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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수직증축 리모델링 뜰까? - 기대는 무성 … 시장은 아직 무덤덤

Real Estate | 수직증축 리모델링 뜰까? - 기대는 무성 … 시장은 아직 무덤덤

4월 말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 시행 … 분당 등 수혜 단지 호가도 보합세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시행됐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무덤덤하다. 사진은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법안이 시행된 지 보름 넘게 지났다.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을 옥죄던 규제가 풀린 만큼 건설업계는 시장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시장은 조용한 편이다. 리모델링 시장에 매수세가 나타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물건을 찾는 손님이 뜸하고,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경우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해 거래가 소강 상태다. 매매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보합세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4월 25일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15층 이상 아파트는 3개층, 14층 이하는 2개층까지 더 올려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구 수도 이전보다 15%까지 늘릴 수 있다. 예컨대 1000가구 규모의 단지는 리모델링으로 최대 150가구까지 더 지을 수 있다. 늘어난 가구를 일반분양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합원들의 리모델링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리모델링 사업 대상이 되는 노후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464만 가구에 이른다.



건설사마다 전담팀 강화수직증축의 가장 큰 장점은 준공 후 15년 이상 된 아파트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준공 후 40년이 지나야 하는 재건축에 비해 사업 가능 연한이 절반 이상으로 짧다. 재건축에 비해 사업 기간이 짧고 조합원 분담금이 적다는 것도 이점이다.

사업 준비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계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지은 지 30년 정도 되는 분당신도시를 두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리모델링 업무를 전담하는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4월엔 분당 6개 단지(5223가구)를 시범사업단지로 선정했다.

쌍용건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리모델링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기존 리모델링 아파트 준공 경험을 토대로 수직증축을 겨냥한 복층형·세대분리형 평면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수직증축에 대비해 설계안 등을 새롭게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3월 말 그린리모델링사업그룹을 신설했다. 금호산업도 연 초에 리모델링팀을 출범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은 무덤덤하다.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도 분당과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연초 호가가 반짝올랐으나 막상 수직증축이 시행된 즈음에는 시들해졌다. 분당 야탑동 매화마을 1단지 전용면적 59㎡형은 3억3000만~3억4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올 들어 3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3월 이후 가격 변동이 없다.

정자동 한솔마을 5단지 전용 74㎡형도 3월과 비슷한 4억7000만~4억8000만원 선이다.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용 39㎡형이 4억~4억1000만원으로 3월 이후 보합세다. 분당 야탑동 베스트 공인 서금희 사장은 “연초 가격 상승은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보다 전반적인 집값 회복세의 영향이 크다”며 “2월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관련 문의가 있었는데 막상 시행되고 나서는 별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야탑동 행운공인 박은미 실장은 “올 1~2월 통틀어 매화1단지가 16~17건 정도 거래됐는데 3~4월에는 총 5건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5만7000여 가구가 몰려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는 더 잠잠하다. 일산동구 백석동 우성한신공인 강성붕 사장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단지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곳에선 사업성이 불확실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리모델링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제도화됐을 뿐 사업이 본격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사업 밑그림인 기본계획도 아직 짜여지지 않았다. 성남시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만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거나 검토 중이다. 일러야 내년 이후 기본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돼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사실상 내년 하반기 이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 부담이 줄어들긴 해도 수익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정비사업 컨설팅업체인 J&K도시정비는 분당의 경우 일반분양으로 비용(공사비에서 일반분양 수입금을 뺀 분담금)을 24%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관건은 리모델링 후 집값 상승분이 공사비보다 많을지 여부다. 그래야 시세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J&K도시정비의 시뮬레이션 결과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이상 돼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의 1134가구 아파트를 1304가구로 리모델링하고 이 중 170가구를 3.3㎡당 1500만원에 일반분양하면 주택형에 따라 집값 예상 상승분이 공사비보다 2000만~6000만원가량 많다. 이와 달리 3.3㎡당 1200만원에 일반분양하는 일산의 410가구 리모델링에선 7000만~1억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차정윤 부회장은 “리모델링은 일반분양가가 3.3㎡당 1600만원 정도 돼야 사업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1600만원 아래로 내려가면 조합원이 부담하는 비용이 커져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분양가 3.3㎡당 1600만원 이상 돼야 사업성 확보이에 따라 수혜 지역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분양가가 3.3㎡당 1600만원 이상인 곳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분당 정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리모델링 후 주택가치는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며 “집값에 따라 입지별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있는 단지가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다른 지역은 집값 동향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시장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낭패를 보기쉽다고 조언한다. 박상언 사장은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적잖은 부담금만 떠안을 수 있다”면서 “당분간 주택 경기와 집값 동향을 지켜보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아파트 동 간격, 지하주차장 설치 가능 여부 등 단지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시세 차익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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