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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대변 속에 건강이 보인다

HEALTH - 대변 속에 건강이 보인다

세계 유익균 시장 규모는 2017년 240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인간은 아주 훌륭한 숙주다. 우리 몸은 세포 10조 개로 이뤄졌다. 각 세포엔 세균이 약 100조 마리 가까이 산다. 이젠 80달러와 면봉, 휴지 조각만 있으면 이 작은 친구들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도 어머니와 함께 직접 검사를 받아봤다. 과학자들은 더 많은 사람이 검사를 받는다면 인간의 장 내 미생물을 생명연장의 도구로 연마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확보된다고 믿는다.

세균은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 대장균 같은 일부 세균은 인간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균 또한 무수히 많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익한 세균을 활용한 건강보조제가 쏟아져나왔다.

식용 윤활제부터 이유식용 초콜렛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2013년 발표된 한 보고서는 세계 유익균 시장이 2011년 279억 달러에서 2018년 449억 달러로 성장하리라고 전망했다.

건강한 장 속의 미생물군은 어떤 모습일까? 이는 영양학의 난제 중 하나다. 소화기관을 다스리겠다는 일념 하에 유제품 진열대를 누비며 유익균이 함유된 요거트를 골라 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 어떤 미생물이 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양한 인구의 장 내 세균 DNA를 분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한 예로 2012년엔 미국 도심지와 베네수엘라 아마존강 유역, 말라위 농촌에 거주하는 어린이 및 성인 531명의 배설물 속 세균을 비교하는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 결과 이 세 집단의 아기들의 장 내 미생물 중엔 비피더스균이라 불리는 세균 집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익균으로 분류되는 비피더스균은 미국에선 온갖 건강보조제에 섞여 판매된다. 요거트 등 발효 유제품 제조에도 활용된다. 지금까지 서양 아기들의 장 속에서 비피더스균이 발견되는 이유는 그런 식단 덕분이라고 여겨졌다.

세 지역 인구를 비교한 연구는 그런 추정을 무너뜨렸다. “우유를 마시지 않는 지역 인구에서도 비피더스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비피더스균이 모유 소화를 위해 장 내에 존재한다는 설을 뒷받침한다”고 보고서 공동저자 롭 나이트는 말했다. 그는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소속 바이오프론티어 연구소의 미생물 생태학자다.

최근 나이트는 당신의 장 속에 어떤 미생물이 사는지 알려주고자 한다. 그는 미국인의 장(AG) 프로젝트에서 수석 과학자를 맡고 있다. AG 프로젝트는 이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영업 전략을 구사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대변 표본을 면봉으로 찍어서 우편으로 보내면 AG연구실이 분석해준다. AG와 경쟁사 유바이옴은 두 단체 모두 연구 프로젝트로 운영되며 각각 기부금 99달러, 89달러를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장 내 미생물 정보 분석 결과를 타인이 익명으로 활용해도 좋다는 동의서를 작성한다.

두 단체 간엔 자잘한 차이가 많다. 가장 큰 차이는 AG가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반면 유바이옴은 특수 계약을 맺은 관계자에게만 정보를 공개한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두 단체의 목표는 다양한 표본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본다. 인류에 필요한 제약이라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유바이옴의 공동설립자 제시카 리치먼은 말했다.

리치먼은 향후 기업들이 장, 피부, 구강 등 신체 각 부분의 미생물 생태를 활용해 건강보조제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내 생각에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런 미생물로부터 만들어질 다양한 제품들”이라고 리치먼은 말했다. 그녀는 세균이 함유돼 발에 바르면 냄새를 억제하는 크림이나 항생제를 대신하는 유익균 비염 치료 스프레이 등을 예로 들었다. “주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되살아난 장장 건강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칸소주 리틀락에 거주하는 교사 앤절라 노튼(56)은 다르다. 노튼은 삶을 위협하던 장 질병을 이겨냈다. 2011년 그녀는 척수 농양 치료를 위해 강력한 생제를 복용했다. 병은 나았지만 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심각한 설사에 시달리던 노튼은 점점 병약해져 결국 초등학교 교사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체중이 21kg 줄었다”고 노튼은 돌이켰다. “몸에 살은 없이 뼈만 남았다.” 그녀는 원인을 파악하고자 내과를 찾았다. “내 배설물을 분석해보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고 노튼은 말했다. 한 달에 걸친 노력 끝에 대변 검사를 받아보니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양성 반응이 나왔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고약한 세균이다. 극심한 설사를 유발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1만4000명이 이 세균으로 인해 사망한다. 완치가 매우 어려워 환자 대부분은 장 내 세균 이식을 택한다. 이식 방식은 보기가 썩 좋지는 않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걸쭉하게 만들어서 대장 내시경과 유사한 도구로 환자의 몸 속에 집어넣는다.

노튼은 이식을 위해 뉴올리언즈에 사는 친구에게 대변을 제공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2013년 장 내 세균 이식을 시술하는 병원을 찾아 위스콘신주를 방문했다. 이식으로 인해 몸 속 세균들의 생태계가 바뀔지 궁금했던 노튼은 친구의 대변을 몸 속에 집어넣기 전에 자신의 대변 일부를 얼려서 보존했다. 장 내 세균 이식은 성공했다. “시술 후 24시간 내에 몸이 좋아졌다”고 노튼은 말했다.

이후 노튼은 이식 전 얼려놓은 대변과 이식 한 달 뒤 채취한 대변을 과학운동단체 미국인의 장 프로젝트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이식 전 전체의 1.6%였던 클로스트리듐계 세균의 수가 이식 후에는 측정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졌음이 확인됐다.

현재로선 미생물군 검사 해석에 어려운 점이 많다. 복잡한 세균 이름이 목록을 한 가득 채운다. 유바이옴과 AG의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분석이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덕분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듀크유전학정책연구소의 니타 파라하니는 두 단체의 결정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최근 규제 당국이 소비자에게 의료진 단기기를 직접 판매한 업체를 단속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3년 11월 FDA는 유전자검사 업체 23앤드미가 판매하는 자가 유전자 검사 장비에 대해 “즉시 영업을 중단하라”고 경고장을 보냈다. FDA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변 미생물군 검사 업체들이 자신들의 분석 결과를 의학적 진단이라고 주장하면 “FDA가 그 분석의 타당성을 더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파라하니는 말했다. 타 의료기기처럼 길고 엄중한 승인 절차를 거칠 때까지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리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생물군 검사의 효용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노튼 같은 사람들은 몸 속의 세균들을 검사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2년 말 개시된 미국인의 장 프로젝트는 이미 회원 6000명을 모았다. 유명 저술가이자 음식 전문가인 마이클 폴란도 여기회원이다. 1년도 더 전에 성공적으로 끝난 대중 대상 자금모금 행사를 통해 7000명 이상이 유바이옴 검사기기를 수령했다.

롭 나이트 같은 과학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대량의 자료로 인해 세균이 우리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할 단서가 나타나리라고 믿는다.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 체중 관리도 여기에 포함된다. “미생물군 검사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쥐들의 장 내 미생물군을 바꿔주면 온갖 놀라운 일들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트는 말했다. 예를 들어 2013년 9월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비만인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장 내 세균을 투입한 쥐가 날씬한 사람의 장 내 세균을 투입한 쥐보다 15% 더 뚱뚱했다고 발표했다.

세균은 인체에 해를 입히기도 한다. 사진은 설사와 발열을 일으키는 반코마이신내성 장구균.





비교와 대조의료계 일각엔 자연분만한 아이는 자궁을 거쳐 나오면서 엄마로부터 유용한 세균들을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자연분만한 아이는 천식이나 소아지방변증 같은 질병이 나타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적다. 내 장 내 미생물군 중 어느 정도가 우리 어머니로부터 왔는지 궁금했다. 올해 초 인터넷에 접속해 장 내 미생물군 검사 장비를 주문하면서 어머니한테도 검사해보라고 요청했다.

일주일 내에 AG로부터 검사 장비가 배송됐다. 비교를 위해 유바이옴의 검사 장비도 함께 주문했다. 우리의 작업이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두 장비 모두 섭취한 음식을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어머니와 나는 일주일 동안 식사부터 간식과 음료수까지 섭취한 모든 것을 기록하려 애썼다. 한 주 간의 기록이 끝나자 우리는 채취한 표본을 보낸 다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검사는 몇 주, 길면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AG 연구소엔 표본 처리를 돕는 특수 기계 장비들이 있다. 그러나 표본으로부터 충분한 DNA를 얻어내는 문제부터 시각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전체 과정을 길어지게 만든다. 심지어 단 하나의 특수한 표본이 새로운 이상 징후를 드러내면서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유바이옴과 AG 모두 결과가 나온 뒤엔 신청자의 장내 미생물군과 다른 참여자의 평균치를 비교해준다. 난 결과를 받자마자 재빨리 인터넷에 접속해 내 장이 어떻게 측정됐는지 확인했다.

몇 가지 좋지 않은 소식이 있었다. 유바이옴은 내 몸 속의 박테로이디테츠계 세균이 평균치의 반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박테로이디테츠계 세균은 “지방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여겨지는” 세균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도움이 될만 했다.

매일 먹는 셀러드에 레드 와인 식초를 더 첨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레드 와인 식초엔 폴리페놀이 함유돼 박테로이디테츠계 세균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 장 내 미생물 중 가장 많은 것은 퍼미큐츠문으로 분류되는 세균이었다.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타유바이옴 이용자의 평균치는 64%다. 퍼미큐츠는 지방 흡수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 도움을 주는 세균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AG의 분석결과는 조금 달랐다. AG에 따르면 내 장 내 미생물 중 퍼미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65% 정도였다. AG 이용자의 퍼미큐츠 평균치는 약 45%다. AG와 유바이옴에 똑같은 대변 샘플을 보냈는데 결과가 이처럼 다르게 나와 놀라웠다. 유바이옴의 리치먼은 자신들이 AG와 다른 화학적, 과학적 방식으로 DNA를 추출하기 때문에 결과에서 차이가 난다고 답했다.

물론 내가 가장 궁금한 부분은 나와 어머니의 장 속 미생물 비교였다. AG의 분석 결과 어머니 역시 퍼미큐츠문에 속하는 세균이 평균치보다 높은 60%로 나타났다. 55%로 기록된 마이클 폴란보다 높은 수치였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분석이 어머니와 내가 모두 말라위나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과 달리 서양식 식단을 섭취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이도 오차 범위 10년 이내로 예측해냈다. 어머니는 옥살로백터속에 속하는 세균을 네 배 더 많이 가졌는데, 이 세균은 어머니의 식단을 주로 차지하는 녹색잎 채소와 연관됐다.

무엇보다도 나이트는 어머니의 장 속에 루브리비바스속 세균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알라곰의 대변 표본에서나 발견되던 것으로 인간의 몸에는 좀처럼 살지 않는 세균이다. 어머니의 몸에 이 세균이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장 속에 사는 세균의 특징은 아직 많이 규명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나이트는 말했다. “AG 같은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다.”

머지 않아 장 내 미생물 검사는 보다 더 정형화되고 정밀해질 듯하다. 유바이옴의 고문을 맡고 있는 래리 스마르는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본다. “마치 임신검사기처럼 미생물 검사기를 화장실에 비치해두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스마르는 말했다. 배변 후 장 내 세균을 분석하는 변기도 나올 수 있다. 목적은 건강 상의 문제를 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장 내 미생물을 주기적으로 검사하면 질병에 걸릴 징후나 식단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를 제때 알 수 있다”고 스마르는 설명했다. “인간은 생태계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 건강도 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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