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 “부처 칸막이 무너뜨려야 창조경제 꽃 핀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 “부처 칸막이 무너뜨려야 창조경제 꽃 핀다”
“창조경제는 정책이 아닙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죠.” 윤종록(57)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알려진 대로 창조경제의 전도사였다. 12월 9일 정부 과천정부청사에서 만난 윤 차관은 창조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창조경제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일각의 시각을 전하자 윤 차관은 수많은 정책 추진 사례를 근거로 들며 창조경제가 차근차근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창조경제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창조경제는 한 마디로 말하면 ‘상상력 + 연구개발(R&D) = 혁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1세기 혁신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인텔이 반도체 연산속도가 빨라질수록 열이 발생하는 문제를 풀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한 사람은 뜻밖에 인텔 트럭 운전사였다. 구글의 연관검색어를 최초로 제안한 것도 40대 성경학자였다. 이처럼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아이디어도 중요하다. 다음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R&D다. 트럭이 속도를 높일 때 엔진이 타지 않도록 기어박스를 이용하라는 상상력만 있으면 뭐하나. 실제로 반도체용 기어박스를 구현할 기술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력이 뒷받침되면 퀀텀점프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이게 창조경제다.”
내년이면 박근혜정부 집권 3년인데 창조경제의 성과가 생각보단 부진하다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에서 성과가 부진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창업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10월 말 기준 신설법인 수는 7만개를 돌파했고, 벤처를 지원하는 투자펀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나 늘었다.”
오래 지속돼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인데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건 아닌가?
“세계 경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가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과거처럼 무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자원 없는 국가’라는 상황은 동일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이름은 바뀌더라도 결국 창조경제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창조경제 추진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부 부처간 칸막이가 생각보다 높다. 창조경제 상상력을 실현하는 수단이 소프트웨어라고 보고,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을 추진했는데 교육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강조해야 교육부가 마지못해 움직이더라. 부처간 칸막이를 부수지 않으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창업이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자질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총과 총알은 양국이 비슷한데 우리나라에선 창업이 어려운 이유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뻔뻔하고 당돌한 ‘후츠파 정신’이 있기에 겁없이 방아쇠(창업)를 당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눈치보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으로 시끄럽다. 이동통신 시장 정상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만 올랐다는 비판도 있다.
“정확히 따져보면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비자 기대심리가 높아져 휴대폰 가격이 비싸졌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지원금 규모 자체는 법 시행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단통법이 시행된 10월 이전에는 지원금이 월평균 14만7000~17만8000원이 었지만, 10월 이후에도 지원금은 평균 15만원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동통신사들이 출고가를 인하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접하는 단말기 가격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시장이 안정될 거라고 확신한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처리가 무산된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법안도 뜨거운 감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통신요금을 정부가 사전에 인가하는 통신요금인가제는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제도는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 시장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통신사업자 시장점유율이 4:3:3 정도로 고르게 분배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경쟁 우위에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할 때 갑자기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면 부작용이 크다. 조건부로 폐지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래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ICT 생산과 수출량 증대와 신시장 창출 등이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1등 공신이 바로 ICT였다. 올해 ICT 수출 흑자 규모도 88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재경신할 전망이다. 이미 대한민국을 ICT가 먹여 살리고 있다. 향후 ICT와 다른 산업을 결합해 신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무려 6조 달러 시장인 의료건강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2%에 불과하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 ICT가 의료분야와 융합한다면 신시장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의료산업 육성을 강조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수한 학생이 의·약대로 몰린다. 그런데 이들은 의사나 약사가 되고 싶어 하지, 의·약학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ICT와 의료 융합을 위해서는 의·약학이 공학과 융합해야 하고, 이를 추진하려면 우수한 학생이 의·약사가 아니라 의·약학 연구자가 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카이스트 격인 테크니온 공대처럼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강화 정책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추진됐나.
“아시아 최초로 구글의 창업초기지원센터인 ‘구글캠퍼스’를 서울에 유치했고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방침을 확정했다. 6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특성화대학도 운영하며 실전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덕분에 소프트웨어 정책 만족도가 이명박 정부 대비 12.4% 상승했다.”
내년에 중점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창업 중심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했다면, 내년부터는 기존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창조경제를 확산할 생각이다. 또한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ICT 산업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는데, IT 산업 재도약의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 R&D의 근본적인 혁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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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창조경제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창조경제는 한 마디로 말하면 ‘상상력 + 연구개발(R&D) = 혁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1세기 혁신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인텔이 반도체 연산속도가 빨라질수록 열이 발생하는 문제를 풀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한 사람은 뜻밖에 인텔 트럭 운전사였다. 구글의 연관검색어를 최초로 제안한 것도 40대 성경학자였다. 이처럼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아이디어도 중요하다. 다음엔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R&D다. 트럭이 속도를 높일 때 엔진이 타지 않도록 기어박스를 이용하라는 상상력만 있으면 뭐하나. 실제로 반도체용 기어박스를 구현할 기술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력이 뒷받침되면 퀀텀점프 수준을 넘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이게 창조경제다.”
내년이면 박근혜정부 집권 3년인데 창조경제의 성과가 생각보단 부진하다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에서 성과가 부진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창업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10월 말 기준 신설법인 수는 7만개를 돌파했고, 벤처를 지원하는 투자펀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나 늘었다.”
오래 지속돼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인데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되는 건 아닌가?
“세계 경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가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과거처럼 무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자원 없는 국가’라는 상황은 동일하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이름은 바뀌더라도 결국 창조경제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창조경제 추진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부 부처간 칸막이가 생각보다 높다. 창조경제 상상력을 실현하는 수단이 소프트웨어라고 보고,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을 추진했는데 교육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강조해야 교육부가 마지못해 움직이더라. 부처간 칸막이를 부수지 않으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창업이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자질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총과 총알은 양국이 비슷한데 우리나라에선 창업이 어려운 이유는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뻔뻔하고 당돌한 ‘후츠파 정신’이 있기에 겁없이 방아쇠(창업)를 당긴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눈치보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으로 시끄럽다. 이동통신 시장 정상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만 올랐다는 비판도 있다.
“정확히 따져보면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비자 기대심리가 높아져 휴대폰 가격이 비싸졌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지원금 규모 자체는 법 시행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단통법이 시행된 10월 이전에는 지원금이 월평균 14만7000~17만8000원이 었지만, 10월 이후에도 지원금은 평균 15만원이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동통신사들이 출고가를 인하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접하는 단말기 가격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시장이 안정될 거라고 확신한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처리가 무산된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법안도 뜨거운 감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통신요금을 정부가 사전에 인가하는 통신요금인가제는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할 제도는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 시장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통신사업자 시장점유율이 4:3:3 정도로 고르게 분배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경쟁 우위에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할 때 갑자기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면 부작용이 크다. 조건부로 폐지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래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ICT 생산과 수출량 증대와 신시장 창출 등이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한 1등 공신이 바로 ICT였다. 올해 ICT 수출 흑자 규모도 88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재경신할 전망이다. 이미 대한민국을 ICT가 먹여 살리고 있다. 향후 ICT와 다른 산업을 결합해 신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무려 6조 달러 시장인 의료건강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2%에 불과하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 ICT가 의료분야와 융합한다면 신시장 창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의료산업 육성을 강조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수한 학생이 의·약대로 몰린다. 그런데 이들은 의사나 약사가 되고 싶어 하지, 의·약학을 연구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드물다. ICT와 의료 융합을 위해서는 의·약학이 공학과 융합해야 하고, 이를 추진하려면 우수한 학생이 의·약사가 아니라 의·약학 연구자가 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카이스트 격인 테크니온 공대처럼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강화 정책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추진됐나.
“아시아 최초로 구글의 창업초기지원센터인 ‘구글캠퍼스’를 서울에 유치했고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방침을 확정했다. 6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특성화대학도 운영하며 실전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덕분에 소프트웨어 정책 만족도가 이명박 정부 대비 12.4% 상승했다.”
내년에 중점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창업 중심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했다면, 내년부터는 기존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창조경제를 확산할 생각이다. 또한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이 급부상하면서 국내 ICT 산업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는데, IT 산업 재도약의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 R&D의 근본적인 혁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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