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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NEW WORLD - 하늘을 나는 당나귀

FEATURES NEW WORLD - 하늘을 나는 당나귀

무인항공기가 아프리카 경제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선 당나귀가 물품 운송과 이동의 필수품이다.



당나귀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개도국 주민들의 삶이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변변한 도로가 없는 시골에서는 물품 운송이 몹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자동차가 별로 쓸모가 없다거나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에선 당나귀가 없어선 안 될 수단이다. 그러나 동물은 속도와 거리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산간벽지에 사는 영세농은 끊임 없는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의약품이나 구호품이 절실한 위기가 닥치면 문제가 심각하다. 만약 지상의 조건에 상관 없이 상품과 구호품이 신속히,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될 수 있다면? ‘플라잉 덩키 챌린지’의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물품 운송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는 세계적인 기술대회를 말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20년까지 상업적으로 운용 가능한 화물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크기의 물품을 먼 거리로 실어나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다. 세계 각지의 팀들이 현재 이 대회에 신청하면서 새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최종 우승자는 최대 20㎏의 화물을 50㎞ 떨어진 곳에 1시간 안에 운송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제조하게 된다. 신청한 팀들은 2020년 이전에 자신들이 만든 시제품으로 아프리카 제2봉인 케냐산 주변에서 24시간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우승팀은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의 초점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많은 아프리카다. 그래서 프로젝트 진행자들은 아프리카의 기술 전문가들을 처음부터 참여시키려고 애썼다. 프로젝트 책임자 조너선 레저드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한 기술연구소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독창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독려했다.

아프리카 전역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진짜 대단한 발상이라며 열정을 갖는 반면 다른 쪽에선 그런 기술이 아프리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의심한다”고 레저드는 말했다. “다른 요소도 있다. 자신감 부족이다. 그들은 ‘난생 처음이라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과거와 다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나는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이 아주 정교한 기술을 발명하고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 학생들과 기술 전문가들은 서방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도록 권장 받는다. 그런 합작은 개도국적 디자인 감각을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CIT),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같은 곳의 최신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다. 플라잉 덩키 챌린지의 본부는 스위스에 있으며, 로잔공대와 스위스 국립 로봇연구센터가 운영한다. 비용은 약 1000만 달러로 그중 대부분은 세계의 인재들이 이 프로젝트에 시간과 공간을 할애하도록 유도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원래 무인항공기는 대부분 군사작전을 떠올리게 한다. 서방 강대국들이 테러 용의자들을 상대로 하는 공격과 감시에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무인항공기 운용은 법적으로 매우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항공로봇의 새로운 용도가 등장해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 2013년 12월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 발표한 미래형 택배 개념이 대표적이다.

레저드는 플라잉 덩키 챌린지가 잠정 시한인 2020년 이전에 실행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면 2025년께면 그런 무인항공기를 아프리카의 상공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무인항공기를 상업적으로 운용 가능하게 만드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릴 듯하다.

초기의 수요는 시골의 지역사회가 아니라 자원이 더 많고 운송할 물품이 더 많은 단체나 기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 단계에선 정부, 관광업계, 비정부기구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레저드는 말했다. “현재 남수단에서는 구호품을 각 지역에 운송하는 일이 시급하다. 내가 적십자사에 있다면 플라잉 덩키를 이용해 백신, 의약품,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을 남수단 전역으로 보내겠다.”

플라잉 덩키 프로젝트가 무르익고 제조 비용이 떨어지면 오지의 농민, 상인,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목표는 서방의 모델을 차용하기보다는 아프리카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수요에 적합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은 어떤 식으로든 개발될 수밖에 없다”고 레저드는 말했다. “세계 전역에서 이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기술이 아프리카 경제에 유용하도록 아프리카인에 의해, 이곳 아프리카에서 개발될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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