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AFETY - 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출현의 서곡?
BIOSAFETY - 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출현의 서곡?
에볼라는 한때 중앙아프리카의 삼림지대에서나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천형(scourge)으로 여겨졌다. 동물 숙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그 동물을 잡아먹는 인근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곤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파동은 반짝 타올랐다가 곧 “사그러 들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발달하고 국가간 이동이 더 쉬워진 요즘엔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러스의 발생이 농촌 마을에서 기니 해안지대에 위치한 수도 코나크리 같은 인구 밀집지역으로 확대됐다. 인구 200만 명선인 이 도시의 유행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더 빨리 멀리 퍼져나가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패트릭 소이어(40)가 라고스에서 사망하지 않았다면 미네소타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그는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가나, 토고를 거쳐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에 착륙했다. 미국행이 이뤄졌다면 한 번에 5개국을 돈 셈이 된다. 그 노선을 따라 새로운 감염경로가 무수히 많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미국인 2명이 8월 초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로 이송됐다. 특수 장비를 갖춘 미국 내 4개 격리병동 중 하나와 고도의 감염병을 취급하는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요원들이 있는 곳이다. 켄트 브랜틀리 박사와 낸시 라이트볼은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던 건강의료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방호복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던 중 병에 걸리고 말았다. 8월 5일 기사작성 시점까지 지난 6개월 사이 4개국에서 887명이 에볼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의심된다. 역사상 최대 희생자를 낸 에볼라 파동이다.
하지만 전국 언론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브랜틀리와 라이트볼이 이 치명적인 감염병을 미국에 들여오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다. 설사 그런다고 해도 그 영향은 미미할 듯하다. “미국에 에볼라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아주 단시일 내에 저절로 소멸될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데 필요한 역학 자체가 미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1999년 뉴욕시 뇌염 파동의 원인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였음을 밝혀낸 역학자인 이언 리프킨 컬럼비아대 교수가 말했다.
에볼라의 확산 관련 뉴스는 결코 그냥 묻혀버릴 수 없었다. 내장이 파괴되는 동안 피를 내뿜으며 끔찍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악몽 같은 이미지가 우리 뇌리 속에 깊숙이 각인됐다. 에볼라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공포를 유발하는 이유가 뭘까? 그 한 가지는 현재로선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르면 2년 뒤에는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의 하인츠 펠드먼의 예측이다. 그 질병이 공황을 유발하는 만큼 많은 자금과 정치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동물실험에서 여러 가지 백신과 약품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일부는 지난 수년 간 필시 언제라도 인체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고 펠드먼이 전했다. 그가 개발에 기여한 한 유망한 백신은 실험실 테스트에서 히말라야 원숭이(rhesus macaques)를 자이르형 에볼라(Ebola-Zaire)로부터 지켜냈다.
현재 중앙 및 서아프리카를 휩쓰는 바로 그 균주다. 치료 효과도 있었다. 감염된 동물 8마리 중 4마리를 살려냈다. 인간의 치사율이 때로는 90% 안팎에 이르기도 하는 감염병에 대해 그 정도의 치료율이라면 뛰어난 효과다. “이젠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펠드먼이 말했다.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순 없다. 이들 백신 중 일부는 10년 동안이나 이런 상태로 사장돼 있었다.”
자금지원 부족은 대체로 제약회사들의 관심 결핍에서 기인한다. 제약회사 입장에선 아프리카 농촌 지역의 비교적 치사율 낮은 질병은 큰 돈이 되지 않는다. 2001년 탄저균 우편물 테러로 5명이 사망한 뒤에야 에볼라 연구가 약간의 재정적 기반을 확보했다. 에볼라는 미래 테러공격의 적당한 후보감으로 보였다.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될 수 있지만 “일단 걸리면 체액이 많이 배출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산하 글로벌보건정책센터의 스티븐 모리슨 소장이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출혈열을 유발한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감염 인자가 파고드는 조직은 어디든 혈액이 응고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신체의 모든 구멍을 통해 피가 쏟아져 나온다.
미국은 에볼라를 가장 높은 단계의 위험도를 가진 ‘범주A(Category A)의 잠재적 생물테러 인자로 분류했다. 그 바이러스가 생물테러 인자로 사용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수단 개발에 수백만 달러의 연방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정도로는 하나의 유망한 백신을 시장에 내놓기에도 부족했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이번 에볼라 사태가 끝난 뒤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상시로 돌아가리라는 점”이라고 펠드먼이 말했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구의 다른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태도는 비양심적”이라고 리프킨이 말했다.
야생동물 유래 바이러스를 막아라에볼라 치료제의 발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야생에서 다음 감염병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의 모색이다. 그러려면 정말로 글로벌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에볼라는 야생동물에서 처음 발생해 그 동물을 잡아먹거나 그 배설물, 오줌 또는 침과 접촉하는 사람에게로 건너 뛴다고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에볼라는 인체 감염 소강기의 수년간 특정 동물들(이른바 보균소 동물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한다. 누구도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의 보균소(reservoir)로 가장 유력한 동물은 박쥐다. 최근 에볼라가 발생한 서아프리카 지역에선 사람들이 박쥐를 잡아먹는다. 박쥐가 먹은 과일 또는 박쥐 배설물과 접촉했을지 모르는 침팬지도 먹는다.
야생동물 유래 바이러스 확산(wildlife spillover)과 대규모의 글로벌 유행병이 제기하는 위협 간의 연결고리에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신흥감염병세계유행위협(EPT)을 다루는 전문가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그런 관련성을 감시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취지다.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감염병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 대응하고 차단하고 근원을 추적하는 전통적인 모델을 뛰어넘고자 했다.” USAID 컨소시엄 산하의 비영리단체 에코헬스 연합(EcoHealth Alliance)의 역학자 조너선 엡스타인이 말했다. EPT는 현지 정부와 협력해 유행병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야생동물 숙주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야생동물 고기 거래시장 같은 위험성이 큰 활동을 감시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작업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것을 시급한 과제로 만드는 똑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신흥 감염병 유행지역에 도착하는 구미 선진국 과학자들은 불편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남미 일부 지역의 주민들을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그들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동물들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공동체는 야생동물(bushmeat) 사냥에 의존해 식구를 먹여 살린다. 그리고 그들은 신체적 접촉을 가족 가치의 주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그런 요인들이 전통적인 공중보건 접근방식을 무력화한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고 엡스타인은 말한다. “손 씻기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조차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더 혁신적인 변화는 정착될 가능성이 적다. “경험상 어떤 행동의 전면적인 금지는 대체로 효과가 없다”고 그가 덧붙였다.
사람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해 서방의 감수성을 강요하는 방법은 예외 없이 역효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깊게 뿌리 박힌 문화적 관행을 상대한다. 그런 행동을 그만두게 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고 문화적으로 무신경한 일이다. 그보다는 그런 나라들의 정부 및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해 감염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행동을 조정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례로 2000년대 중반 방글라데시에서 니파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병이 현지 주민들 사이에 확산됐다. 감염된 박쥐에 의해 오염된 대추야자 수액을 마신 탓이었다. 그 수액은 현지 식생활의 기본 요소였다. 밤마다 상인들이 나무에 구멍을 내서 흘러 내리는 수액을 항아리에 받았다. 아침에 항아리를 수거해 집집을 돌며 그것을 판매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설사성질환국제연구센터의 인류학자와 보건관계자들은 그런 관행을 중단시키려 하지 않았다. 대신 현지 주민들과 협력해 저렴한 대나무 덮개를 개발했다. 그것을 항아리 위에 덮어 박쥐들이 수액 안에 몸을 담그지 못하도록 막는 용도였다. 덮개는 벌레, 먼지와 기타 오염물질도 막아줬다. 그렇게 얻은 더 위생적인 수액은 그들의 지역 공동체를 니파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 같은 섬세한 프로그램에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 넉넉하지 않다. 올 초 오바마 정부는 10개국에 2년간 8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감염병 발생을 확인하고 억제하는 역량을 확충하라는 취지다. “그것은 수박 겉핥기”라고 모리슨이 말했다. “알다시피 감염병 관리에는 외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국 혼자 애써서 될 일이 아니다. 미국 예산에는 그런 용도로 별도 책정된 항목이 없다.” 그것은 위험한 실책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글로벌 항공편 발달이 질병의 확산을 위험할 정도로 용이하게 만든다. 한편 기후변화는 매개 동물들의 서식지를 재배치하며 몇몇 경우 확대하기도 한다. 이는 차후 에볼라, 신종플루, 결핵 그리고 다수 다른 질병의 유행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간들이 예전 야생의 영역으로 조금씩 더 침범해 들어감에 따라 노출 패턴이 바뀌어간다. 질병이 한층 더 강력한 버전으로 변이하거나 또는 지금껏 동물에만 국한됐던 병원균이 인체로 건너뛸 가능성은 더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문제는 ‘다음 번 큰 놈’이 과연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바이러스가 등장할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울지, 그리고 얼마나 큰 희생을 초래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콰멘이 말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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