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4월부터?”…눈에 띄는 패션업계 ‘시즌리스’ 트렌드
[계절을 버린 패션]①
기후 변화·소비자 트렌드 맞춰 계절 구분 없는 ‘시즌리스’ 전략 확산
재고 관리·지속 가능성까지 장점…글로벌·국내 브랜드 적극 도입 추세

겨울에도 크록스, 간절기에도 패딩
우리나라의 경우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2월 한 시사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작년에 우리나라 여름이 ‘이르면 4월부터 늦으면 11월까지도 갈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월평균 온도가 10도 이상인 달이 한 8개월 정도 이상 이어지면 아열대라고 한다. 사실상 우리나라 기후가 거의 아열대에 가까워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 또한 과거 30년(1912~1940년) 98일이던 여름이 최근 30년(1991~2020년)에는 118일로 20일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계절 변화 양상이 계속될 경우, 제주와 일부 남부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아열대화 현상이 21세기 말에는 충청권까지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기후 변화에 패션업계는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 봄·여름(SS)과 가을·겨울(FW)으로 나뉘던 패션 시즌의 경계선이 점차 약해지면서, 기업들은 계절 구분이 없는 시즌리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일찍이 글로벌 브랜드들은 시즌리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캐나다구스는 겨울 아우터로 유명하지만, 사계절 착용 가능한 윈드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며 시즌리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능성과 스타일을 갖춘 바람막이 자켓은 특히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경우 지난 2020년 당시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기존의 계절별 컬렉션 발표를 줄이고, 시즌 구분 없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반영한 전략이었다.
국내 브랜드들 역시 시즌리스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시즌 구분 없이 컬렉션을 발표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경우 기존 시즌 컬렉션 대신 연중 일정 간격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드롭’(Drop)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뿐만 아니라, 지난해 론칭한 앙개 등 이머징 브랜드를 통해 사계절 활용 가능한 아이템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스튜디오 톰보이·보브·지컷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계절 구분 없는 기본 아이템을 확대하며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무신사의 경우 지난해 여름 ‘25SS 시즌 프리뷰’ 행사를 통해 입점 브랜드들이 신제품 디자인을 선공개하고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생산 여부를 결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즌리스 디자인을 지원한 것이다.

사실 패션업계가 시즌리스 전략을 도입하는 이유는 기후와 트렌드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점이 있어서다. 시즌 구분을 없애면 재고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기존의 시즌 컬렉션 방식에서는 시즌이 지나면 할인 판매가 필요했지만, 시즌리스 방식에서는 제품의 가치가 유지돼 유연한 재고 운영이 가능하다.
지속 가능성 역시 시즌리스 전략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기존 패스트패션의 과잉 생산과 폐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면 제품이 폐기되거나 할인 판매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시즌리스 패션은 소비자가 필요할 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 브랜드들은 겨울이 늦게 시작되면 12월 이후까지도 겨울 의류 마케팅을 지속하거나 간절기(봄·가을) 의류의 비중을 줄이고 여름과 겨울 중심으로 상품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맞춘 기능성 의류 개발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패션업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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