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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장원석 기자의 ‘앵그리 2030’ ⑥ 대한민국에서 둘째를 낳는다는 것 - ‘둘째 자녀 우대’로 출산 장려책 확대해야

Issue | 장원석 기자의 ‘앵그리 2030’ ⑥ 대한민국에서 둘째를 낳는다는 것 - ‘둘째 자녀 우대’로 출산 장려책 확대해야

한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가 목전입니다. 노인을 위한 사회적 준비와 배려도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현실은 좀 다릅니다. 요즘 20~30대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대학 입시라는 높은 벽을 넘으면 취업이라는 일생일대의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꿈 같은 취업을 하고, 서른이 돼도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집 한 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멀리 내다보며 살기에는 결혼·육아·승진 등 어깨의 짐이 너무 버겁습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지면에 옮깁니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간이 아닌 아버지 세대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해되길 바랍니다.
내년 설쯤이면 저도 아빠가 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절대 못할 것 같았던 일도 비교적 잘해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빠 목소리를 알아들을 시기가 됐다기에 짬짬이 태교 동화를 읽어주고 있습니다. 아내의 아침식사를 직접 챙겨주는 일도, 자주 병원을 찾는 일도, 늘어난 집안일도 별로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습니다. 아빠들이 이래서 힘을 냈군요.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참 기뻐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축하 인사가 독특했습니다. ‘둘째도 얼른 낳아야지?’ 분명 의문문이었는데 느끼기엔 명령문 같았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대답은 했습니다만 과연 저 그럴 수 있을까요?

“둘째는 무슨. 키워봐라, 둘째 생각이 나나.” 어머니의 기대와 달리 한 선배는 단호하게 ‘노(No)’를 외쳤습니다. 둘이나 키울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선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우리는 요즘 ‘자식은 하나가 평균, 둘이면 애국자’인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4명 이상이었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급속하게 줄어 1984년 2명 선이 붕괴됐습니다. 하락은 계속돼 2005년 1.08명으로 최저점을 찍었고, 이후 약간 회복했지만 여전히 1.1~1.2명을 오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1명)에 한참 못 미치고, 순위도 28개국 중 사실상 꼴찌(27위)입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엔 대한민국 인구 ‘0’
이렇게 한국은 13년째 초(超)저출산국(1.3명 이하)의 멍에를 쓰고 있습니다. 2001년 초저출산국이 됐는데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2002년입니다. 관련법(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건 그로부터 3년 e뒤인 2005년.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1.08명)으로 떨어진 해였습니다. 보육비 보조, 직장 보육시설 확대 등이 포함된 첫 종합대책은 같은 해 12월에 처음 나왔습니다. 전혀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앗 뜨거!’한 셈입니다.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학계에선 대략 1994년부터 저출산의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했더군요. 10년 넘게 허송세월한 겁니다.아마 저출산이 얼마나 무서운 미래를 초래하는지 몰라서 그랬을 겁니다. 정부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국민들도 잘 모릅니다. ‘저출산이 문제다’ ‘진짜 심각하다’ 아무리 얘기해도 실감이 별로 안 납니다. 당장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합계출산율 1.19명(2013년)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2750년 대한민국에는 사람이 안 살게 됩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입니다. 추세에 따르면 12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1000만명,2172년엔 500만명이 됩니다. 2750년엔 ‘0’이 되는 거죠. 그 때까지 살 것도 아닌데 신경 안 쓴다 치죠. 그런데 아마 0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겁니다.

간단합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줄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다는 건 의미가 큽니다. 일단 세금이 줄어들 겁니다. 세금은 주로 돈 버는 사람이 내는데 이 숫자가 10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줄면 세금을 두 배로 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국민에게 무한정 세금을 더 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자연히 정부 재정 악화로 이어지겠죠.

소비 시장이 위축됩니다. 스마트폰 구매자가 100만명인 시장과 50만명인 시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 50만명조차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지출하고 나면 소비 여력이 없습니다. 기업의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살 사람이 적으면 소용 없습니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겠죠. 일자리가 적어지고, 임금 상승률도 떨어질 겁니다. 예상이 맞는다면 우리나라는 2017년 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불과 3년 뒤죠. 경제 성장이라도 꾸준하다면 걱정이 덜할 텐데 세계 경제는 어쩔 수 없는 저성장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지요.
 생산·소비·이익·소득 모두 잡아 먹는 블랙홀
저출산은 필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를 초래합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에 진입한 한국은 곧 고령인구가 유년인구를 추월합니다. 연금이 걱정입니다. 연금은 현 세대에 걷어 이전 세대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입니다. 받을 사람은 100만명인데 내는 사람이 50만명이면 연금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습니다. ‘나는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미래 세대의 우려가 확산되면 연금 대란이 불가피합니다. 엄청난 세대 갈등을 피할 수 없겠죠.

돈 문제만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저출산은 가족의 재생산 방식을 바꿀 겁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멀리 보면 전통적 의미의 가족 개념이 해체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의 활력도 갈수록 떨어질 겁니다. 일본 소도시를 걸어보면 아이는 없고, 노인만 있습니다.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아 도쿄·오사카로 떠났고, 곳곳에 문 닫은 가게가 눈에 띕니다. 도시 전체에 생기가 없고,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출산율 높이기에 열을 올렸지만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2013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1.48명에 그칩니다.

저출산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2750년보다 훨씬 빨리 이 나라에는 사람이 안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심각합니다. 정부도 애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은 2006년(2조1445억원)보다 2014년(14조8927억원) 약 7배로 늘었습니다. 돈은 많이 썼는데 효과를 못 봤습니다. 왜 일까요? 저출산은 청년 실업, 늦어지는 결혼, 소득 불안정, 여성 고용, 부동산 침체 등 수많은 사회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씩 답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혜택과 인센티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오락가락합니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양육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걸 줄이려면 양육비가 덜 들게 하든, 가계 소득을 높이든 둘 중 하나는 돼야 합니다. 후자가 당장 어렵다고 볼 때 전자를 위해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겠죠. 가장 대표적인 게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지요.
 “둘째도 안 낳는데 셋째는 무슨”
1985년 신문에 실린 대한가족계획협회의 산아제한 홍보물(오른쪽)과 보건복지부의 출산장려 포스터(2009년).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 홍보물이 나온지 20년 만인 2005년 한국의 출산율은 1.08명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그런데 최근 이 무상시리즈의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여야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여당은 무상보육에, 야당은 무상급식에 예산을 먼저 써야 한다고 싸우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이라는 게 이유죠. 여건이 안 되는데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한 보편적 무상복지를 도입한 탓입니다. 그렇게 표를 얻어 당선돼 놓고, 이제와 돈 없으니 ‘주겠다’ ‘못 주겠다’ 난리도 아닙니다.

이렇게 정책적 일관성이 없어서야 어떻게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요? 이미 정치인들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저출산 대책의 일부라는 사실도 잊은 듯 합니다. 보편적 복지가 옳으냐 선별적 복지가 옳으냐는 논란은 차지하더라도 지금 여기에 쓰는 돈을 아깝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쓰는 몇 조원은 결코 아까운 돈이 아닙니다. 다른 예산을 아껴서라도 지금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끌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분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정부가 놓치고 있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지금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둘째’입니다. 단순히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한국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6.4건(2013년)으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합니다. 그러나 출산율은 가장 낮은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를 낳아 길러 보니 도저히 둘째를 키울 엄두가 안 나는 거죠.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자녀 양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드는 비용은 무려 3억896만원(2013년)입니다. 식비, 의류 구입비, 교육비등 모든 비용을 합한 돈이긴 해도 너무 많습니다. 역시 사교육비 비중이 가장 큽니다. 2010년 조사보다 약 18% 증가했고,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20만원입니다. 아이 둘이면 월 240만 원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끝이 아닙니다. 시집·장가 보내야죠. 이 정도면 둘째는 엄두도 안 난다는 선배의 말에 공감할 만합니다.

맞벌이를 해 가계 소득을 높이는 게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은 매우 낮습니다. OCE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출산율과 고용율이 모두 낮은 국가군에 속합니다. 한국 여성들이 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것일까요? 반대로 해석해야죠. 일하기도 어렵고, 애를 키우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아이를 더 낳으려면 경제적 부담을 덜어야 하는데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보니 경력이 중간에 끊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죠. 영유아 자녀 양육지원, 육아휴직, 유연한 근무시간제 등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가 잘 갖춰진 노르웨이·스웨덴·네덜란드·덴마크 등 여성고용율이 높은 나라들은 비교적 출산율도 높습니다.
 ‘출산은 행복한 일’ 분위기 만들려면 기업 도움 절실
둘째 낳기도 어려운 환경인데 정부는 셋째를 낳으라고 합니다.정부 저출산 대책의 핵심축 중 하나는 다자녀 가정 지원 정책입니다. 혜택이 아주 많습니다. 다자녀 가정 중 무주택 세대에 한해 민영주택을 특별 공급하고, 주택 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을 빌릴 땐 대출 지원을 해줍니다. 자동차 취·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전기요금도 감액해줍니다. 대형마트나 문화시설을 이용할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자녀우대카드’ 역시 매력적이죠. 올해부터는 대학등록금도 일부 지원해줍니다. 모두 ‘셋째’가 대상입니다. 둘째도 꺼리는 마당에 이런 정책이 출산의 유인이 될까요? 이 참에 다자녀 지원 정책의 대상을 셋째가 아닌 둘째로 확대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기업도 힘을 좀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직장 보육시설을 더 늘리고,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도 화끈하게 지원해주면 어떨까요? 시간제 일자리를 과감하게 늘려서 한국 여성의 뛰어난 노동력을 활용하면 분명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기업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도 떠올랐습니다. 현재 상당수 민간 기업에는 직원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을 지원하는 복지 혜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려면 적어도 부장급 이상의 나이가 돼야 합니다. 사원·대리급 직원들에겐 먼 얘기죠. 중간에 퇴직하면 못 받는 돈입니다. 더구나 앞으로 가계의 대학등록금 부담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여전히 반값은 아니지만 조금씩이나마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등록금을 지원할 돈, 젊은 직원들에게 양육보조금으로 미리 주면 어떨까요?

한창 기사를 쓰고 있던 11월 12일 1인 가구에 세금을 매기는‘싱글세’가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씁쓸하더군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입니다만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겠죠. 맞습니다. 어지간한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과 정부·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정말 싱글세를 내는 세상에 살 수도 있습니다. 다음 번에는 ‘당신의 아르바이트,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지혜를 모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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