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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주가 열전 - 롯데쇼핑 vs 신세계

라이벌 주가 열전 - 롯데쇼핑 vs 신세계

저성장에 ‘세월호 쇼크’ 등 악재 잇따라 … 복합쇼핑몰로 돌파구 기대



신세계와 롯데쇼핑. 유통업계 영원한 라이벌이자 대한민국 대표 맞수다. 신규 점포 출점,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마다 사사건건 맞붙으며 유통 황제 자리를 놓고 치열한 혈전을 벌인다. 두 회사의 현주소는 시장점유율(MS)에 잘 나타나 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감소해도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게 시장점유율이다. 그만큼 중요한 경영지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부문에선 무승부다.

백화점은 롯데쇼핑이 앞서가고 있고 할인점은 신세계가 우위다. 지난해 결산실적을 기록한 양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롯데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현재 45%다. 2011년 43.5%, 2012년 44.4%로 매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이와 달리 신세계의 경우 2011년 20.5%, 2012년 20.7%, 지난해 3분기 20.4%로 정체 내지는 미세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넘버 3’ 현대백화점의 맹렬한 추격에 영향을 받아서다. 할인점 점유율은 신세계의 이마트가 2010년 32.6%, 2011년 33.1%, 2012년 31.5%를 보인 반면 롯데마트는 2010년 15%, 2011년 16.5%, 2012년 16%로 이마트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공격적 확장전략을 펴고 있으나 롯데마트는 현상유지에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다.



백화점은 롯데, 대형마트는 신세계 우위그러나 양사는 올 들어 과거 뜨거웠던 덩치 키우기 경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침울한 분위기다. 똑같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경기 사이클상 고속성장기를 지난 탓에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 전문가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에도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했던 두 백화점이 완연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섰다고 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제 휴무 점포수 확대, 영업시간 단축 등 대형 유통회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여기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다 ‘세월호 쇼크’, 롯데쇼핑 대표의 납품비리 사건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국내 42개 점포(아울렛 10개점 포함)의 지난해 매출은 8조5650억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의 국내 연간 매출이 직전 해보다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의 국내 연간 매출 신장률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도 2009년 8.7%, 2010년 12.6%, 2011년 10.5% 등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국내 중산층의 탄탄한 소비 여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 가계부채 문제 등까지 불거진 이후로 2012년 4.1%로 하락하는 등 약세로 돌아섰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이 백화점의 지난해 국내 매출(광주점 제외)은 4조1530억원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할인점의 최강자 이마트도 불황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3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의 감소율을 기록, 20년 만에 매출 감소를 적어냈다.

올 1분기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로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기존점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신세계의 매출 증가율은 1.8%였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 호전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무엇보다 4월 중순 터진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11일부터 30일까지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의 주가는 5~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백화점과 대형마트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 참사로 인한 소비 위축은 역사적으로도 반복돼 왔다. 실제로 1995년 6월의 삼풍백화점 붕괴 때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1.2%로 직전 분기보다 낮았다. 미국의 경우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일본 연간 성장률도 마이너스 0.8%로 뒷걸음질 쳤다.

유통업은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다. 특히 내수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해는 정부의 경기진작 의지에 힘입어 내수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회복세가 더디다. 더구나 정부의 내수진작이 중소기업이나 골목 상권에 초점을 맞춰 대기업인 롯데나 신세계는 해당무다.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면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2011년 이전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전세가격만 잔뜩 오르고 부동산은 아직 냉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격주 휴무제 실시에 따른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 달에 2일, 1년에 24일을 강제로 쉬니 매출 감소는 필연적이다. 최근에 서울시가 일요 휴무를 늘리라고 볶아대고 있다. 토·일 매출은 평일에 비해 2배 정도인 점에 비춰 걱정스런 대목이다. 백화점 역시 신종 유통채널 때문에 고전 중이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와 병행수입, 소셜커머스 등이 가격파괴를 앞세워 백화점을 옥죄고 있다. 예전엔 백화점 아니면 살 수 없었던 해외 명품을 지금은 해외 직구를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백화점의 고객 감소와 객단가 하락이 그 결과다.

복합쇼핑몰은 이런 저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림수다. 복합쇼핑몰은 쇼핑·놀이·공연이 한꺼번에 가능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이에 따라 양사의 ‘영토확장’ 전쟁터가 백화점·할인점에서 복합쇼핑몰 쪽으로 옮겨갈 조짐이다. 양사는 이미 올 초 경기도 의왕에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부지를 놓고 한판 붙었다. 결과는 롯데의 승리였지만 이 땅은 원래 신세계가 오랫동안 공들여 왔던 터라 아픔이 컸다. 새로운 유통 전쟁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복합쇼핑몰이 미래 격전지신세계는 2016년까지 약 8000억원을 들여 하남시 신장동 미사리 조정경기장 인근 부지 11만7000여㎡에 초대형 복합쇼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연면적으로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10배 가량된다. 이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 패션 전문관, 영화관, 공연 및 전시시설 등이 들어선다. 인천 청라 국제도시와 경기 고양시 삼송택지지구를 비롯해 전국 10여 곳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짓기로 하고 부지매입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롯데도 오는 12월 부산 롯데복합쇼핑몰을 여는 데 이어 2017년까지 서울 상암DMC지구, 경남 김해, 경기 파주, 경기 오산, 경기 의왕, 인천터미널단지 등에 복합쇼핑몰을 순차적으로 열 계획이다. 부산롯데복합쇼핑몰은 부산시가 관광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동부산 관광단지 안의 핵심시설로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 마트, 시네마 등으로 구성된다. 유통업계의 관심은 복합쇼핑몰이 과연 시장 포화상태에 들어선 롯데와 신세계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지에 쏠려 있다. 아울러 이제 막이 오른 새로운 유통전쟁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 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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