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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세력이 약할 때는 화평 취하라

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세력이 약할 때는 화평 취하라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로 썰렁한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비즈니스에는 불리한 상황이니 이를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펼쳐야 한다.



요즘 여러 분야에서 ‘전략’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경영전략이나 선거 전략은 물론 교수전략이란 말도 쓰이고 있다. 이는 어느 분야든 전략이 필요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즈니스에서도 승리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전략기획실이나 미래전략실 같은 전략부서를 두고 있다. 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체에서는 이러한 전략 부서가 없기 때문에 기업가가 직접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기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손무나 제갈량 같은 전략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략적 경기인 바둑에는 전략과 병법에 관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이 기업경영이나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중에서 ‘상황’과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기로 한다. 상황은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성공 가능성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좋은 길목에 있는 음식점이나 가게는 상황적 이점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하여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위치한 상점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유명한 전략가는 유리한 상황 활용상황이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사용하는 전략은 달라야 할 것이다. 바둑에서는 상황을 고려하여 전법을 달리 하라고 강조한다. 바둑격언 중에 ‘유리한 상황일 때 싸우라’는 말이 있다. 상황이 유리하다는 것은 때와 장소가 자신에게 우호적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주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강하게 도전하여 싸우라고 한다. 상황의 유리함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극히 당연한 전략이다. 역사상 유명한 전략가들은 대부분 유리한 상황적 요인을 활용하였다.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서 싸움을 펼쳤고, 강물이나 바람 등 유리한 상황변수를 활용해 승리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불리한 상황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둑에서는 ‘세고취화(勢孤取和)’를 추천한다. 즉 세력이 약할 때는 화평을 취하라는 것이다. 상황이 불리할 때는 강하게 도전하는 것보다 가급적 싸움을 피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모색하라는 의미다. 상황에 따른 전략 적용의 예를 하나 보기로 하자.

[1도] 같은 모양에서 백1로 씌워 왔다고 하자. 좌우에 흑의 응원군이 있어 흑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강하게 두는 것이 좋다. [2도]에서 흑2로 나가 4에 끊는다. 이렇게 끊는 수는 전투를 거는 수다. 백5로 뻗는 정도인데 흑6으로 뻗고 보면 주변 상황 때문에 백은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흑은 막대한 이익을 올릴 기회를 잡은 셈이다.

[3도]는 앞 그림과 같은 모양이지만 주변에 백돌이 있어 흑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흑2에 나가 전투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양만 봐도 흑이 무모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싸우지 말고 온건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른 이러한 전략적 선택방법은 비즈니스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떤 시도를 할 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상황적 변수를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상황 변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 경쟁자다. 잠재고객이 많다면 유리한 상황이고 적다면 불리한 상황이다.

경쟁자가 많다면 고객을 나눠가져야 하니 불리한 상황이고 경쟁자가 적다면 그만큼 유리한 상황이 된다. 경쟁자가 거의 없어 땅짚고 헤엄치기인 상황을 ‘블루오션’이라고 한다. 잠재고객이 많아 유리한 상황일 때는 적당한 홍보를 펼치고 마케팅을 하면 성공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이럴 때 가격도 올리며 크게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 폭리를 취하려고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데 공급자의 횡포와 같은 이런 전략이 통하는 것은 상황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황 불리할 때는 기다리거나 변신해야그러나 고객이 많지 않거나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라면 이런 전략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경쟁자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방법을 쓰는 것이 한 방법이다. 불리할 때는 화평책을 취하라는 바둑 격언처럼 경쟁자와 제휴하는 것도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객이나 경쟁자 변수 외에도 상황과 관련된 요인은 상당히 많다. 경제적 여건이 우호적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사회분위기가 다운되어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을 때는 비즈니스를 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 자신의 비즈니스에 불리하다면 참고 기다리거나 변신을 하는 등의 전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펼칠 때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상황과 관계없이 동일한 방법을 밀고 가는 것은 실패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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