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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신천지를 찾아라

TRAVEL - 신천지를 찾아라

한국인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한국 시장을 향한 외국 항공사들의 관심도 커진다.



5월 2일부터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로 인천과 미국 휴스턴을 오가는 직항 노선에 취항한다. 대한항공이 미국에 직항 노선을 신설하는 것은 8년만이다. 검토 당시에는 주 4회 운항 예정이었지만 승객의 편의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매일 운항으로 변경됐다. 대한항공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휴스턴에는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관제센터와 세계 최대의 정유공업단지 등 주요시설이 위치해 있고 LG전자, 삼성중공업, SK에너지 등 17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항공 수요가 풍부하다”고 취항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엔 휴스턴을 오가는 직항 노선이 없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했다. 휴스턴과 비교적 가깝고 대한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항 중인 댈러스가 주된 환승지였다. 2013년 초까지 대한항공은 인천-댈러스 직항 노선을 국내에서 단독 운항했다. 그러나 2013년 5월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이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하며 인천-댈러스 직항 노선을 신설해 매일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붙었다. 대한항공은 아메리칸항공의 취항을 사흘 앞두고 인천-댈러스 노선을 주 5회에서 주 7회로 늘렸다.

미국 대형 항공사의 한국 취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델타항공은 2010년 6월 인천-디트로이트 직항 노선을 신설한데 이어 오는 6월 3일부터는 인천-시애틀 직항 노선도 운항을 개시한다. 인천-시애틀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운항 중이어서 세 항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할 조짐이다.

델타항공은 이미 2013년 8월부터 이 노선 항공권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가격이 900달러대로 한국 항공사들보다 수백 달러 저렴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주 5일 운항하다가 성수기에만 매일 운항하는 한국 항공사와 달리 상시 매일 운항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LA지역 한인들 사이에서는 LA-인천 직항 노선 대신 인천-시애틀 노선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LA-시애틀을 미국 국내선으로 이동한 뒤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 노선을 이용하면 LA-인천 직항 노선보다 1인당 최대 500달러까지 절약되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장 델타항공 한국지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천-시애틀 노선의 “첫해 탑승률이 적어도 80%는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진에어는 4월 6일 양양과 중국, 제주를 잇는 항공편에 정식 취항했다.


신규 취항 봇물… 항공 ‘신천지’로 떠오른 한국해외 항공사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직항 노선을 신설하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주요 고객이던 유럽 시장이 경제위기로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권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곳이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사이에 위치한 요충지인 데다 9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된 인천 국제공항도 있다. 해외 항공사들에겐 한국이 바로 ‘신천지’와 다름없는 이유다. 티모시 어헨 아메리칸항공 부사장은 2013년 한국 진출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세계 상위 10개 주요시장 중 하나”라며 “인천-댈러스 직항편 운항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글로벌 운항 네트워크를 강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인구와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인구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2012년 한국 총 출입국자는 5032만 명으로 2009년 3520만 명에서 44% 가까이 늘었다. 얼마 전에는 2014년 1분기 인천공항 출입국자가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7% 증가하면서 사상 최초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항공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을 찾는 해외여행객도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고,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하는 한국인 수도 2004년 882만 명에서 2013년 1484만 명으로 급증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가 2014년 2월 발표한 조사 결과 역시 한국 여행관광업 성장률이 “향후 10년 간 경제성장률을 앞질러갈 것”이라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출입국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신천지’ 한국으로 몰려든다. 2013년에는 아메리칸항공을 포함해 총 7개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신규 취항했다. 2013년 인천-프라하 직항 노선을 개설한 체코항공 측은 “프라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유럽 도시 중 하나”라며 프라하를 한국인 유럽 여행의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는 유럽 최초로 모든 표지판에 한국어 안내가 표기됐을 정도다.

새로 취항을 시작한 아프리카 항공사도 있다. 에티오피아항공은 2013년 6월부터 인천-아디스아바바 노선을 주 4회 운항 중이다. 한국에 취항한 아프리카 항공사는 에티오피아항공이 최초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날로 늘어가는 현 시점에서 에티오피아항공의 한국 노선 개설은 의미가 크다.

테올디 게브레마리암 에티오피아항공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 LG, 현대차 등 아프리카에서 사업 중인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수요가 일차적인 고객”이라며 “우선 비즈니스 수요에서 시작해 점차 관광 수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디스아바바를 거치면 요하네스버그, 나이로비, 라고스 등 아프리카 10여개 도시로 편하게 환승이 가능하다.

갈수록 증가하는 한국인 해외관광객을 겨냥한 이색적인 신규 취항지도 생겨난다. 중국남방항공은 6월 17일부터 인천-우루무치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고대 동서양의 교역로로 잘 알려진 실크로드의 거점 우루무치는 광활한 평야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중국남방항공측은 “이번 신규취항으로 하계 관광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천지를 찾아 나선 것은 대형 항공사뿐만이 아니다.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외국계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한국에 진출하며 세력 확장에 나선다. 2014년에만 춘추항공(중국), 홍콩익스프레스, 바닐라에어(일본), 비엣젯(베트남) 등 해외 LCC 4곳이 한국에서 노선 개설 허가를 받았다. 수년 전까지 중국, 일본 등 단거리 운항에 주력하던 LCC는 이제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부터 호주, 인도 등 중거리 노선도 활발하게 운항한다. 해외 저비용 항공사의 수송 실적은 2013년 143만 명에 달했다.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이원구간 판매도 활발해지고 있다. 저렴한 국내선 노선 덕분에 해외 여행객은 여러 곳을 항공기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피치항공은 허브 공항인 간사이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오키나와, 삿포로, 후쿠오카 등 일본 내 인기 관광지부터 타이페이, 홍콩 등 해외 지역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연결한다. 에어아시아가 운항하는 쿠알라룸푸르-랑카위 노선을 이용하면 버스로 10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를 5만원 이하 가격으로 1시간이면 이동 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은 7월 청주-상하이 정기노선에 취항한다.





국내 항공사도 ‘신천지’ 찾는다외국계 항공사의 한국 취항이 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 자회사 설립 움직임은 위기를 타개하려는 방편이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해외 항공사에 위협받고, 단거리에선 저비용항공사를 이기기가 어렵다보니 자회사를 설립해 단거리 노선을 맡기고 장거리 국제선에 집중하려는 이원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의 자회사 설립 움직임이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원화 마케팅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가 “장거리 프리미엄 항공사로 제2창업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2013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국내선 20.6%, 국제선 22.9%로 2012년 대비 감소한 반면 해외 항공사의 점유율은 꾸준히 4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2010년 1.7%에서 2013년 9.6%로 대폭 상승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한국 항공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신천지’ 노선 발굴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3월 신규 취항한 대한항공의 인천-스리랑카-몰디브 노선이다. 취항 직후엔 월 100명도 미치지 못했던 탑승객 수가 몇 달 새 월 150명으로 크게 늘었다.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으로’라는 문구를 내건 대한항공의 광고가 각종 광고상을 휩쓸 정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도 남부 상업도시 첸나이를 비롯한 인근 도시와의 연결성이 뛰어나 비즈니스 수요도 많다.

한욱환 대한항공 콜롬보지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첸나이에 현대차와 협력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비즈니스 투어 이용 사례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오는 노동자 수요도 매년 3만 명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5월부터 10월까지 인천-이르쿠츠크 노선도 운영한다.

LCC라고 상황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만 LCC가 5곳인 탓에 국내선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LCC에게도 ‘신천지’ 발굴이 절실한 이유다. 토니 타일러 국제항공운송협의회 회장은 2012년 이미 “한국의 LCC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지적하며 한국 LCC들의 성공 여부는 “해외시장 개발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LCC가 취항 가능한 지역은 중국, 일본, 동남아 정도로 한정되는 데다 항공자유협정으로 역내 국가에 자유롭게 취항하는 유럽권 LCC와 달리 신규 취항이 제한적이다.

가장 시장이 큰 중국 같은 경우 중국 정부가 정기 노선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2013년 한국 LCC들이 중국에 부정기 노선을 대거 띄우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국적 항공사를 노선 당 1곳, 운항 횟수 주 2회로 제한하면서 이조차 쉽지 않아졌다.

최근 LCC 업체들은 지방공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 제주항공은 4월부터 제주공항에서 광저우, 시안, 청두를 오가는 노선과 김해-정저우 노선에 새로 취항했다. 7월부터는 대구-제주 노선과 대구-방콕 노선을 동시에 신설하며 대구공항 활성화에 나선다. 그밖에도 진에어는 4월부터 양양과 중국, 제주도를 잇는 노선을 신설했으며 이스타항공은 7월 청주-상하이 정기노선에 취항한다.

4월 6일 법무부가 제주도 환승 해외 관광객의 비자 면제 적용 공항을 기존 인천 국제공항, 김해 국제공항에서 양양, 청주, 무안 등으로 확대하면서 LCC들의 지방 공항 활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양양이나 청주 공항으로 들어와 72시간 동안 인근 관광을 한 뒤 제주도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송경훈 제주항공 차장은 “모든 LCC가 지방공항 노선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아직은 지방공항 노선이 수익 개선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사업의 중요한 일부분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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