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시장 둔화 조짐 - 대도시 집값 떨어지고 거래량도 급감
中 부동산 시장 둔화 조짐 - 대도시 집값 떨어지고 거래량도 급감
올 한해 중국의 경기 흐름을 진단하고, 당국의 정책방향을 예측하는 데 빼놓지 말고 주시해야 할 것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순항하기 위해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70대 도시의 3월 신규 주택 가격 상승률(전년 동월비)은 7.7%로 둔화됐다.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가격 오름세가 완연히 꺾이고 있다. 물론 전체 그림은 급격한 집값 하락이나 부동산 건설경기의 급랭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가 꺾이고, 소매판매 역시 종전보다 더딘 증가세를 보이는 속에서 나타난 부동산 시장의 둔화라 이후 전개를 안심하긴 힘들다.
특히 지방의 몇몇 중소형 도시(제삼선과 제사선 도시)의 부동산 시장 풍경은 조금씩 살벌해지고 있다. 항저우시와 저장성 일대에선 미분양 아파트와 오피스가 늘면서 분양가격을 20~30% 할인해서 내놓는 부동산개발 업체가 늘고 있다. 제 값에 먼저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은 분양사무소와 모델하우스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지방도시 분양가 20~30% 할인도아직은 중소형 도시 일부의 이야기다. 그러나 몇몇 중소형 도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이게 부동산 전반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면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모두 곤혹스러워진다. 불길한 기운은 최근 대도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4월 22일자 봉황망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주택매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업체 사이트들에 등재된 매물들이 집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서 거래되는 매물은 신규 주택은 아니며 기존 주택들인데 집값을 인하했다고 표기된 매물은 춘절 연휴 이전에 비해 4배 가량 늘었다. 현재 주택매매 사이트들에 등재된 매물의 30%는 집값 인하 마크가 붙어있다고 한다. 중개업체들은 집주인들에게 원활한 거래를 위해선 집값을 낮춰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4월 초 발표된 중국지수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중국 4대도시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일선 도시의 주택거래 현황이 이 정도면 제이선과 제삼선 도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춘절 연휴 탓이라는 설명과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때까지 매수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흐름은 미국의 주택버블이 붕괴하기 전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변고를 예고한 첫 카나리아는 주택거래 급감이었다. 거래가 줄면서 시행사들은 분양에 애를 먹었고, 자금 흐름이 나빠지면서 주택 공급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가지 않아 ‘오르기만 하던’ 미국의 주택시장이 쩍 소리를 내며 주저 앉았다.
올 한해 중국 정부가 경기 안정과 신용위험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부동산이다. 중국이 더 심한 곤경에 빠질 징후는 당국의 힘에 의해 인위적으로 통제되는 금융가격 지표(위안화 환율과 금리)를 통해선 나타나지 않는다. 나타난다면 부동산 가격이라는 실물가격 지표에서 비롯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내 유일하게 통제가 안 됐던 영역이 부동산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당국은 주택가격 급등세를 잡기 위해 투기근절 대책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런데도 잡히지 않은 게 부동산 가격이다. 이와 달리 한번 얼어붙기 시작하면 당국의 갖은 노력에도 주저앉곤 하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 이미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일본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올라도 문제지만(사회 내부의 스트레스와 불만이 팽창하기에) 너무 빠르게 주저앉으면 중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금융시장은 혼란스런 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를 우려하는 이가 많지만, 사실 지방부채 그 자체는 돌려막기(Roll-over)로 막으면 된다. 지방채 시장을 열어 만기를 연장하고 관리에 나서면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는 사안이다. 설비과잉 업체 부실 문제의 경우 일부는 금융회사와 투자자 손실로, 일부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정리돼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은행 손실을 민간 투자금(우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든 정부의 공적자금을 통해서든 메워 넣는 과정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이와 달리 부동산 버블 붕괴는 중국 내 소비심리와 직결될 것이므로 치유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수출 주도 및 투자주도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을 외치는 당국의 중장기 밑그림을 적잖이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사안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부동산 거품 붕괴는 지방정부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다. 지난해 중국 성장을 이끈 것은 고정자산 투자, 그중에서도 핵심을 차지한 것은 부동산 투자다. 부동산 시장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꺾일 경우 유관 산업에서 나타날 부침과 고정자산 투자 감소는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를 더 부채질 하게 된다.
그간 중국의 무수히 많은 돈이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향해 내달렸음을 감안하면 문제가 터지면 금융시장이 입을 충격도 적지 않다. 신탁상품과 이재상품 등 그림자금융을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감안해도 그렇다. 따라서 몇몇 한계기업의 디폴트 이슈 못지 않게 중장기 관점에서 각별히 주시해야 할 것은 부동산 시장 동향이다.
정부 의도대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의 과정을 밟아나가고, 그 사이 가계소득(임금)이 부동산 가격과 격차를 줄여나간다면 비록 긴 싸움이 되겠으나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중국 정부가 치러야 할 구조조정과 부실정리 비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고령화 과정에서 투입돼야 할 정부 재정을 적잖이 갉아먹게 돼 장기적으로 당 통치의 안정성을 훼손하게 된다.
중국 진출 지역 부동산 가격 꼼꼼히 챙겨야물론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다 해서 2008년 미국 리먼사태처럼 금융권 대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 중국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저신용 모기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데다, 집을 살 때의 다운페이먼트가 평균 50%에 달한다. 집값이 50% 넘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 버블 붕괴가 중국 은행을 넘어뜨릴 확률은 낮다.
다만 전국 단위로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날엔 아주 흉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돼야 하니 절대 방심할 일은 아니다. 중국 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올 한 해 중국의 부동산 대책이 투기 억제 일변도가 아니라 지역별 맞춤형 정책, 궁극적으로는 버블 붕괴 막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가용정책 수단과 그간 보여온 거시정책 조정 능력을 감안하면, 비록 과거 어느 때보다 고된 도전이 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잠재 위험도 관리해 나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은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혹시 모를 ‘테일리스크(Tail Risk: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타격을 미치는 위험)’를 경고하기 위함이다.
중국 본토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도모하는 기업들은 중앙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거시지표는 물론이고 해당 사업지역 혹은 진출 예정지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사 부동산 위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험은 낮더라도 지역별 온도차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며 이로 인해 지역별 소비심리와 제조업 경기도 뚜렷하게 대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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