 사람 외에 신지애가 국내외 다양한 우승 성적을 쌓으면서 포인트 100점을 넘겨 자격을 취득했다. 다만 신지애는 200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투어 경력을 쌓으려면 201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밖에 고우순이 89점, 강수연이 59점, 김미현이 53점으로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은퇴했거나 최근 우승권에서 거리가 있어 100점의 포인트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보다는 세리 키즈가 명예에 전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프로에 입문한 박인비는 LPGA에서 메이저만 4승을 거두고 총 9승째를 올렸다.
일본투어에서도 3승을 올렸으니 유력 후보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에 최나연·유소연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여자투어에서 22승을 쌓은 전미정을 비롯해 이지희·안선주도 물망에 올랐다. KLPGA의 정회원 수가 900명을 넘어섰지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국내 골프계 역사에서 남자투어가 더 오래됐지만 KPGA에서는 평생의 업적을 쌓고 골프 이미지를 고양한 선수를 기념하는 제도가 따로 없다. 투어 최다승을 쌓아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최상호 프로나 세계 무대에서 한국 골퍼의 이름을 알린 최경주·양용은 등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는 아직 남자 명예의 전당이 없지만 최경주는 올해 ‘아시아태평양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98년 아시아태평양골프그룹이 창설한 이 전당은 잭 니클러스, 게리 플레이어 등이 가입했다. 최경주는 아시아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가입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입회식을 한다. 최경주는 PGA투어 통산 8승을 올렸고, 2008년 세계랭킹 5위까지 오른 아시아 대표 남자골퍼다.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섰다.
뭐니뭐니해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당은 1974년 창설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이다. 여기에 가입하려면 좀 더 복잡한 조건과 어려운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남자 선수는 PGA투어에서 10년 이상 뛰어야하고, 최소 40세가 넘어야 한다.
대회 우승 자격으로는 메이저 1승을 포함한 10승 이상, 메이저 2승 이상, 혹은 투어의 다양한 성적을 조합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는 나이 조건만 채우면 된다. 생애 승수 78승에 메이저 14승을 올렸다. 다만 아직 37세로 나이 제한에 걸려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지 못했다.
성적만으로 가입되는 건 아니다. 기존 명예의 전당 회원들, 골프 역사학자와 전문 기자단이 참여한 투표에서 적어도 65% 이상(예전에는 75%)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1984년에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00년부터는 5명 내외로 입회자가 나왔다. 선수뿐만 아니라 골프계의 다양한 공헌자 중에서도 입회자가 나왔다.
아시아인 중에는 2003년 일본의 히사코 히구치, 2004년 일본의 이사오 아오키가 남녀 부문에서 각각 최초로 입회했다. 최근 3년 간 입회 사례를 보면 2011년 메이저 3승(지난해 브리티시오픈 포함하면 현재 4승)에 62승을 올린 어니 엘스를 필두로 일본의 골프 전설 오자키, 메이저 2승의 더그 포드와 조크 허치슨, CBS의 명프로듀서 프랭크 처키니언과 골프 발전에 기여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입회했다.
지난해에는 메이저 4승에 PGA 40승을 올린 필 미켈슨과 함께 US여자오픈에서 3승을 거둔 홀리스 스테이시, 골프 전문기자 댄 젠킨스, 골프 방송 캐스터 피터 앨린스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최경주는 ‘아·태 명예의 전당’ 가입올해는 ‘필드의 신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프레드 커플스가 재수 끝에 입회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51%의 득표율로 데이비스 러브 3세(38%), 마크 오메라(36%)를 제쳤다. 기준 점수인 65%에는 못 미쳤으나 후보 중에 65%를 넘기지 못하면 50% 이상 최다 득표율을 보인 인물이 입회한다는 조항에 따라 커플스가 선정됐다.
그밖에 유러피언투어 사무총장을 지낸 켄 스코필드와 최근 사망한 켄 벤추리, 윌리파크 주니어, 그리고 아직 메이저 우승은 없지만 유러피언투어 통산 31승에 1993년부터 7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콜린 몽고메리가 입회했다.
PGA투어의 현역 선수 중에서는 비제이 싱을 포함해 4명 만이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 우승자 중에서 아직 쟁쟁한 선수가 대기 중이다. 실제 올해 낙방한 선수의 면면만 봐도 대단하다. 메이저 2승에 빛나는 패드레이 그 해링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리 웨스트우드도 아직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의 입회 가능성이 가장 크다. PGA투어 경력이 올해로 14년차이고, 미국에서도 다양한 자선 활동을 하며 9승을 거둔 선수가 많지 않다. 메이저 우승이 없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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