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횡령엔 ‘엄벌’ 배임은 ‘참작’할 듯
탈세·횡령엔 ‘엄벌’ 배임은 ‘참작’할 듯
CJ 이재현 회장 징역 4년 선고 … SK 최태원·효성 조석래 등은 기대 반 우려 반
재판부는 “이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 및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없고, 현재 구속집행이 정지돼 있는 상태”라며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해외 비자금 조성관리 업무를 총괄한 신동기(58)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성모(48) 재무담당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J “최악의 상황 면했다”CJ그룹은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 감형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비자금 조성이 회사 운영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CJ 측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에서 형량이 줄었다는 점과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한 건 위안거리다. 남은 재판에서 형량이 줄어들 여지도 남아있다.
이재현 회장의 1심 선고는 앞서 열린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으로 관심이 컸다. 두 재판의 처벌 수준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어서 정부의 ‘대기업 봐주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으며 다소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과거 논란이 됐던 배임죄에는 다소 관대한 처벌을, 횡령이나 탈세·사기성 어음발행 등 죄질에 따라서는 엄중하게 처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 위기라는 점은 감안하되 죄질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읽히는 판결이라는 평이 많다.
이제 관심사는 법원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다. 법원은 최근 재판 결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재판 결과에 반대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3-5(징역3년, 집행유예 5년)룰 재판’의 부활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반대로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재벌 총수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을 무조건 ‘솜방망이 처벌’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감형을 받았다. 배임죄의 근거가 됐던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가 위법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의 부실은 자율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김 회장 재판을 계기로 재계에서는 ‘고무줄 식 배임죄 적용이 창의적 경제활동을 막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구자원 회장은 ‘허위 재무제표 관련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과 건강 악화를 고려해 감형을 받았다. 부자(父子)가 함께 처벌을 받은 것과, 일부 피해 보상을 마무리했다는 것도 참작이 됐다. 대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차남 구본엽 LIG엔설팅 고문은 징역 3년을 선고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선 재판 득이냐 실이냐일단 재계에서는 그간 법원이 유지했던 ‘재벌 엄벌’의 분위기가 완화된 것만으로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9년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이 나오고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범죄 사실로만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실형을 받았다”며 “판결문에 경제적 기여도를 참작한다는 말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총수가 재판 중인 대기업은 숨 쉴 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기업 총수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경련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경제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월은 대기업에 운명의 한 달이라 불릴 만큼 재벌 총수들의 재판이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석채 전 KT회장(검찰 기소) 등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월 이후에도 조석래 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잇단 재판에서 계속해 재벌 총수가 실형을 면한다면 취임 초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재판에만 엄중한 잣대를 가했다가는 법의 형평성 논란이 생긴다. 법원은 정의를 지키면서 경제까지 고려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 여론의 시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로 향한다. 최 회장은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465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2월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이 2심과 동일하게 내려지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SK그룹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감형돼 기대감이 컸지만 이튿날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아 불안이 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재판이 득으로 작용할지 실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중처벌을 강조하던 법원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 진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이를 경계하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 법원이 다음 판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SK그룹은 노심초사 재판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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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범죄는 국가의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범죄다. 이는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다…(중략)…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능적이고도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금고에 편입해 관리하면서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리방법이 회사 운영에 불가피한 일로 평가할 수 없고 조성 금액도 603억원에 달해 엄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일부 차명재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했던 것으로 보이고 2006년 이후 비자금 조성을 중단한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 및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없고, 현재 구속집행이 정지돼 있는 상태”라며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해외 비자금 조성관리 업무를 총괄한 신동기(58)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성모(48) 재무담당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J “최악의 상황 면했다”CJ그룹은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 감형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비자금 조성이 회사 운영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CJ 측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에서 형량이 줄었다는 점과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한 건 위안거리다. 남은 재판에서 형량이 줄어들 여지도 남아있다.
이재현 회장의 1심 선고는 앞서 열린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으로 관심이 컸다. 두 재판의 처벌 수준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어서 정부의 ‘대기업 봐주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으며 다소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과거 논란이 됐던 배임죄에는 다소 관대한 처벌을, 횡령이나 탈세·사기성 어음발행 등 죄질에 따라서는 엄중하게 처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 위기라는 점은 감안하되 죄질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읽히는 판결이라는 평이 많다.
이제 관심사는 법원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다. 법원은 최근 재판 결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재판 결과에 반대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3-5(징역3년, 집행유예 5년)룰 재판’의 부활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반대로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재벌 총수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을 무조건 ‘솜방망이 처벌’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감형을 받았다. 배임죄의 근거가 됐던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가 위법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의 부실은 자율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김 회장 재판을 계기로 재계에서는 ‘고무줄 식 배임죄 적용이 창의적 경제활동을 막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구자원 회장은 ‘허위 재무제표 관련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과 건강 악화를 고려해 감형을 받았다. 부자(父子)가 함께 처벌을 받은 것과, 일부 피해 보상을 마무리했다는 것도 참작이 됐다. 대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차남 구본엽 LIG엔설팅 고문은 징역 3년을 선고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선 재판 득이냐 실이냐일단 재계에서는 그간 법원이 유지했던 ‘재벌 엄벌’의 분위기가 완화된 것만으로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9년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이 나오고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범죄 사실로만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실형을 받았다”며 “판결문에 경제적 기여도를 참작한다는 말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총수가 재판 중인 대기업은 숨 쉴 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기업 총수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경련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경제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월은 대기업에 운명의 한 달이라 불릴 만큼 재벌 총수들의 재판이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석채 전 KT회장(검찰 기소) 등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월 이후에도 조석래 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잇단 재판에서 계속해 재벌 총수가 실형을 면한다면 취임 초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재판에만 엄중한 잣대를 가했다가는 법의 형평성 논란이 생긴다. 법원은 정의를 지키면서 경제까지 고려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 여론의 시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로 향한다. 최 회장은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465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2월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이 2심과 동일하게 내려지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SK그룹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감형돼 기대감이 컸지만 이튿날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아 불안이 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재판이 득으로 작용할지 실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중처벌을 강조하던 법원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 진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이를 경계하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 법원이 다음 판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SK그룹은 노심초사 재판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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