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 주도권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 130명 의원 중 경제통은 2명?
경제 정책 주도권 잃은 새정치민주연합 - 130명 의원 중 경제통은 2명?
언제부턴가,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에는 ‘역사상 가장 무능한 야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식물 정당’도 모자라, 심지어 ‘우리 국민은 야당 복도 없다’는 조롱까지 듣는 게 요즘 새정연의 현실이다.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욕을 먹고 지지율이 떨어져도, 야당 지지율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 뭐가 문제일까?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요즘 새정연 안팎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당내에 경제통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경제’인데, 경제 이슈를 주도하거나 정부·여당의 경제 정책을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을 경제 전문가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 정책에 ‘F학점’을 주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지경인데도, “야당은 흘린 떡고물도 주워 먹지 못하는 신세(새정연 소속 재선 의원)”다. 실제로 새정연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에게 당내 ‘경제통’이 누구냐고 물으면, 답은 거의 한결같다. 우물쭈물하거나 “홍종학, 장병완 의원 정도”라는 답이 돌아온다. 소속의원이 130명이나 되는 거대 야당에 이른바 경제통이 1~2명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새정연의 경제 전문가 풀이 얼마나 빈약한지 잘 드러난다. 새누리당에는 경제학 박사, 교수·연구원, 경제 관료, 기업인 출신 등 경제 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이 어림잡아도 20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골고루 포진해 행정부와 의견을 나누며 경제 이슈를 주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청부입법(정부가 만든 법안을 국회의원이 대신 발의하는 것)’도 만들어진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새정연이 왜 새누리당에 끌려 다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기재위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 14명 중 경제통으로 불리는 의원만 8명에 달한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현재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강석훈 의원, 특허청장과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의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인 나성린 의원이 기재위 소속이다. 또한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쳐 차관까지 지낸 류성걸 의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이만우 의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한 정희수 의원 등도 기재위 소속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 준박사 출신으로 국회 내 북한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조명철 의원 역시 기재위에 속해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기재위 소속이었다.
이와 달리 새정연 소속으로 기재위에서 활동하는 11명의 국회위원 중 경제학 석·박사나 경제 관료·교수 출신은 비례대표인 홍종학 의원 1명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종학 의원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경제 이슈가 터지면 방송·라디오 인터뷰만 하루 3~4건은 기본으로 한다. 경제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는 거의 참석한다. 당내에서는 창조경제활성화 특위 간사를 맡고 있고, 공무원 연금개혁 특위와 서민주거복지 특위에도 소속돼 있다. 을지로위원회 멤버기도 하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어, 매주 1회 원장단 회의에 참석한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주최한 세법개정안 토론회 때는 신혼부부임대주택 공청회와 일정이 겹쳐 참석할 수 없었지만, 당 내에 대체할 사람이 없어 겨우 토론회에 참석했다.”
홍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가천대 교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연구소장을 지냈다. 홍 의원과 함께 새정연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장병완 의원(재선)은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에서만 근무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이 두 의원 말고는 새정연에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대적할 경제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누리당은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인 강길부 의원, 공학박사 출신인 서상기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박대동 의원,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유일호 의원은 정무위에서 활동한다. 보건복지위에는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현숙 의원이 있고, 교육문화 체육관광위에는 코넬대(노동경제학 박사)를 나와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낸 이종훈 의원이 포진해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종훈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의원(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에는 각 산업별 전문가들이 적진 않다. 벤처 분야는 한글과컴퓨터 사장을 지낸 전하진 의원, 중소기업 분야는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현재 의원, 에너지 분야는 대한석탄공사 사장 출신인 이강후 의원, 건설 분야는 대한전문건설 협회중앙회장을 지낸 박덕흠 의원, 정보통신 분야는 KT네트웍스 전무와 헤리트 대표를 지낸 권은희 의원 등이 맡고 있다. 새정연에는 이들과 필적할 경제·산업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거시경제 정책은 물론 산업 분야 입법·정책에서도 새정연이 새누리당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새정연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정책연구원에도 중량감 있는 경제 전문가는 드물다. <88원 세대> 저자로 파리10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우석훈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와 LG경제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도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새정연 소속 의원은 “과거에는 강봉균(전 재정경제부장관), 김진표(전 경제부총리), 홍재형(전 경제부총리), 이용섭(경제학 박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의원 등이 원내에 있어 경제분야에서 새누리당에 밀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예 상대가 되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제전문가들이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비례대표라도 경제 전문가를 모셔왔어야 했는데 당이 너무 안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1명의 새정연 소속 비례대표 의원 중 경제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홍종학 의원 정도다. 경제학을 전공한 인물은 홍 의원과 홍의락 의원(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둘 뿐이다.
새정연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김진표 전 의원을 의장으로 하는 국정자문회의를 출범했다. 자문회의에는 전윤철·윤증현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전 대통령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경제통’이 참여한다. 하지만 원외에 있는 이들 원로들이 정부·여당과 경제 정책 대결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위원 선거에서 새정연이 경제전문가를 대거 수혈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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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요즘 새정연 안팎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당내에 경제통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경제’인데, 경제 이슈를 주도하거나 정부·여당의 경제 정책을 제대로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을 경제 전문가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 정책에 ‘F학점’을 주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지경인데도, “야당은 흘린 떡고물도 주워 먹지 못하는 신세(새정연 소속 재선 의원)”다. 실제로 새정연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에게 당내 ‘경제통’이 누구냐고 물으면, 답은 거의 한결같다. 우물쭈물하거나 “홍종학, 장병완 의원 정도”라는 답이 돌아온다. 소속의원이 130명이나 되는 거대 야당에 이른바 경제통이 1~2명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에는 20여명 포진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새정연이 왜 새누리당에 끌려 다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기재위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 14명 중 경제통으로 불리는 의원만 8명에 달한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현재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강석훈 의원, 특허청장과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의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인 나성린 의원이 기재위 소속이다. 또한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쳐 차관까지 지낸 류성걸 의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이만우 의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한 정희수 의원 등도 기재위 소속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 준박사 출신으로 국회 내 북한 경제 전문가로 통하는 조명철 의원 역시 기재위에 속해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기재위 소속이었다.
이와 달리 새정연 소속으로 기재위에서 활동하는 11명의 국회위원 중 경제학 석·박사나 경제 관료·교수 출신은 비례대표인 홍종학 의원 1명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종학 의원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경제 이슈가 터지면 방송·라디오 인터뷰만 하루 3~4건은 기본으로 한다. 경제 관련 토론회나 공청회는 거의 참석한다. 당내에서는 창조경제활성화 특위 간사를 맡고 있고, 공무원 연금개혁 특위와 서민주거복지 특위에도 소속돼 있다. 을지로위원회 멤버기도 하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어, 매주 1회 원장단 회의에 참석한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주최한 세법개정안 토론회 때는 신혼부부임대주택 공청회와 일정이 겹쳐 참석할 수 없었지만, 당 내에 대체할 사람이 없어 겨우 토론회에 참석했다.”
홍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가천대 교수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연구소장을 지냈다. 홍 의원과 함께 새정연에서 경제통으로 꼽히는 장병완 의원(재선)은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에서만 근무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때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이 두 의원 말고는 새정연에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대적할 경제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누리당은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인 강길부 의원, 공학박사 출신인 서상기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박대동 의원,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유일호 의원은 정무위에서 활동한다. 보건복지위에는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현숙 의원이 있고, 교육문화 체육관광위에는 코넬대(노동경제학 박사)를 나와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낸 이종훈 의원이 포진해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지낸 김종훈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의원(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이 밖에도 새누리당에는 각 산업별 전문가들이 적진 않다. 벤처 분야는 한글과컴퓨터 사장을 지낸 전하진 의원, 중소기업 분야는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현재 의원, 에너지 분야는 대한석탄공사 사장 출신인 이강후 의원, 건설 분야는 대한전문건설 협회중앙회장을 지낸 박덕흠 의원, 정보통신 분야는 KT네트웍스 전무와 헤리트 대표를 지낸 권은희 의원 등이 맡고 있다. 새정연에는 이들과 필적할 경제·산업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거시경제 정책은 물론 산업 분야 입법·정책에서도 새정연이 새누리당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지어 새정연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정책연구원에도 중량감 있는 경제 전문가는 드물다. <88원 세대> 저자로 파리10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우석훈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와 LG경제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정도가 눈에 띈다.
비례대표 중에도 경제통은 홍종학 의원뿐
새정연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김진표 전 의원을 의장으로 하는 국정자문회의를 출범했다. 자문회의에는 전윤철·윤증현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전 대통령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동걸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경제통’이 참여한다. 하지만 원외에 있는 이들 원로들이 정부·여당과 경제 정책 대결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위원 선거에서 새정연이 경제전문가를 대거 수혈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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