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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 카드시장의 새로운 십년대계

strategy - 카드시장의 새로운 십년대계

혁신의 아이콘 현대카드는 포인트·캐시백 두 축으로 상품을 개편하고 문화마케팅 서비스를 강화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10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10년간 현대카드를 이끈 색깔·숫자·알파벳 마케팅을 대신할 전략으로 ‘심플하게, 고민 없이, 편리하게’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다. 그리고 이에 맞춰 기존 알파벳 카드 상품 22종을 7종으로 대폭 축소했다.

정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카드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챕터(Chapter) 2’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2003년 5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현대카드M’을 선보인 이후 1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고객이 쉽게 카드를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알파벳 카드로 대변된 지난 10년이 ‘챕터1’이었다면 카드시장에 새로운 ‘챕터2’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이야기다.



심플하게, 고민 없이, 편리하게정 사장은 현대카드를 끌어갈 새로운 시스템으로 ‘포인트’와 ‘캐시백’ 두 가지를 제시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수십 가지로 구분돼 있는 상품군을 크게 포인트 적립에 특화된 카드(M·M2·M3·T3)와 할인·캐시백 혜택이 큰 카드(X·X2·ZERO) 두 종류로 분류했다. 포인트를 쌓고 쓰는 곳을 크게 늘리고, 캐시백 적립과 이용에 제한을 없앴다.

기존 카드는 외식·여행·항공 등 특정 분야에서만 할인 혜택을 줬다. 포인트를 쓸 수 있는 곳도 카드별로 제한이 많았다. 정 사장은 “이젠 ‘어떤 카드를 고를까’ 고민하지 말고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 둘 중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초우량 고객 상품인 블랙·퍼플·레드를 제외한 알파벳 카드 시리즈 신규 발급은 7월부터 중단한다.

7월 1일부터 적용한 현대카드의 새로운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실적이 최소 50만원을 넘어야 한다. 대신 사용액이 많을수록 혜택이 늘어난다. 혜택을 받는 문턱까지만 카드를 쓰는 ‘체리피커’ 고객을 과감히 버리고, 실적이 우수한 고객군에 마케팅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현대카드M은 ‘현대카드M 에디션2’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월 50만~100만원을 사용하면 0.5~2%의 M포인트가 적립된다. 월 100만원 이상은 일반 적립률의 1.5배로 M포인트가 적립된다. 현대카드X는 월 50만~100만원 이용하면 0.5% 캐시백, 월 100만원 이상은 1% 캐시백을 제공한다. 정 사장은 “캐시백은 적립과 사용의 기준을 없앤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존 카드사들은 캐시백을 쓸 때 ‘1만점 이상부터 사용’ 같은 최소 기준을 정해놨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카드 디자인과 디지털 사용 환경도 선보였다. 카드 앞면에 넣는 집적회로(IC) 칩에 세계 최초로 회사 이름을 새겼다. 홈페이지도 고객이 자신의 포인트·캐시백 혜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바꿨다.

시장에서는 ‘현대카드다운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는 2001년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수할 때만 해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8%로 최하위권이었다. 게다가 카드 업계에 뛰어든 직후 ‘카드대란’이 발생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현대카드는 2003년 6300억원, 2004년 2300억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때 현대카드는 카드사업을 매각하거나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좀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2003년 초 ‘엑스칼리버’라는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칼끝으로 위기를 돌파해 카드 업계의 아서왕이 되자’는 각오였다. 당시 대부분의 카드사가 이자율을 높이고 한도를 축소할 때 현대카드는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그전까지 자동차(Motor) 머리글자 M을 내세운 ‘현대M’ 카드는 자동차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신용카드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것을 다양한 혜택을 준다는 의미로 다중(Multiple)의 머리글자 M을 내세워 명칭을 ‘현대카드M’으로 바꿨다.

또 카드 업계가 축소지향 경영을 외칠 때 현대카드는 해마다 3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특히 그간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카드 상품의 이름·디자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카드 서비스 내용을 달리했다. 이런 노력으로 ‘현대카드M’은 단일 카드로서는 최초로 830만 회원을 돌파했다.



우량고객에 대한 ‘선택과 집중’현대카드의 역발상 전략은 VVIP카드 시장 개척에서도 잘 볼 수 있다. 2003년 리서치 결과 월 1000만원 이상 사용하는 VIP 회원의 새로운 수요를 짚어냈다.

이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만한 상품이 없다는 판단 아래 VVIP시장 공략을 위한 신상품 개발에 착수했고 블랙카드(The Black)·퍼플카드(The Purple)·레드카드(The Red) 등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았다. 가입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기존 카드에서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급 서비스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카드가 뭐 다를 게 있겠느냐’던 경쟁사들도 현대카드의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다른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지않던 포인트 문제도 고민했다. ‘현금처럼 포인트를 쓸 수 있다면?’처럼 창의적인 접근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전략을 세웠다. 포인트를 쌓은 뒤 이용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미리 포인트를 이용하고 뒤에 포인트를 쌓아 갚는 ‘선포인트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출범 당시 꼴찌였던 현대카드는 업계 2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점유율도 1.8%에서 12%대로 끌어올렸다. 현대카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로 카드 업계가 몸살을 앓는 요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현대카드M’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카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카드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부터 ‘챕터2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현대카드가 조용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느 때보다 바빴다”고 덧붙였다. 이번 변화를 위해 910만 명에 이르는 고객의 카드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160차례 넘는 회의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다. 고객의 관점으로 돌아가, 카드를 선택하고 이용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상품을 만들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사실상 두 종류의 카드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세계적 스포츠 스타와 뮤지션을 초청하는 ‘슈퍼시리즈’ 같은 문화마케팅 서비스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7월에는 ‘현대카드 부산 파이낸스샵’을 ‘현대카드 MUSIC’을 컨셉으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파이낸스샵은 신용대출이나 주택대출, 자동차 리스·렌트 등 금융서비스와 함께 신용카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 파이낸스샵은 서울과 경기 지역 이외에 처음 문을 연 곳으로, 현대카드 슈퍼시리즈와 디자인 라이브러리 등 현대카드의 모든 브랜딩 활동을 할 수 있다. 정 사장은 “슈퍼시리즈와 라이브러리 등은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문화인만큼 앞으로도 현대카드 회원만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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