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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석기·NLL에 밀려 민생 뒷전

국정원·이석기·NLL에 밀려 민생 뒷전

경제활성화 법안 수북이 쌓여 … 정기국회 파행 속 서민·재계만 속타



이번에 또 대화록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다시 시끄럽다. 올 한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 이석기 의원 체포 동의안 등으로 날 선 공방을 벌인 국회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이 아무런 소득없이 끝났다. 9월 정기국회 한 달도 날리다시피 했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은 계속 쌓여간다. 10월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대화록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월 4일 기준으로 19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6797건이다. 의원 발의가 6359건, 정부 제출이 438건이다. 이 중 21%인 1455건만 처리됐다. 나머지 5326건의 법안은 계류 상태다. 정치권이 민생은 뒤로 한 채 정치싸움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계류 중인 법안 처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국회가 그동안 파행을 겪으며 차일피일 미룬 숙제가 많다. 정기국회 이전에 처리돼야 하는 지난해 예·결산 심사가 벌써 마감 한 달이 넘도록 이뤄지지 못했다. 10월 7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도 원만하게 진행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이를 잘 마무리하더라도 내년 예산안 제출과 국회 처리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예결산 심사·국감에 계류 법안 처리 언제?국회가 정상화되면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해야 하는 법안은 선적해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정계와 시민단체의 요구 또한 다르다. 새누리당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우선 처리해야 하는 법안 126건을 선정했다. 이 중 49건이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이다. 기업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이 많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시간선택제근로자 보호 및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역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우선 통과를 주장했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176건 중 통과된 법안은 39건에 불과하다”며 “그간 지나친 규제로 기업 활동의 제약이 많았던 만큼 경기 회복을 위해서 국회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및 을(乙) 살리기 법안, 불법채권추심 방지, 신규 순환출자금지 등을 30개 법안을 정기국회 우선 처리 법안으로 정했다. 상당수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충돌하는 것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9월 1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부자 감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올해 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며 맞섰다. 박근혜정부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시민단체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실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박근혜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국민 복지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대부분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은근슬쩍 경제활성화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금지·금융회사 지배 구조법 개정 등이 우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활성화가 추진되면 오히려 국가 경제발전에 독이 된다는 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야 하는 법안도 많다. 부동산 관련 법안이 그렇다. 정부는 올해만 4·1 부동산 대책, 7·24 후속조치, 8·28 대책 등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주택법과 소득세법 등 11개 법령과 26개 법률안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 중 12개만 처리했을 뿐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핵심으로 불리는 노후 아파트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분양가 상한제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벌써 6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택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로 영구 인하하는 지방세법 역시 19대 국회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과제다. 19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401개의 법안 중 240건이 부동산·주택·건설 관련이다.

어떤 법안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법안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대립하는 동안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서민의 피해가 크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잠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국회에서 오랫동안 표류하면 다시 경기가 가라앉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정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 박창민 한국주택협회장은 “정부가 내세운 부동산 관련 대책이 입법 과정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며 “국민이 정책을 믿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회가 계류 중인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기업투자 관련 법 통과 시급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 현행법은 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이를 외국기업과 공동출자법인에 한해 보유 지분을 50%로 완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을 발의한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경제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SK종합화학이 일본JX 에너지와 제휴해 건설하려던 울산 공장과 GS칼텍스가 일본쇼와셀·다이요오일과 함께 전남 여수시에 지으려던 공장 프로젝트가 현행법에 막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공정거래법을 우회해 상호출자금지 조항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부동산 관련 법안이나 외국인투자촉진법처럼 이슈가 되는 계류법안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파행 국회 때문에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민생 법안도 많다. 지방세 관련 법률과 영유아보육법·청년고용특별법 등이 법사위 또는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미 여야 합의를 이루고 형식적 심사 절차만 남겨둔 사안도 많지만 언제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정보통신·벤처기업이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도 있다. 크라우드 펀드 도입의 근거 마련을 위한 자본시장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빅데이터 활용 근거를 마련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의 전자정부법도 국회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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