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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NSORSHIP - 월드컵 공식 스폰서, 과연 비싼 값 할까?

SPONSORSHIP - 월드컵 공식 스폰서, 과연 비싼 값 할까?



브라질 월드컵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즐기고 싶은 팬들은 버드와이저로 만족하는 편이 좋다. 이번 대회에선 노바 스킨(Nova Schin) 같은 현지의 인기 브랜드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버드와이저 같은 앤호이저-부시 인베브사의 맥주만 경기장에서 판매된다. 세계축구연맹(FIFA)과 세계 최대 맥주업체 인베브 간의 제한적인 공식 광고 스폰서십 때문이다.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와 파트너들은 오래 전부터 월드컵 경기장과 TV에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상품과 광고를 독점해 왔다. 그들은 그 독점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과거 한때 그와 같은 전략이 확실한 투자로 간주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갈수록 구태의연한 방식의 잔재로 여겨진다. 마케팅과 광고비 지출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홍콩의 전략 자문 업체 슐리크사의 대표 파트너 팀 슐리크는 지적한다.

“축구 선수권대회 같은 대형 이벤트를 중심으로 하는 스폰서 광고시장이 시선을 끌기 위한 각축장이 됐다. 벽에 로고를 붙이는 방법만으로는 더는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지 못한다.” 슐리크가 e메일에서 강조했다.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제약조건을 뛰어넘어 혁신적인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알려야 한다.”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TV 중계 이벤트다. 2006년 결승전은 7억1500만 명이 시청했다고 FIFA가 밝혔다. 따라서 기업으로선 세계 최고의 후원 광고 기회로 꼽힌다. 그러나 공식 스폰서십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브랜드 홍보 전략을 고려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쪽이 더 값싸고 혁신적이며 현지 이해관계자들을 존중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소비자들을 겨냥한 비전통적인 접근방식의 이점은 근년 들어 여러 차례 입증됐다. 네덜란드 맥주업체 바바리아의 전략이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 꼽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 규제를 피해 그에 편승하는 마케팅) 기법을 동원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경기 전 바바리아 브랜드가 새겨진 노출 심한 오렌지 색 드레스를 수백 명의 젊은 여성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직전 매복 마케팅을 규제하는 ‘상품 표시 금지법’이 통과됐다. 그에 따라 그 여성들이 퇴장 당하고 일부는 체포됐다. 그 조치가 세계적으로 역풍을 초래했다. 덕분에 회사는 공짜로 숱하게 매스컴을 탔다.

그 맥주회사의 전략은 공인되지 않은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월드컵 팬들에게 다가가는 영리한 마케팅의 좋은 본보기였다. 1996년 이후 모든 주요 축구대회와 올림픽에서 질레트와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던 앤디 서더든의 평가다.

“요즘엔 공식 스폰서들이 거의 매복 마케팅 업체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현대 후원광고에 따르는 숙제 중 하나다. 매복 마케터 쪽에서 대중을 참여시키고 즐거움을 주는 광고전략이 곧잘 나오기 때문이다.” 런던에 있는 HK 스트러터지스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및 스폰서십 책임자인 서더든이 말했다.

AB 인베브 같은 공식 스폰서도 브라질에서 대안적인 마케팅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혁신적인 접근법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노림수다.

“브라마 같은 브라질 맥주 브랜드는 인베브 소유지만 스타디움 내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브라질 브랜드이기 때문에 올해 대다수 마케팅이 브라질 2014, 월드컵, 축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공식 월드컵 로고를 사용하지 못할 뿐이다.” 창조적 광고 대행사 피블리시스 시애틀의 제이슨 설리번 대표가 말했다.

“대신 그들은 월드컵 컨셉을 중심으로, 그리고 스타디움 주변 지역에서 콘텐트와 체험,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ESPN의 2006년 ‘하나의 게임이 모두를 바꾼다’ 광고 캠페인 전략 등 다수의 올림픽과 월드컵 광고 캠페인을 기획했던 설리번이 말했다.

잠재적인 함정에 빠지지 않고 마케팅 지출 효과를 높이려는 많은 기업들에게는 공식 스폰서십보다 비전통적인 마케팅 전술이나 집중적인 온라인 마케팅이 더 나은 전략일지도 모른다. 뉴욕의 국제적 전략 마케팅 컨설팅 업체 애디드 밸류 그룹 조너선 홀 사장의 조언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여러 월드컵에서 기업들에게 마케팅 전략에 관해 조언을 해왔다.

스폰서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경쟁사들의 대안적 마케팅 전술을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공식 스폰서십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홀은 말했다. 스폰서가 브라질 현지 국민의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존재가 그 나라와 국민에게 플러스가 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브라질은 거대 시장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경제적 혜택에서 자기들만 소외 당한다는 인상을 브라질 사람들이 받게 될 경우” 그들을 오히려 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홀이 경고했다. 브라질뿐이 아니다. “브랜드가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인식되면 그리고 현지 지역사회를 따돌릴 경우 소문이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퍼져나가게 된다”고 홀이 말했다. “아시아 노동착취 공장의 근로환경 문제, 그리고 그것이 당장 기업들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서 그런 현상이 목격됐다. 스폰서 기업들도 주의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을 당하게 된다.”

대다수 브라질 국민은 월드컵 지출에 이미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선 월드컵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이 대신 학교·교통·교육 그리고 기타 공공 프로그램에 쓰여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0%에 달했다.

현지인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별로 없다고 여긴다.” FIFA의 독립통치위원회 위원을 지낸 알렉산드라 레이지가 말했다. 그녀는 FIFA의 부패 근절 의지 결여 등을 포함한 여러 문제에 환멸을 느껴 2013년 위원 직을 사퇴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어떤 후속 혜택이 돌아가는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전후해 항상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난다.” 지금은 메릴랜드주의 부패근절 비영리단체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의 대표를 맡고 있는 레이지가 말했다. “납세자들은 인프라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면서도 그 혜택은 별로 보지 못한다.”

코카콜라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FIFA 공식 파트너다. 브라질의 최근 불안과 만연한 불평등을 감안할 때 월드컵 행사의 민감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코카콜라는 브라질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현지 상황이 브랜드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마케팅 전략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2013년 글로벌 파트너십 및 실험적 마케팅을 담당하는 스콧 매큔 부사장의 말을 스포츠 비즈니스 데일리 신문이 인용했다.

그러나 대형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막대한 비용의 일부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공식 스폰서가 여전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없으면 “월드컵과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고 서더든은 말한다. 올해 월드컵에는 14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스폰서들은 그만큼 특별한 지위를 보호해주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서더든이 말했다. 남아공에서 바바리아 이벤트 같은 게릴라 마케팅을 당국이 단속하는 까닭이다. “행사 주최자들이 공식 스폰서십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을 계속 받으려면 기업들에게 그만한 혜택을 보장해줘야 한다. 매복 마케팅을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식 스폰서들에게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한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에 게릴라 마케터들로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앤호이저 부시를 비롯한 다른 공식 스폰서들에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중소 업체들이 그런 매복 마케팅을 분명 시도하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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