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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를 만난 카지노 황녀

거친 파도를 만난 카지노 황녀

마카오 카지노의 제왕인 스탠리 호의 딸 팬시 호(Pansy Ho)는 MGM 덕분에 가문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 그러나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순탁 홀딩스를 운영하면서 요즘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팬시 호(52)는 MGM 마카오를 손에 쥐며 억만장자로 부르기도 무색할 만큼 엄청난 부자가 됐다. 10여 년 전 미국 카지노업체들이 마카오 카지노 운영권을 얻기 위한 교두보를 찾으려고 노력할 때 기회를 잡아 최고의 계약을 성사한 덕분이다. 그러나 요즘 그녀는 카지노 리조트의 모회사격인 MGM 차이나의 수장을 맡는 대신 아버지 스탠리 호(Stanley Ho)가 세운 운송 및 부동산 개발업체 순탁 홀딩스의 경영자가 되어 업무를 수행 중이다. 1995년 순탁 홀딩스에 합류한 그녀는 주력 사업인 페리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동산 사업을 일으키는 공을 세웠다. 1999년에는 전무이사로 승진했고, 때마침 마카오의 중국 반환으로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사업도 크게 부흥했다.

그러나 지금 순탁의 사업은 흔들리는 중이다. 마치 2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고 규제 당국은 좀처럼 봐주질 않는다. 한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탁의 터보제트(TurboJET) 페리를 탔던 시절이 있었다. 페리는 아직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입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제왕 셸든 아델슨이 2007년 페리 운영을 시작했다.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영업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지금 코타이 워터제트의 점유율은 터보제트 페리를 바짝 뒤쫓으며 40%에 육박하고 있다. 마카오 정부의 규제 덕분에 티켓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순탁의 터보제트 페리와 달리 아델슨이 가진 페리는 신식 시설과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마카오 도심 업무지구에 위치한 중앙 터미널 대신 관광객이 몰려드는 코타이 스트립으로 바로 연결되는 고수익 항로를 운영 중이다.

터보제트의 최대 약점은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아델슨은 카지노로 엄청난 돈을 긁어 모으고 있기 때문에 페리 사업의 수익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델슨에게 중요한 건 관광객을 바카라 테이블과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데려오는 것뿐이다. 그러나 순탁은 다르다. 점유율을 뺏길 때마다 타격을 받는다.”

 쇠락하는 순탁의 페리사업
더 골치아픈 문제는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서 운송 산업에서 페리의 중요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철도 노선을 확대하면서 한때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찔끔거리듯이 들어 왔던 육상 운송수단이 거대한 홍수처럼 밀려올 날도 머지 않았다. ‘대체 언제 시작하느냐?’’며 비웃음을 샀던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교량 사업은 드디어 공사에 돌입했다. 내년에 다리가 개통되면 홍콩에서 마카오까지 4시간 반이 걸렸던 이동시간이 40분으로 단축된다. 15년 전만 해도 마카오 연간 방문객의 11%에 불과했던 중국 본토인 비중이 현재는 전체 방문객의 3분의 2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이제는 육상이 해상보다 중요한 경로로 부상 중이다.

고질적인 주차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됐다. 자동차를 몰고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다리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광대한 매립지가 자동차들의 주차장이 됐다. 카지노 방문객들은 이 곳에 차를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마카오 명물인 인력거가 페리를 앞지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팬시 호는 언론과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기사를 위한 인터뷰도 응하려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인터뷰가 성사된다면 엄격한 규칙을 만들고 순탁의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것도 피한다. 그러나 현재 그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자선사업에 대해서는 예외다. 이에 대해서만큼은 팬시 호도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10월에 개최된 포브스 글로벌 CEO 회의에서 그는 “시간과 경영기술,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기를 제공하고 이들의 재능을 모집하는 게 나의 주요 공로이자 기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탁은 6600만 달러에 매입한 홍콩 항공사 지분을 바탕으로 항공운송 사업에 발을 디뎠지만,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며 또 다른 시련을 맞았다. 운송사업 확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 6월 제트스타 홍콩 지분 3분의 1을 매입하고 팬시 호가 회장을 맡았다. (콴타스와 차이나이스턴 항공이 각각 지분 3분의 1씩을 가져갔다) 중국과 대만을 목적지로 삼은 단거리 노선 저가항공이었음에도 아직까지 비행기 한 번을 띄우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캐세이퍼시픽과 홍콩에어라인이 경쟁자를 막기 위해 제트스타의 사업 신청에 제동을 걸며 운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규제당국이 여는 심리는 아무리 빨라도 4월이 되어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를 계속 놀리기보다 매각하는 쪽을 택한 제트스타는 보유 중인 항공기 9대 중 6대를 팔고 상당수 직원을 해고했다. 지금은 노선 운영을 위해 필요한 최소 항공기 3대만 갖추고 공판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순탁 산하 사업부 중 가장 역사가 깊은 부동산 개발도 마카오 규제당국으로부터 냉대를 받는 중이다. 마카오 최대 면적의 미개발 지구 하버 마일에서 주거 및 상업, 사무지구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했지만, 복잡하게 얽힌 관료적 규제 때문에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수년 째 손을 놓고 있다. 600만㎡의 택지는 원센트럴 주상복합에서 아베니다 닥터 선약센 거리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결국 회사는 코타이 스트립에서 다리를 건너기만하면 갈 수 있는 경제특구 헝친 신구에 쇼핑센터와 호텔식 고급아파트serviced apartment), 호텔을 짓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순탁 주식의 가격은 지난 5년간 25% 가까이 하락했다. 2013년에 기록한 매출 4억6100만 달러는 2004년 매출보다 낮다. 2013년 순이익은 전년대비 45%하락하며 1억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매출 11억7000만 달러, 이익 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반등했다. 블룸버그가 각종 출처에서 집계한 추정치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개발은 사업 특성상 매년 매출과 수익이 널뛰기한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정말 그랬다. 2013년 순탁 전체 매출의 10%밖에 차지 하지 않았던 부동산 사업은 지난 해 54%까지 비중을 높였다.
 아직까지 호 가문 최대의 부자
스탠리 호의 두 번째 부인이 낳은 5명의 자녀 중 장녀인 팬시 호는 순탁 홀딩스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으로 환산하면 3억4500만 달러다. 대표 부이사를 맡고있는 동생 데이지 호(Daisy Ho)는 2.3%의 지분을 가지고 부동산 관리 및 소매유통, 머천다이징 사업의 실질적 운영을 담당한다. 올해 93세의 스탠리 호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유 지분은 아주 낮다. 팬시는 가문 소유의 카지노 기업 SJM 홀딩스의 지분 1.1%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1억1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팬시가 가진 거대 자산 50억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MGM이지만, 지난 해 MGM 차이나 주가가 33% 하락하며 덩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상징적이었던 최초 투자금액으로 순자산가치 기준 홍콩 12위의 거대기업을 키워낸 건 어떻게 봐도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 없다.

2000년대 초반 미국 MGM 리조트는 마카오가 카지노 영업 허가권을 새롭게 내주기 시작했을 때 펼쳐진 치열한 경쟁에 끼지 못했다. 어떻게든 합류하고 싶었던 MGM은 2004년 팬시와 50대 50의 합작사를 설립했다. 합작사는 이후 SJM 홀딩스로부터 2억 달러에 2차 영업권을 인수해서 마카오에 MGM 카지노를 세웠다. MGM 리조트는 2011년 5월 마카오 사업을 분사해서 MGM 차이나로 상장했다. 이후 회사 주가는 지난해까지도 큰 폭의 상승을 거듭했다. 현재 팬시의 보유 지분은 27.4%다. 기업공개(IPO)로 보유지분 일부를 매도한 후 지난해 말 다시 또 일부를 매도했다. 덕분에 현금 자산이 20억 달러로 쌓였다. 분사의 일환으로 MGM 마카오의 실질적 경영업무를 떠나 지금은 MGM 리조트 회장이자 CEO인 제임스 조셉 머렌과 함께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 호 가문 최대의 부자는 팬시다. 유일한 남동생 로렌스호는 멜코크라운 엔터테인먼트를 세워 2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거대 카지노 리조트로 키워냈다. 스탠리 호의 네 번째 ‘부인(공식 결혼은 하지 않음)’ 안젤라 렁은 SJM 지분 11.5%를 가지고 있다. 마카오에만 18개 카지노를 운영 중인 SJM의 회사 가치는 17억 5000만 달러다. 적어도 2017년 5월까지 SJM은 팬시 호의 손 안에 있을 것이다. 2011년 말 많고 탈 많았던 가족간의 재산 분쟁으로 내려진 결정이다.

스탠리 호는 2011년 보유 자산 대부분을 가족에게 양도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억만장자가 아니다. 호 가문은 SJM의 모회사 STDM의 지분 28.8%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지분이 가족간 어떻게 분배되었는지는 세간에 밝혀진 바가 없다.

- DONALD FRAZIER 포브스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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