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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 인공지능 가정교사가 등장했다

EDUCATION - 인공지능 가정교사가 등장했다

학생이 뭘 잘 하는지, 뭘 모르는지, 얼마나 잘 하는지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학습계획을 수립해주는 신기술이 교육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지칠 줄 모르는 개인 가정교사가 모든 학생에게 딸려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는 마술사처럼 모든 걸 알고, 학생의 지식수준을 알고, 학생이 알아야 할 내용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인공지능을 갖춘 지적이고 정력적인 학습 동반자다. “업계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비전을 두고 대체로 ‘마치 먼 미래의 공상과학 소설 스토리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기술 벤처회사 뉴턴(Knewton)의 CEO 호세 페레이라의 말이다.

4년 전 페레이라를 처음 만났을 때 나도 이런 이야기가 또 다른 첨단기술 벤처기업의 헙수룩한 애숭이 창업자가 내뱉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허풍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회사가 약속하는 혁신기술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100만 명의 학생이 뉴턴의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 기술을 이용해 수학·독해 그리고 기타 기본과목을 공부한다.

그 과정에서 매일 수백만 건의 데이터 항목이 생성된다. 페이팰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투자자인 피터 티엘도 뉴턴의 초기 투자자다. 최근 그는 뉴턴을 가리켜 자신이 투자할 때 눈 여겨 보는 두 가지 주요한 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들이 하기 전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단 해낸 다음엔 남들이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은 갈수록 인기를 끄는 캐치프레이즈다. 이용자가 입력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매 순간마다 맞춤형 학습자료를 제시하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벤처 투자자와 기존의 대형 교육 업체들로부터 ‘혁명’으로 평가 받는다.

뉴턴의 기술은 올 가을부터 미국의 대다수 대학과 유치원·초중등 학교에 보급된다. 3대 교과서 발행업체 피어슨, 맥밀란, 호튼 미플린 하코트와 새 파트너십을 통해서다. 뉴턴의 기술로 무엇이 가능한지는 일반 대중이나 언론은 물론 투자자나 경쟁업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 페레이라는 이 모든 일을 해냈다.

적어도 비전은 이렇다. 5~10년 이내에 종이 교과서와 등사인쇄 문제지는 사라지게 된다. 학교수업과 숙제(문자·오디오·비디오·게임)가 아이패드나 그와 비슷한 단말기로 완전히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적응학습이 각 이용자의 과거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딱 필요한 콘텐트를, 딱 알맞은 포맷으로, 딱 알맞은 때에 찾도록 도와준다.

요즘 학급규모는 커지는데 교원은 갈수록 줄어든다. 학생들의 특별학습 필요와 학업 스타일은 실로 각양각색이다. 일부 개혁주의자는 이들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세주라며 반긴다. 맞춤형의 효과적인 학습과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초중등학교 개혁 과정에서 차터 스쿨(charter schools, 자율형 공립학교)부터 미국공통학력표준(Common Core national curriculum standards)에 이르는 다양한 이슈를 두고 팽팽한 전선이 형성돼 있다. 공통학력표준은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학력수준 향상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지지를 받는다. 학생을 참여시켜 교실을 21세기로 인도하는 능력 덕분이다.

이 소프트웨어 기반 학습으로 앞으로 무엇이 가능해질까? “현재 세계 인구의 22% 선만이 고등학교 또는 그와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세대 뒤에는 거의 무상으로 그 비율이 100%에 육박할 수 있다.” 페레이라의 말이다.

대다수 기술 창업자와 마찬가지로 페레이라는 기존 교육시스템에 개인적인 불만이 많다. “내게는 학교가 아주 따분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의 낮고 빠른 목소리가 에어컨 소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 지역에 있는 뉴턴의 새 건물 옥상 테라스였다.

뉴턴은 닥치는 대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샌들에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인 페레이라의 사무실에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여러 브랜드의 맥주가 가득 비치돼 있다. 내가 방문한 날엔 직원들이 모두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케일을 싸들고 왔다.

“공장식 교육모델은 거대한 관료주의 체제다. 몇몇 아이들은 잘 적응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시스템은 그런 학생에게 낮은 점수를 주며 멍청하다고 말한다. 학생이 적응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의 잘못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반항적인 기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지만 부모는 또 한편으로 그에게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심하게 줬다. 아프리카 태생의 백인이었던 부모는 페레이라가 2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버지의 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치운동 때문에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남아공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메릴랜드주 체비 체이스에 정착했다. 그가 다닌 공립학교는 수준은 높았지만 그에게는 따분했다. 그는 자기과시적인 질문을 던져 선생님을 궁지로 몰아넣는 유형의 학생이었다. 숙제를 해가지 않고 시험 하루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를 했다.



페레이라는 미네소타주 칼튼 칼리지에서 철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1990년대 초 불경기 속에서 취업빙하기를 맞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낮에는 카플란의 SAT(대학 입학자격 시험) 강사로, 밤에는 카지노에서 포커 게임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두 가지 일 모두 숫자 놀이를 즐기며 포커 게임에선 하우스를 상대해 돈을 땄다. “카지노는 게임 형태의 통계학이다. 그리고 퍼즐 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어느 시점엔가 기존에 있던 표준 시험은 모두 치렀다. SAT, GRE, GMAT, MCAT 등. 그냥 재미로 봤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그는 애물단지였다. 그가 뭘 해 먹고 사는지 친척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부모님이 내가 사는 도시로 찾아와 저녁에 외식을 시켜줬다. 아버지는 내가 인생의 실패자라고 걱정했다. 어머니는 ‘네가 왜 2년 동안 아무하고도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밤이든 주말이든 항상 포커 테이블에서 죽치고 살았기 때문이다. 카플란이 내게 정규직 취업을 제의해 받아들였다.

인생을 진지하게 살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페레이라는 문제풀기 취미를 표준시험 응시(그리고 그 시험의 격파와 다른 사람의 격파 돕기)의 기술과 과학으로 확대했다. 그는 이를 결코 속임수로 보지 않고 자신처럼 똑똑하지만 엉덩이가 가벼운 아이들에 대한 부당함을 시정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자의적인 3시간짜리 시험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한편 그는 자신감과 모험정신 덕을 톡톡히 봤다. 카플란에서 근무하던 중 GRE 시험에서 결함을 발견했다. 그 때문에 원래 대단히 전문적인 수학문제가 어린이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그 취약점 때문에 GRE 주관사인 ETS는 문제의 한 섹션 전체를 들어내야 했다. 그들은 그 시험준비반의 해커를 비공식적으로 “적그리스도(the Antichrist)”로 불렀다. “그들은 시험 중 한 섹션을 들어내야 했다. 내가 한 일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당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건 그때가 유일하다.”

그가 자랑스러운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카플란은 ETS의 오류 시인을 자신들의 시험준비 서비스를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 캠페인의 토대로 삼았다. “그뒤 우리가 밖으로 보내는 모든 자료에 그 내용을 올렸다. 필리핀의 간호사들도 그와 관련된 우편엽서를 받았다.”

페레이라는 카플란에 계속 다니면서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닷컴 시대의 동이 트면서 교육과 학습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첨단기술의 힘에 갈수록 매료됐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지만 포커게임을 계속하며 재미와 돈을 모두 얻었다. 때로는 애틀란틱 시티 카지노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새벽 4시에 잠을 청하기도 했다.

호주머니에 수천 달러나 있었지만 호텔 숙박비를 지불할 생각은 없었다. MBA 학위를 취득한 뒤 골드먼삭스에 입사했다가 그만두고 매핑 소프트웨어 벤처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2000년 거품붕괴 때 쓰러졌다. 한동안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략가로 일하기도 했다(그의 부인 테레사 하인츠 케리의 조카다). 벤처 자본가로도 활동했다.

“이들 교육 관련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숙성시켜 왔으며 ‘이걸 해야겠다’고 말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2008년 뉴턴을 창업할 때 그가 제시한 비전은 오늘날 신봉하는 바와 대체로 같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사람의 학업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고, 그 혁신과정을 주도하는 회사를 세우는 일이다.

“인터넷이 다른 산업에 가져온 변화를 보라.” 2009년 한 첨단기술 회의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활자·디지털·비디오·음악 등 미디어 산업을 완전히 뒤집어엎은 뒤 다시 세우고 있다. 여행·호텔·음식점·소매유통 등 대규모 정보를 구성요소로 가진 산업은 무엇이든 바꿔 놓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사람들은 교육에 대해서는 그런 일을 예상하지 않는다. 내게는 교육시장의 변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교육의 바탕을 이루는 모든 콘텐트가 온라인으로 이동한다. 하나의 거대한 지각변동이다. 그리고 뉴턴이 그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추천 엔진(recommendation engine)이 인터넷의 핵심기술이다. 아마도 우리는 매일 그 기술을 접한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이 검색어를 입력했던 다른 사람들이 이 페이지도 클릭했으니 맨 위에 표시한다”는 식이다. 아마존도 채택했다. 이 책을 구입한 다른 사람들은 그 책도 사들였다. 넷플릭스도 도입했다. 영화 ‘베이비 길들이기(Bringing Up Baby)’를 좋아한다면 아마 ‘7년만의 외출(The Seven-Year Itch)’도 마음에 들 것이다.

이들 사이트 중 하나를 이용하면 할수록 사이트에 이용자 관련 정보가 더 많이 축적된다. 현재의 행동뿐 아니라 이용자가 이제껏 한 다른 모든 검색과 클릭까지도 말이다. 이론상 한 사이트에서 더 오래 머물수록 추천 시스템이 더 개인화된다. 또 한편으로 그 플랫폼 내 다른 모든 사람의 활동내역까지 반영한다.

뉴턴은 기본적으로 추천 엔진이지만 학습용이다. 그 학습 데이터 세트는 모든 웹페이지나 영화의 집합이라기보다 대체로 모든 팩트의 집합체다. 예컨대 추천 엔진 중 어느 한 항목의 데이터는 피타고라스 삼각형에서 세 변의 비율이 3-4-5라는 수학 지식일 수 있다. 그 숫자들을 어떤 정수로든 곱하면 이런 유형의 삼각형에서 새로운 변의 길이 세트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데이터는 영어 문장의 의미 전환에서 ‘but’ ‘however’ 또는 ‘on the other hand’ 같은 ‘역접 접속사’의 기능일지도 모른다. 페레이라는 이들 팩트들을 가리켜 ‘원자 개념(atomic concepts)’이라고 부른다. 더 작은 개념으로 쪼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분명 물리학 인용도 즐기는 듯하다.

피어슨 같은 교과서 출판사가 뉴턴의 플랫폼에 싣는 교과 과정은 비디오·문제·텍스트 등의 형태가 될 수 있다. 거기에 적절한 개념이나 개념들의 꼬리표가 붙는다.

한 학교가 뉴턴 기반의 마이매스랩(MyMathLab) 온라인 시스템을 구입했다고 하자. 가령 ‘리알스 베이직 칼리지 매시매틱스 8판(Lial’s Basic College Mathematics 8e)’에 기초한 특정 교과과정을 이용하는 식이다. 학생이 시스템에 로그인하면 가장 먼저 간단한 배치 시험이나 책 내용과 관련된 예비 시험을 본다.

책에는 관련된 ‘원자 개념들’의 태그가 붙어 있다. 학생이 텍스트를 읽거나 비디오를 보고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뉴턴의 시스템도 학생을 ‘읽는다.’ 학습과정에 몇 초가 걸렸는지를 재고, 모든 키보드 동작의 도표를 만들고, 학업 스타일의 프로필도 작성한다. 머뭇거리는가, 자신감이 있는가? 대강 때려잡는가, 시간을 갖고 생각하는가?

어떤 답변을 하는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답을 얻어냈는가를 바탕으로 “각 개념에 대해 백분위수까지 알려줄 수 있다. 얼마나 빨리 배웠는지, 얼마나 잘 아는지, 얼마나 오래 기억할지, 다른 유사한 개념을 그렇게 잘 배울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측정한다”고 페레이라가 말했다.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그 플랫폼은 학생의 학습 과정을 지켜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추정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전 8시 20분~9시 35분에, 80%의 텍스트와 20%의 리치 미디어(오디오·비디오·애니메이션 등을 결합한 매체)를 이용해, 한 번에 32분을 넘기지 않을 때 513번 개념을 가장 잘 습득한다. 그렇다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12개 개념 각자를 그와 같은 방법으로 가장 잘 학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 플랫폼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학생이 다음에 공부해야 할 내용을 정해, 알맞은 콘텐트를 새로 제공하며, 계속적으로 진도를 체크한다. 학생이 ‘숙달 포인트(mastery points)’를 얼마나 많이 취득했는지, 다음에 무엇을 할지가 상황판에 표시된다.

교사들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정확히 어떤 개념에 어려움을 겪는지를 알 수 있다. 숙제로 내준 문제를 풀었는지 뿐 아니라 각 문제의 풀이를 몇 번이나 시도했는지, 힌트가 얼마나 많이 필요했는지, 학생이 그 페이지를 봤는지 또는 관련 해설이 담긴 비디오를 틀었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시스템은 더 좋아진다. 그리고 학생이 많이 사용할수록 그 학생에 대한 맞춤형 학습 지원기능이 더 강화된다. 전통적인 수업에선 교사가 미리 정해진 학습자료의 순서를 따라 일률적인 속도로 학생 그룹을 인도해간다. 학생과 교사 간의 반응이 지연된다. 숙제나 쪽지시험 결과를 하루 이틀 뒤에 받는다. 일부 학생은 따분해 하는 반면 또 일부는 헷갈려 한다. 핵심 개념을 놓치고 뒤처져, 결국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적응학습은 이 모든 관행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학생이 자신만의 속도로 학업을 진행할 수 있다. 힌트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교사는 수업시간 중 필요에 따라 개인이나 소그룹에 학습지원을 집중할 수 있다.

페레이라는 피어슨과 와일리 같은 경쟁업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 그의 소프트웨어가 어떤 회사의 교육 콘텐트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웹서비스가 인터넷에 저장공간을 마련하기를 원하면 어떤 웹사이트에든 서버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그러나 콘텐트 파트너를 물색하기 전에 뉴턴은 자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한 독자적인 대학수학 보충수업 과정을 개설했다. 그들의 개념을 실증하려는 취지였다. 2011년 여름부터 아리조나주립대(ASU), 네바다대(라스 베이거스), 앨라배마대에서 매스 레디니스(Math Readiness) 과정이 도입됐다.

뉴턴의 매스 레디니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ASU 학생들은 소그룹을 이뤄 독자적으로 컴퓨터 학습자료를 통해 공부했다. 강사들은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특정 개념의 애로 해결에 전념했다. 2학기 실행 후 수강 철회율이 56% 감소하고 이수율이 64%에서 75%로 상승했다. 앨라배마대의 이수율은 70%에서 87%로 뛰었다. 네바다대(라스베이거스)의 신입생들에게는 학기 시작 전 여름에 온라인으로 그 강좌를 수강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뒤 대학 대수학(college algebra) 학업능력 인정 비율이 30%에서 41%로 올라갔다.

“예전에는 모든 학생이 같은 수준이라는 가정 아래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은 학생들이 다른 속도로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눈높이를 맞춘다.” ASU의 수학 강사 아이린 블룸이 한 교육 블로그에서 그 시범 프로그램을 가리켜 말했다. “수업 외에도 내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또는 하지않는지)에 관한 정보가 훨씬 많다. 어디에서 막히고, 얼마나 빨리 진도를 나가고, 수학 학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뉴턴 시스템은 분석기법을 이용해 계속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한다. 이전의 학습결과를 볼 때 쉬울 듯한 문제를 너무 자주 틀리면 자신감을 잃기 쉽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높은 몇 가지 질문으로 학업을 시작한다. 계속 틀린 답을 고르면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면 정답을 그냥 알려주기 전에 광범위한 힌트를 계속 던진다. 곱셈 연습을 시킬 때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보여줄 때를 구분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식의 맞춤형 교습법이 학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첫 해 ASU의 14주 코스를 수강한 학생의 45%가 예정보다 4주 빨리 과정을 마쳤다. “한 학기 과정을 14일 만에 마친 학생들도 있었다”고 페레이라가 말했다. 과거의 자신처럼 따분해 하는 학생에 자유를 준 데 분명 고무된 듯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지루해도 학기가 끝날 때까지 수업을 들어야 했다.”

데이터가 정밀해지면서 성적이 좋지 않던 학생에게도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다. 기말고사를 통과할 만한 지식을 쌓지 못한 학생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답을 잘 살펴보면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과거에는 그런 학생은 중퇴하기 십상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실제로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직업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 단기대학)에서 수학 보충수업을 받는 다수의 학생이 학점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한 학기만 더 다니면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고 장담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의 인생이 이젠 바뀌게 됐다.”

전 세계의 교육비 지출은 수조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른다. 교육기술(ed-tech) 벤처 자금조달은 2012년 11조 달러에 달했다. 루퍼트 머독은 2억 달러 규모의 태블릿 및 디지털 교과과정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애플과 구글은 제각기 장치와 앱 분야에서 상당한 규모의 교육사업을 일구고 있다. 모두 스탠퍼드대 교수들인 세바스천 트룬, 대프니 콜러, 앤드류 응이 1억 달러 가까운 벤처 자금을 조달해 유대서티(Udacity)와 코세라(Coursera)를 구축했다.

이들 온라인 강좌 플랫폼은 세계 유수의 유명 대학에서 개발된 강좌의 동영상 버전을 무료 제공한다. 칸 아카데미는 무료 강좌 비디오와 온라인 학습자료를 갖춘 비영리 도서관이다. 한 달에 6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며 3만 개 강의실에서 이용된다. 교육분야 혁신확대의 씨앗을 뿌리는 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보다 많은 역할을 한 개인은 아마도 세상에 없을 성싶다.

게이츠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비영리 단체와 영리 단체 모두에게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 글로벌 창조산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기술회의 중 교육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SXSW에듀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렸다. 그 기조연설에서 그는 교육분야의 디지털 혁명을 소아마비 백신의 발견에 비유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궁금증은 커져 간다. 이 모든 혁신이 빈부간 또는 흑백간의 고질적인 성취도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대학 학비를 낮추거나 학자금 융자 부담을 덜 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기술과 관련해 던져야 하는 의문이 있다. 그것이 교육의 인간적 요소를 보완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에는 그들이 얻는 지식이나 능력보다 의욕, 끈기, 동기유발 같은 정신적 특질들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인간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교육 중에서 지식습득은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이 특히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듯한 유일한 측면이다. 지금까지 뉴턴 등 대다수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앱, 게임은 정량적이고 제한적인 정보 단위를 전달하는 데 최적화됐다.

수학, 과학 또는 공학뿐 아니라 기본적인 읽기·쓰기와 문법 같은 분야가 주 대상이다. 뉴턴 같은 적응학습 플랫폼은 학급 토론에서 학생의 통찰력, 에세이의 특출한 사고, 단체 프레젠테이션에서의 독창성을 도표화하거나 분석하는 능력은 없다. 그처럼 복잡한 능력은 인간의 분별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식이전 다시 말해 우리가 ‘학습’으로 생각하던 분야의 하위 분류 내에서 뉴턴과 같은 도구가 흥미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 공통학력 표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학생들이 단순한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증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뉴턴의 일반 학생용 플랫폼 출시는 2014년 초로 예정돼 있다. 누구든 웹의 어떤 교육 콘텐트라도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교사 자신의 강의자료든, TED(기술·엔터테인먼트·디자인) 관련 강연이든, 또는 칸 아카데미 학습자료 세트든 상관 없다(지금까지는 교과서 발행업자만 그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었다). ‘원자 개념’ 별로 콘텐트에 꼬리표를 붙이는 힘든 과정은 불특정 다수의 힘을 빌리게 된다. 공동체가 참여하게 된다면 뉴턴의 추천 엔진이 공개된 무료 교육자원의 세계를 분류해 누구에게나 공짜로 더 풍부한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충분한 광역통신망만 있으면 노래 한 곡을 내려 받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듯 개인화되고 막힘 없는 학습. 자발적이고 무한히 확장 가능한 경험으로서의 이 같은 학습 구상은 아직 초창기 단계인 디지털 시대의 환상으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빅데이터, 풍부한 콘텐트, 분석기술의 모든 지능을 유능한 교사와 학습자의 손에 넘겨주어 그들이 함께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자신들의 방식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지식을 탐구하도록 하는 미래.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한 발전을 감안할 때 훨씬 더 설득력있고 달성 가능한 듯하다.

페레이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겸손함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따지고 보면 뉴턴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그가 말했다.

- 필자 애냐 카메네츠는 ‘부채 세대(Generation Debt)’와 ‘DIY 대학’의 저자다. 다음 저서 ‘시험(The Test)’이 근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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