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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외투자 변한다

중국의 해외투자 변한다

“중국의 투자는 초기엔 광물 채굴 위주였다. 지금은 다수의 중국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들여와 제조업에 투자한다”고 롭 데이비스 남아공 통상산업 장관이 말했다. 중국 전자제품 메이커 하이센스 남아공 공장의 현지인 근로자.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투자를 하면서 다수가 석유·광물과 기타 원자재 확보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신 공장을 신설하고 현지인을 고용해 생산한 제품을 신시장에 직접 판매한다.

“이는 새로운 트렌드”라고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차이진융 대표가 말했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 1월 21일 열린 공개토론회 석상에서다. “중국에선 ‘밖으로 나간다(Going Out)’ 즉 ‘세계화한다’고 불리는 현상이다. 초기단계는 석유와 광물이었다. 지금은 선진국으로 뻗어 나간다. 중국 경제가 점차 성숙해지고 중국 브랜드의 매력이 커져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글로벌 무역에서 중국의 세력확장은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공룡이 부상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시점에 최근의 이 같은 해외 공장 신설(동시에 현지 인력 고용) 움직임은 그런 우려를 덜어줄 잠재력을 지닌다.

“이는 다른 개도국에는 큰 기회”라고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베이징대 경제학자인 저스틴 이푸 린이 평했다.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은 상당부분 중국 내 노동집약적 산업에 원가압박이 얼마나 가중되는지를 보여준다고 그는 지적했다.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역학은 10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 해안 공업지대에 집중된 각종 산업이 그 문제에 맞닥뜨렸다. 많은 기업이 베트남과 남아공 같은 저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해야 했다.

중국은 개척자와는 거리가 멀다. 1960년대 일본, 그리고 20년 뒤 이른바 아시아의 호랑이들(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이 걸어간 족적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그러나 린 교수가 지적했듯 1960년대 일본 제조업체들의 고용인원은 1000만 명에도 못 미쳤고, 1980년대 한국 제조업의 근로자 수는 230만 명에 불과했다. 중국 내 공장의 고용인원은 1억 명대에 달한다고 린 교수는 말했다. 그에 상당하는 생산시설이 해외로 이전하면 개도국 세계 상응지역 전반에 걸쳐 상당한 고용 유발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린 교수는 “새로운 공업화 물결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외투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지난해 어림잡아 1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3년 108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나 불어났다. 중국의 해외 투자규모가 처음으로 자국내 외국인 투자 유치규모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어떤 곳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인 투자 물결은 처음엔 수단 같은 나라에서 석유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즘엔 아프리카의 개인 소비시장을 겨냥해 자동차와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 공장에 중국 투자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구조적 변화를 목격했다.” 공개토론회 중 중국의 글로벌 투자에 관한 롭 데이비스 남아공 통상산업 장관의 평가다. “초기 투자는 상당부분 광물 채굴 위주였다. 지금은 다수의 중국 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들여와 제조업에 투자한다.”

그는 중국 자동차메이커 제일자동차그룹(FAW)의 예를 들었다. 지난해 남아공 도시 포트 엘리자베스의 신설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장 해외이전의 선구자인 하이센스는 10여년 전 헝가리에 공장을 세웠다. 최근에는 남아공에서도 T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외투자 확대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경계심을 유발했다. 임금인하 압박을 우려하는 노조단체가 대표적이었다. 10여년 전 중국의 국영 석유 대기업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를 시도했다.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 속에 미국 의회의 반대파에게 저격당했다. 그 인수거래의 실패는 베이징과 워싱턴 정부에 상호 불신의 씨앗을 뿌렸다. 중국은 미국이 자유무역에 관해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이 현지생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전통적으로 불신을 품고 있던 사람 중 일부가 이미 마음을 돌린 듯하다.

멕시코는 오래 전부터 중국의 세계 공장 역할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했다. NAFTA 덕분에 광범위한 멕시코 제조업체가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중국이 헐값으로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종종 그런 특혜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러나 21일 WEF 공개토론회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프로멕시코 CEO 프란시스코 N 곤살레스 디아스 대표는 중국의 달라진 태도를 언급했다. 중국이 지역 사업 근거지로서 멕시코 진출에 새로이 관심을 보인다는 평가다. “중국의 멕시코 투자방식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처음에는 원자재 위주였고 주로 남미가 주 대상이었다. 지금은 인프라와 제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멕시코 제조업체 인수에 나섰다. NAFTA와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중국 기업이 갈수록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초보적인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연구·혁신 투자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음을 말해준다. 대형 텔레컴 회사 화웨이는 지금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지난해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했다. 250억 달러가량을 조달하면서 일약 세계무대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덜 알려진 많은 기업이 세계적으로 막대한 틈새시장을 개발했다. 그리고 판매 시장에서 제품 생산 비중을 갈수록 확대해 나가려 한다. 그리전기기기(Gree Electric Appliances)는 중국 남부 도시 주하이에 거점을 둔 회사다. 20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가정용 냉장고 제조업체를 자처한다. 제품 중 일부는 태양전지로 작동된다. 따라서 전력이 비싸고 공급이 불안정한 개도국 시장에 특히 어필한다. 2001년 브라질에 공장을 신설했지만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들은 현지 규제당국과의 불화가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심만만한 경영자로 이름을 날리는 동밍주 사장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브라질에서 그리 제품을 생산할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다.

“우리는 지역 경제와 함께 성장해 가야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막강한 기술력을 갖춰 이미 경쟁자들보다 한 걸음 앞서 있다. 단지 생산 목적의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현지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단계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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