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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공휴일로 돌아온 한글날

SEOUL REPORT - 공휴일로 돌아온 한글날

한국은 근로자들의 여가를 더 많이 보장할 필요 있다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한글날은 42년 간 공휴일이었다.



한국에서 10월 9일은 한글의 창제와 선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2013년 한글날은 예년과 조금 다르다. 1991년 이래 처음으로 공휴일이 됐다.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한글날은 42년 간 공휴일이었다. 한글날이 공휴일로 다시 제정되면서 2013년 한국의 공휴일은 15일이 됐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올해 일본의 공휴일은 12일, 캐나다는 11일이며 미국은 고작 10일밖에 되지 않는다. 2014년은 한국 근로자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해다. 2002년 이래 달력에 가장 많은 ‘빨간 날’이 새겨진다. 이처럼 많은 공휴일을 보면 한국은 근로자들의 천국인 듯하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를 잠깐만 들여다 봐도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진다. 국가별 주요 정보를 모아 놓은 OECD 팩트북 2013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인은 평균 2116시간을 일했다. OECD에 가입한 34개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더 많은 평균 근로시간을 기록한 국가는 멕시코(2250시간) 한 곳밖에 없다. OECD 전체 평균 근로시간은 1776시간이니 한국인들은 OECD 평균보다 340시간을 더 일한 셈이다. 하루 노동시간을 넉넉하게 10시간으로 잡더라도 340시간은 1년에 30일 이상에 해당한다.

한국 관련 통계를 네덜란드와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욱 암울해진다. 네덜란드는 2012년 평균 근로시간이 1379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이 경우 한국인은 네덜란드인보다 737시간 더 일한 것인데, 마찬가지로 1일 10시간 노동이라 치면 70일 이상을 더 일하는 셈이다. 1일 8시간 노동일 경우 차이는 90일 이상으로 벌어진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근로자의 천국은 결코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17년까지 연간 평균 근로시간을 1900시간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마련했다. 더 나은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천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대체 휴일제라고 불리는 제도다. 대체 휴일제가 시행되면 공휴일과 휴일(주말)이 겹칠 경우, 주말이 아닌 다른 날이 대신 공휴일로 지정된다.

2014년 추석은 이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본래 2014년 추석은 9월 8일 월요일이고 그 전날과 다음날까지 3일 연휴인데, 추석 전날인 9월 7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9월 10일까지 휴일이 이어진다.

제도가 시행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반발이 거세다. 특히 기업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 경쟁력에도 타격을 준다는 논리다. 얼핏 듣기엔 그럴 듯하게 들린다. 사람들이 적게 일하면 그만큼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평균 근로시간이 OECD 회원국 중 2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생산성 측면에서 23위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한국 근로자들은 다른 22개 국가들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 대신 하루를 더 쉬게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의심스럽다. 생산성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노르웨이는 1년에 평균 1420시간을 일한다. 한국보다 696시간이나 적다. 노르웨이나 네덜란드의 성과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열심히 일하기보다 똑똑하게 일하라.”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한국인은 자신들의 근면함을 세계에 입증했다. 1950년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오늘날 세계 15위 권, 아시아에서도 5위 권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거듭났다. 오늘날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지만, 안타깝게도 자살률 역시 선두이며 행복 수준은 선두와 거리가 한참 멀다. 어쩌면 ‘가난은 스스로 극복하라’는 말은 이제 한국과 거리가 먼 표현일지 모른다.

새로운 국가 개발 청사진을 찾을 시기가 된 듯하다. 사람들이 더 많은 여가를 누리게 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일 수 있다. 미국의 저명 저술가 마셜 골드스미스 다트머스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방식이라고 앞으로도 잘 되는 건 아니다.”

- 필자 월터 포어맨(캐나다)은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프로토콜 매니저이며 TBS 교통방송에서 eFM 프로그램 ‘인사이드 아웃’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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