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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美 양적완화 변수에 신흥국 흔들

Special Report - 美 양적완화 변수에 신흥국 흔들



한국은행은 11월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는 하방 리스크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을 꼽았다. 12월 보고서에는 두 가지가 추가됐다. 엔화 가치 변동성 확대와 신흥국 성장세 둔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앞으로 신흥국 성장세 둔화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신흥국 리스크는 한국은행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내년 세계경제 불안 요인이다. 그동안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경제 버팀목이 된 신흥국의 침체 또는 성장 둔화로 한국수출시장은 이미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일부 신흥국은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파장이 우리나라까지 미칠 수 있다.

내년 세계경제를 간략히 표현하면 선진국 ‘맑음’, 신흥국 ‘흐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글로벌 경제보고서에서 ‘신흥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고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11월 중순 발표한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신흥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상실된 성장 모멘텀을 선진국 성장세가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4→3.6%)했다.

OECD는 브라질(3.5→2.2%)·인도(6.4→4.7%)·러시아(3.6→2.3%) 등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국제신용평가 회사들도 주요 신흥국의 신용등급과 신용전망을 내렸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5월 인도네시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고, 6월에는 브라질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10월에는 무디스가 브라질의 신용전망을 내렸다.



인도·터키는 위기에 취약포스코경영연구소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이후 대두한 신흥국 외화불안 가능성이 내년 주요 글로벌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취약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미국 출구전략을 계기로 국제 투기자본의 집중 공격과 이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일부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도와 터키를 위기 발생 가능성이 큰 나라로 지목했다. 태국·브라질·인도네시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도 재정건전성과 외환시장 사정이 좋지 않아 외환 불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흥국 경제위기 우려가 나오는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때문이다. 이미 올 여름 여러 신흥국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부 신흥국은 실제로 외환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특히 외국인 자금의존도가 높고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5개국[F5:Fragile(취약한) 5]은 자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미국이 기침을 한 것도 아니고, 기침을 하려는 제스처에 많은 신흥국이 감기에 걸렸다. 내년엔 감기가 아니라 독감·폐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임박하면서 신흥국은 다시 금융불안에 휩싸였다. 펀드 조사회사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11월 이후 4주 동안 선진국 펀드에는 23억 달러가 유입됐지만 이머징 펀드에서는 42억 달러(4조4000억원)가 빠져나갔다.

문제는 상당수 신흥국이 금융 불안에 대처할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데 있다. 원자재를 사준 중국은 수요를 줄이고 있고, 물건을 사주던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지갑을 닫았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택 책임연구원은 “아시아·중남미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 상당히 많은 국가들이 금리는 낮은데 수출품 가격 하락과 수출 부진으로 산업생산 회복이 미진한 상황”이라며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미국 출구전략 등 외부 충격이 경제적 취약성과 맞물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신흥국 불안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정도의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과 아세안(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태국)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 감소할 경우, 국내 GDP는 1년 내에 0.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은 신흥국 수출 감소 영향으로 향후 4년간 평균 2.7%, 수입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은 “신흥국 경기 둔화는 수출 감소로 이어져 국내 경제를 위축시키고 수입물가 하락을 유발해 수입과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저성장·정정 불안·달러 강세 4중고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동남아시아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퍼펙트 스톰은 2개 이상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FT는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금리 상승, 저성장, 정정 불안, 달러 강세 등 4중고가 내년 동남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며 ‘4중고 가운데 하나만 터져도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큰 동남아 시장에 문제가 되는데 내년에는 4개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어 신흥국 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지난 여름 신흥국 위기 때 우리나라 자본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예상보다 거세게 신흥국을 강타하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10월 금융안전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해외 자본 유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 불안이 심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경제여건이 양호한 우리나라로 금융 불안이 전이되는 테일 리스크(Tail risk,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주는 리스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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