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2015 | 상아탑 속 지혜의 여신을 찾아라
ISSUES 2015 | 상아탑 속 지혜의 여신을 찾아라
읽기 예습을 하지 않은 날 수업의 앞줄에 앉아 페이스북을 확인하다가 방금 교사에게 들킨 기분이다. 스티븐 코슬린이 방금 토론 주제를 제안했다. “드러내지 않은 의도가 있는 건 항상 나쁘다”고 그가 말했다. “로빈, 그것이 항상 나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코슬린은 KGI 미네르바 스쿨의 초대 학장이다. 이 신설 인문과학 칼리지는 학부 생활에 관한 우리의 온갖 상식 또한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의 파괴를 모색한다.
코슬린은 로빈 골드버그 쪽으로 컴퓨터의 방향을 돌린다. 골드버그는 미네르바의 브랜드 개발, 학생모집, 학생 활동을 관장하는 최고체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본부 건물 회의실에 앉아 있다. 나는 뉴욕시 뉴스위크 본사에 있다. 우리는 구글 행아웃(화상 채팅 앱)을 통해 대화 중이다. 코슬린은 하버드대 학장 출신으로 인지 생명과학자다. 미네르바의 유례없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통합된 다수의 교육 기법 중 하나를 시연하는 중이다.
“로빈?” 그가 다시 부른다.
로빈 골드버그가 카메라를 통해 나를 바라본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갖는 게 항상 나쁜 이유는 투명하게….”
“그만!” 코슬린이 말했다. “애비게일, 로빈의 문장을 정확히 끊어진 곳부터 이어 말할 수 있겠나?”
일순 몸이 얼어붙었다. 페이스북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코슬린의 말을 정신 없이 기록하던 중 지명을 당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갖는 게 항상 나쁜 이유는….” 내가 입을 뗀다. 질문을 반복하면 항상 답변을 생각할 여유가 좀 생기기 때문이다. “투명하게 공개해 동료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 코슬린이 다시 제지한다. 골드버그에게 이어 말하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신뢰를 갖게 됩니다.” 그녀가 마무리를 짓는다.
코슬린은 이런 유의 학습방식을 “두뇌 릴레이 경주(intellectual baton race)”로 부른다. 다른 학생이 한 말을 반복해선 안 된다(헉!). 정말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좋아요, 이제 반론을 펼쳐 봅시다.” 코슬린이 말한다. “로빈?”
“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들어올리며 그녀가 반문한다. “한눈을 팔았어요.” 코슬린의 의도를 몸소 입증하며 그녀가 말했다. “멀티태스킹하고 있었어요.”
미네르바 교과 과정의 특징은 토론 기반 세미나다. 모두 세미나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각 반의 학생 수는 20명 미만이다. 수업은 업그레이드판 구글 행아웃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 학교 교수법의 핵심은 21세기 강의실의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주의분산 요인들에 대한 유망한 대항수단이다. 동적학습포럼(Active Learning Forum) 기술 플랫폼은 일련의 기법을 지렛대로 활용한다. 쪽지시험과 토론으로부터 분과 토론과 릴레이(코슬린이 내게 던진 문장 완성 연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수들이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멍하니 앉아 있기 보다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지난 가을 처음으로 14개국에서 28명의 학생을 받았다(입학 지원자는 2464명이었다). 모든 학생이 연간 1만 달러씩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받지 않더라도 상당한 돈을 절약하는 셈이다. 학자금 융자를 받은 대학생들이 2014년 졸업할 때 진 부채액이 평균 3만30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내년 가을엔 200~300명의 학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5~6년 뒤에는 학부생이 7000명에 이르러 하버드와 얼추 비슷한 규모가 된다. 미네르바의 정규 등록금(기숙사비와 제반 수수료 포함 2만8000달러)은 대다수 다른 학교와 비교도 안될 만큼 낮은 수준이다. 하버드에선 연간 수업료만 4만3938달러에 달한다.
미네르바의 학생들은 첫해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생활한다. 2학년 때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베를린, 3학년 때는 홍콩과 뭄바이, 4학년 때는 런던과 뉴욕에서 생활한다. 2학년 때 5개 전공 중 하나(사회학, 컴퓨터 과학, 자연과학, 예술·인문학 또는 경영학) 그리고 글로벌 행정 또는 예술과 통상 같은 세부전공을 하나 선택한다. “미네르바는 어떤 교수가 찾아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정원들이 근사하더라. 그것에 관해 강의하고 싶다”고 말하는 곳이 아니다.” 창설자이자 CEO인 벤 넬슨이 말했다. ‘그것은 미네르바의 교과과목이 아니다. 우리는 취미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창의적인 사고,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주제에 중점을 둔다.
넬슨은 온라인 사진 업체 스냅피시의 중역으로 10년간 일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학을 완전히 처음부터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네르바를 가리켜 “명문 아이비 리그 졸업자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맡아줬으면 하고 모두가 원하는 사람으로 다시 여겨지도록 하는 포괄적인 기회”로 설명한다. “단순히 그런 자격을 부여 받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강의 중 꽤 초반부터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제임스 E 라이언 학장이 말했다. “강의는 학생들을 몰입시키는 썩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학생들이 지식을 흡수하도록 가르치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미네르바는 강의와 입문 과정을 단호히 배격한다. 이 학교가 수십 년 간의 연구를 토대로 자부하는 핵심적인 신조가 있다. 능동적인 학습이 더 나은 성적, 높은 평점, 의미 있는 지식습득을 낳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수업 중 최소 75% 이상 참여시키려 한다. 그런 목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업그레이드판 세미나가 그것이다. 전통적인 강의실에선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교재를 반복해 읽는 것보다 더 나은 학습 방법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교재를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 뒤로는 더 나은 학습방법이 훨씬 더 많다.”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심리학과 교수이자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의 공저자인 헨리 L 로디거 3세가 말했다. “강사를 멍하니 바라보는 이상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 비결이다. 미네르바에선 그런 일이 가능하다.”
미네르바 세미나의 처음 10분 동안 학생들은 쪽지시험을 치른다. “주로 숙제를 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라고 코슬린이 말했다. “교재는 교육 도구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학생들이 쪽지 시험 답안을 온라인에 올리면 교수는 즉시 그 점수를 확인한다. 그렇게 해서 모든 의문과 개념적 문제를 해결한 뒤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그뒤 한 시간 동안 교수는 그 교육 플랫폼의 많은 첨단 기능을 활용한다. 코슬린이 한 가지 예를 든다. 가령 미국 정부가 전국예술기금 자금지원을 폐지해야 할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로 한다고 치자. 두 명의 학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측면을 주장할 동안 나머지 학생들도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놔두면 그들은 자기 이메일을 확인한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우리는 나머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경우 각 발표자 주장의 설득력을 토대로 1~5의 척도로 평점을 매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 토론을 벌인다. 교수들은 우리를 알며 학생들의 주의가 산만해진 듯할 때마다 우리를 지명한다.” 텔아비브 출신의 23세 학생 로이 노이만이 말했다. “장시간 강의에는 학생이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세미나는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과 더 유사하다.”
미네르바의 세미나에는 앞줄과 뒷줄이 없다. 뒤로 몸을 숨길 만한 긴 테이블이 없다. “항상 교수 바로 옆에 앉는 느낌”이라고 조너선 카츠먼 기획책임자가 말했다. “정말 집중도가 높아진다. 강의에 참여하기 때문에 의식 수준이 달라진다.”
미네르바의 플랫폼에선 각 학생이 수업 중 몇번이나 발언했는지 교수들이 확인할 수도 있다. “교수가 학생을 지명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편견이 숱하게 많다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안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여학생은 남학생만큼 자주 호명되지 않는다.”반마다 학생들의 얼굴이 손톱크기로 스크린 상단에 걸쳐 표시된다. 학생들의 스크린에는 항상 알파벳 순서로 배치된다. 하지만 “교수진의 경우에는 이전에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와 수업 중 학생의 발언 정도를 토대로 누구를 지명해야 하느냐에 따라 순서를 변경한다. 수업 중 전통적인 편견을 극복하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다.”
질문에 대답할 때 학생이 주제에서 벗어난 답변을 할 경우 교수가 조용히 메모를 보내 주의를 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책상 밑으로 쪽지를 돌리는 이 방식은 쌍방향으로 통한다. 큰 소리로 질문하기가 거북하게 여겨질 경우 학생이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 이점은 학문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넬슨이 말했다. “학생이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 받거나 슬픔에 빠져 있더라도 기말시험이 끝난 뒤에야 알아차리기도 한다. 미네르바에선 학생이 결석했는지, 출석했지만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지, 수업 중 평가를 통해 성적이 급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수업 태도가 어땠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다른 시스템에 그런 기능이 있는 예는 본 적이 없다”고 카츠먼이 말했다. “우리가 매일 학생들에게 주는 피드백의 양 측면에서 기존 칼리지와 대학의 정규 학생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수년 전 공개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s)가 등장했다. 컴퓨터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아이비리그 수준의 강의를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고등학교 중퇴자든 홍콩의 70세 할아버지든 제한이 없었다. 등록하기만 하면 예일대 밥 실러 교수가 진행하는 ‘금융시장’ 강의나 프린스턴대 제러미 애덜만 교수의 ‘1300년 이후의 세계사’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같은 동영상 강좌를 시청하고 같은 토론 포럼에 참여하는 학생이 수백명, 수천 명 때로는 수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을 ‘MOOC의 해’로 정했다. 1년 뒤 그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추가됐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설립한 영리업체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가 설립한 비영리 MOOC 배급기관 에덱스(edX)는 교육을 민주화한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학생들의 높은 낙제율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MOOC 강좌를 듣는 사람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가 아니라 대학을 나와 직장을 갖고 있는 백인 미국 남성들이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의 세바스천 스런은 MOOCs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업체 유대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그 직후 강좌를 수료하는 학생이 10%도 안 되며 자신들이 공부하는 과목을 실제로 습득하는 사람은 100명 중 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대시티는 지금은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추며 수강료를 받는다.)
미네르바는 일면 MOOCs의 대항마다. “그동안 고등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점진적이었다”고 라이언이 말했다. “미네르바는 보기 드문, 정말 새로운 모델 중 하나다. 온라인 부분뿐 아니라 전 세계 캠퍼스와 교수법도 그렇다. 그 모든 요소를 하나의 꾸러미에 담지 않았다. 그런 점이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구상 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뒤 미네르바에 등록한 노이만은 분명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사상 최고의 수업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내 친구들이 모두 나를 응원하며 대부분 부러워한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의 내로라하는 대열에 끼려면 검증된 성공 이력과 일정 수준의 명성을 갖춰야 한다. 둘 다 수십 년 나아가 수 세대가 지나야 쌓이는 자산들이다. 그리고 누구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대학생활을 보내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명문 대학, 메디컬 스쿨, 고등학교와 기타 대학원 과정에서 미네르바의 플랫폼 라이선스에 관해 문의해 왔다고 넬슨은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들인지 물었다. “여러 대학이 우리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전체 정규 교수진을 모두 받아 교수법 강습을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그가 답했다. “상당한 엘리트 학교 인데 그들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학교명은 밝히지 않겠다.”
미네르바가 대학들의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최대의 증거는 어쩌면 우리의 대화 막판에 라이언이 내게 들려준 사례일지도 모른다. “내게 18세 아들이 있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몇몇 대학을 보러 돌아다녔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다 고만고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새 학교를 설명하면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마침내 미네르바를 설명했을 때 나를 돌아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야, 멋진데요.’ 그 학교에는 ‘뭐지!’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이런 모델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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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슬린은 로빈 골드버그 쪽으로 컴퓨터의 방향을 돌린다. 골드버그는 미네르바의 브랜드 개발, 학생모집, 학생 활동을 관장하는 최고체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본부 건물 회의실에 앉아 있다. 나는 뉴욕시 뉴스위크 본사에 있다. 우리는 구글 행아웃(화상 채팅 앱)을 통해 대화 중이다. 코슬린은 하버드대 학장 출신으로 인지 생명과학자다. 미네르바의 유례없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통합된 다수의 교육 기법 중 하나를 시연하는 중이다.
“로빈?” 그가 다시 부른다.
로빈 골드버그가 카메라를 통해 나를 바라본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갖는 게 항상 나쁜 이유는 투명하게….”
“그만!” 코슬린이 말했다. “애비게일, 로빈의 문장을 정확히 끊어진 곳부터 이어 말할 수 있겠나?”
일순 몸이 얼어붙었다. 페이스북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코슬린의 말을 정신 없이 기록하던 중 지명을 당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갖는 게 항상 나쁜 이유는….” 내가 입을 뗀다. 질문을 반복하면 항상 답변을 생각할 여유가 좀 생기기 때문이다. “투명하게 공개해 동료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 코슬린이 다시 제지한다. 골드버그에게 이어 말하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신뢰를 갖게 됩니다.” 그녀가 마무리를 짓는다.
코슬린은 이런 유의 학습방식을 “두뇌 릴레이 경주(intellectual baton race)”로 부른다. 다른 학생이 한 말을 반복해선 안 된다(헉!). 정말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좋아요, 이제 반론을 펼쳐 봅시다.” 코슬린이 말한다. “로빈?”
“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들어올리며 그녀가 반문한다. “한눈을 팔았어요.” 코슬린의 의도를 몸소 입증하며 그녀가 말했다. “멀티태스킹하고 있었어요.”
미네르바 교과 과정의 특징은 토론 기반 세미나다. 모두 세미나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각 반의 학생 수는 20명 미만이다. 수업은 업그레이드판 구글 행아웃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 학교 교수법의 핵심은 21세기 강의실의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주의분산 요인들에 대한 유망한 대항수단이다. 동적학습포럼(Active Learning Forum) 기술 플랫폼은 일련의 기법을 지렛대로 활용한다. 쪽지시험과 토론으로부터 분과 토론과 릴레이(코슬린이 내게 던진 문장 완성 연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교수들이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이 멍하니 앉아 있기 보다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지난 가을 처음으로 14개국에서 28명의 학생을 받았다(입학 지원자는 2464명이었다). 모든 학생이 연간 1만 달러씩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받지 않더라도 상당한 돈을 절약하는 셈이다. 학자금 융자를 받은 대학생들이 2014년 졸업할 때 진 부채액이 평균 3만30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내년 가을엔 200~300명의 학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5~6년 뒤에는 학부생이 7000명에 이르러 하버드와 얼추 비슷한 규모가 된다. 미네르바의 정규 등록금(기숙사비와 제반 수수료 포함 2만8000달러)은 대다수 다른 학교와 비교도 안될 만큼 낮은 수준이다. 하버드에선 연간 수업료만 4만3938달러에 달한다.
미네르바의 학생들은 첫해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생활한다. 2학년 때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베를린, 3학년 때는 홍콩과 뭄바이, 4학년 때는 런던과 뉴욕에서 생활한다. 2학년 때 5개 전공 중 하나(사회학, 컴퓨터 과학, 자연과학, 예술·인문학 또는 경영학) 그리고 글로벌 행정 또는 예술과 통상 같은 세부전공을 하나 선택한다. “미네르바는 어떤 교수가 찾아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정원들이 근사하더라. 그것에 관해 강의하고 싶다”고 말하는 곳이 아니다.” 창설자이자 CEO인 벤 넬슨이 말했다. ‘그것은 미네르바의 교과과목이 아니다. 우리는 취미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창의적인 사고,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주제에 중점을 둔다.
넬슨은 온라인 사진 업체 스냅피시의 중역으로 10년간 일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학을 완전히 처음부터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네르바를 가리켜 “명문 아이비 리그 졸업자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맡아줬으면 하고 모두가 원하는 사람으로 다시 여겨지도록 하는 포괄적인 기회”로 설명한다. “단순히 그런 자격을 부여 받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업그레이드판 세미나’
미네르바는 강의와 입문 과정을 단호히 배격한다. 이 학교가 수십 년 간의 연구를 토대로 자부하는 핵심적인 신조가 있다. 능동적인 학습이 더 나은 성적, 높은 평점, 의미 있는 지식습득을 낳는다는 점이다. “누구나 수업 중 최소 75% 이상 참여시키려 한다. 그런 목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업그레이드판 세미나가 그것이다. 전통적인 강의실에선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교재를 반복해 읽는 것보다 더 나은 학습 방법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교재를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 뒤로는 더 나은 학습방법이 훨씬 더 많다.”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심리학과 교수이자 ‘성공적인 학습의 과학(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의 공저자인 헨리 L 로디거 3세가 말했다. “강사를 멍하니 바라보는 이상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 비결이다. 미네르바에선 그런 일이 가능하다.”
미네르바 세미나의 처음 10분 동안 학생들은 쪽지시험을 치른다. “주로 숙제를 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라고 코슬린이 말했다. “교재는 교육 도구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학생들이 쪽지 시험 답안을 온라인에 올리면 교수는 즉시 그 점수를 확인한다. 그렇게 해서 모든 의문과 개념적 문제를 해결한 뒤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그뒤 한 시간 동안 교수는 그 교육 플랫폼의 많은 첨단 기능을 활용한다. 코슬린이 한 가지 예를 든다. 가령 미국 정부가 전국예술기금 자금지원을 폐지해야 할지를 두고 토론을 벌이기로 한다고 치자. 두 명의 학생이 자신에게 주어진 측면을 주장할 동안 나머지 학생들도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지 않는다. “그렇게 놔두면 그들은 자기 이메일을 확인한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우리는 나머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경우 각 발표자 주장의 설득력을 토대로 1~5의 척도로 평점을 매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 토론을 벌인다. 교수들은 우리를 알며 학생들의 주의가 산만해진 듯할 때마다 우리를 지명한다.” 텔아비브 출신의 23세 학생 로이 노이만이 말했다. “장시간 강의에는 학생이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세미나는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과 더 유사하다.”
미네르바의 세미나에는 앞줄과 뒷줄이 없다. 뒤로 몸을 숨길 만한 긴 테이블이 없다. “항상 교수 바로 옆에 앉는 느낌”이라고 조너선 카츠먼 기획책임자가 말했다. “정말 집중도가 높아진다. 강의에 참여하기 때문에 의식 수준이 달라진다.”
미네르바의 플랫폼에선 각 학생이 수업 중 몇번이나 발언했는지 교수들이 확인할 수도 있다. “교수가 학생을 지명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편견이 숱하게 많다는 사실은 우리도 잘 안다”고 코슬린이 말했다. “여학생은 남학생만큼 자주 호명되지 않는다.”반마다 학생들의 얼굴이 손톱크기로 스크린 상단에 걸쳐 표시된다. 학생들의 스크린에는 항상 알파벳 순서로 배치된다. 하지만 “교수진의 경우에는 이전에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와 수업 중 학생의 발언 정도를 토대로 누구를 지명해야 하느냐에 따라 순서를 변경한다. 수업 중 전통적인 편견을 극복하도록 돕는 의사결정 지원 도구다.”
질문에 대답할 때 학생이 주제에서 벗어난 답변을 할 경우 교수가 조용히 메모를 보내 주의를 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책상 밑으로 쪽지를 돌리는 이 방식은 쌍방향으로 통한다. 큰 소리로 질문하기가 거북하게 여겨질 경우 학생이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 이점은 학문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넬슨이 말했다. “학생이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 받거나 슬픔에 빠져 있더라도 기말시험이 끝난 뒤에야 알아차리기도 한다. 미네르바에선 학생이 결석했는지, 출석했지만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지, 수업 중 평가를 통해 성적이 급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수업 태도가 어땠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해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다른 시스템에 그런 기능이 있는 예는 본 적이 없다”고 카츠먼이 말했다. “우리가 매일 학생들에게 주는 피드백의 양 측면에서 기존 칼리지와 대학의 정규 학생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사상 최고로 좋은’
뉴욕타임스는 2012년을 ‘MOOC의 해’로 정했다. 1년 뒤 그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추가됐다. 스탠퍼드대 교수들이 설립한 영리업체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가 설립한 비영리 MOOC 배급기관 에덱스(edX)는 교육을 민주화한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학생들의 높은 낙제율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MOOC 강좌를 듣는 사람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가 아니라 대학을 나와 직장을 갖고 있는 백인 미국 남성들이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의 세바스천 스런은 MOOCs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업체 유대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그 직후 강좌를 수료하는 학생이 10%도 안 되며 자신들이 공부하는 과목을 실제로 습득하는 사람은 100명 중 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대시티는 지금은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추며 수강료를 받는다.)
미네르바는 일면 MOOCs의 대항마다. “그동안 고등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점진적이었다”고 라이언이 말했다. “미네르바는 보기 드문, 정말 새로운 모델 중 하나다. 온라인 부분뿐 아니라 전 세계 캠퍼스와 교수법도 그렇다. 그 모든 요소를 하나의 꾸러미에 담지 않았다. 그런 점이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구상 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뒤 미네르바에 등록한 노이만은 분명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사상 최고의 수업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내 친구들이 모두 나를 응원하며 대부분 부러워한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의 내로라하는 대열에 끼려면 검증된 성공 이력과 일정 수준의 명성을 갖춰야 한다. 둘 다 수십 년 나아가 수 세대가 지나야 쌓이는 자산들이다. 그리고 누구나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대학생활을 보내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명문 대학, 메디컬 스쿨, 고등학교와 기타 대학원 과정에서 미네르바의 플랫폼 라이선스에 관해 문의해 왔다고 넬슨은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들인지 물었다. “여러 대학이 우리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전체 정규 교수진을 모두 받아 교수법 강습을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그가 답했다. “상당한 엘리트 학교 인데 그들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학교명은 밝히지 않겠다.”
미네르바가 대학들의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최대의 증거는 어쩌면 우리의 대화 막판에 라이언이 내게 들려준 사례일지도 모른다. “내게 18세 아들이 있다”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몇몇 대학을 보러 돌아다녔다. 그런데 얼마 지나자 다 고만고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새 학교를 설명하면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마침내 미네르바를 설명했을 때 나를 돌아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야, 멋진데요.’ 그 학교에는 ‘뭐지!’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이런 모델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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