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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AFRICA - 식민주의를 넘어서

INTO AFRICA - 식민주의를 넘어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월 4일부터 11일까지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며 대규모 차관과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개발협력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그 발단 중 하나는 2011년 6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잠비아에서 가진 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연설에서 클린턴은 “새로운 식민주의”가 아프리카 대륙을 위협한다고 강조하며 “식민지 개척 시기엔 남의 땅에 들어가 천연자원을 갈취하고 지도자들에게 돈을 지불한 뒤 떠나는 일이 흔했다”고 경고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클린턴이 ‘새로운 식민주의’라는 말로 겨냥하는 국가는 누가 봐도 분명했다.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넘어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 위치를 유지했다. 2003년 1억 달러 미만이었던 중국의 대 아프리카 직접투자 액수는 2012년 25억 2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보여준 급격한 세력 확장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개발원조 정책에 불만을 갖는 사람은 클린턴뿐만이 아니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2014년 2월 “중국이 계속해서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가져가는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진다”며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과거 식민주의자들이 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30쪽).

이에 반해 저서 ‘죽은 원조(Dead Aid)’로 유명해진 아프리카 경제 전문가 담비사 모요가 2012년 6월 뉴욕타임스 칼럼에 쓴 것처럼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동기는 전적으로 순수하다”며 중국을 두둔하는 입장도 있었다. 모요는 저서 ‘승자독식(Winner Take All)’에서 중국의 개발원조 정책이 식민주의는커녕 오히려 ‘반식민주의’라며 중국은 오직 자원에만 관심이 있을 뿐 해당 국가의 정치나 사회를 통제하려는 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4년 3월에도 “중국은 아프리카 개발을 돕는다”는 제목의 허핑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몇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빈곤 퇴치를 촉진하리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프리카는 “중국의 협력과 참여로부터 얻을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요와 같은 중국의 대 아프리카 정책 옹호론자들을 향한 비판도 만만찮다. 영국 텔리그래프지는 서평란을 통해 모요의 ‘승자독식’에 별점 5점 중 1점을 부여하며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조차 우려했던 중국식 성장모형의 위험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하는 한편 “중국이 향후 투자보다 내수 촉진에 힘을 기울일 경우 아프리카에서 나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관련기사 32쪽).

중국이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이 좋든 나쁘든 간에,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프리카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해외 각국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들로선 중국이 마음을 바꾸거나 중국의 경제가 악화될 경우 받게 될 타격이 지나치게 커진다.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로선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모습이 썩 달가울 리 없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 아프리카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중국과 같은 대규모 직접투자로 원조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관련기사 24쪽). 일본이 지금까지 취했던 은밀하면서도 적극적인 원조 방식은 일본과 아프리카가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데 기여했지만, 중국처럼 눈에 띄는 영향력을 확보하진 못했다.

일본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아시아의 두 대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2013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한 데 이어 아베는 2013년 5월 아프리카 개발 기금 320억 달러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 1월엔 아베가 먼저 코트디부아르, 모잠비크 등을 순방하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자 이에 질세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월 4일부터 11일까지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며 대 아프리카 차관과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특별강연을 갖고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갔던 식민주의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의혹에 항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이처럼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두 아시아 대국의 대 아프리카 정책이 연일 해외 언론에 기사화되지만 한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긴 했지만 당시 행선지는 이집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 모두 비교적 풍요로운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이었다.

투자와 원조가 절실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원외교’ ‘녹색성장’의 기치 하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순방하고 한국식 개발원조 모형 구축에 나서는 등 노력을 보였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자원외교나 녹색성장이란 이름이 명맥조차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정부가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개발원조에서 가장 중시하는 정책은 새마을운동이다. 전후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새마을운동을 한국식 개발모형으로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여러 주체가 중구난방으로 추진해 체계가 없을 뿐 아니라 기존 개발협력 사업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관련기사 34쪽). 개발원조에 책정된 예산 대부분이 자원봉사단 파견이나 아프리카 지도자 초청연수에 집중됐다는 점도 문제다. 해외에서 개발도상국 빈곤퇴치에 쓰여야 할 개발원조 예산이 대한민국 내에서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식 대 아프리카 원조는 이미 ‘죽은 원조’란 낙인과 함께 급속도로 영향력을 잃었다. 그 빈자리를 꿰찬 중국식 개발원조는 여전히 식민주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교육을 통해 단시간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국가다.

한국이 이 경험을 살려 한국식 교육원조 모형을 만들고 개발도상국에 전파한다면 여지껏 그 어느 국가도 이뤄내지 못했던 지속가능한 개발원조 모형을 구축할지도 모른다. 서구가 실패하고 중국의 야심이 경계에 부딪히기 시작한 아프리카는 한국이 아시아 경제대국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공헌하는 장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지역이다. 아프리카를 향한 중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구애를 한국이 수수방관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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